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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죠선생님이 안갈켜주는 공부법] 싼타가 되다
[흔들리며 피는 꽃 (Feat. 노래소풍).mp3 (5.03 MB) 다운받기]
아저씨가 정말루 싼타가 되었습니다. 항상 후미진 곳에서 스텝으로 유령처럼 일하고 있는 아저씨가 하루 싼타가 될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아마도 한달전 방역피로도 저감을 위해 현관에 트리를 놔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종교편향?이라는 약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 현관에 반짝거리는 예쁜 트리를 설치해놓은 이유 같습니다. 트리나 장식물을 놓기 위해 미리 현관주변에 콘센트 신설 공사를 일찌감치 해놨고.. 180cm 되는 트리를 골랐는데 실제 설치해놓고 보니 사진으로 본거보다 훨씬 예뻤습니다. 친구들이 학교를 들어서자마자 처음 만나게 되는게 열화상 카메라와 손소독제였는데 이제는 반짝이는 트리가 손소독제 옆에서 친구들을 맞아줍니다.
싼타 옷을 연습삼아 몇번 입어봐서 손쉽게 입었고 KF80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염을 그 위에 달았습니다. 세정제로 손을 씻고 빨간 벙어리 싼타장갑을 착용. 싼타 옷과 모자는 생각보다 더웠습니다. 복도를 가로질러 유치원 현관을 향하다 1학년 몇몇 친구에게 걸렸으나 가볍게 손만 흔들어주고 약속한 유치원 교실로 향했습니다. 2층 교실에 올라가니 교실앞에 선물이 안보여서 원무실에 잠시 대기. 준비가 되었다해서 방역 계약직 선생님과 함께 첫번째 교실을 들어갔지요.
"친구들 안녕하세요~~~ ^^"
"..."
왜이리 친구들이 조용한가 했더니 선생님께서 미리 싼타할아버지 올거라 알려주고 모두 책상에 앉아 기다리라고 한거 같아요. ㅠㅠ 맨앞에 친구가
"어? 저 싼타할아버지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지? 진짜 많이 봤는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 잠시 당황했지만
"싼타할머니 일하러 가서 못오셔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정직한 우리 착한 ㅇㅇ반 친구들 선물 잘 전해달라 하셔서 왔어요~~"
하자 선생님께서 한명 한명 친구들을 불러줬지요.
"가장 정리를 잘하는.. 우리 ㅇㅇ이"
"항상 친구를 잘 보살피는 우리 ㅇㅇ이"
"나만의 멋쟁이 우리 ㅇㅇ이"
.....
선물을 받는 친구들에게 싼타할아버지는 말했습니다.
"(토닥토닥) 우리 친구 씩씩하고 건강하세요~"
(방역을 위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싼타할아버지와 사진 찰칵!)
선생님들께서 준비한 선물은 예쁘게 포장이 되어 있었는데 약간의 무게감도 있고 가만 디다보니 화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친구들 꿈이 자라게 하는 화분 같았습니다. 이렇게 6개 반을 1시간 넘게 다 돌았고 친구들은 모두 싼타할아버지 선물을 받게되었죠. 교실앞 선물은 큰 박스로 2박스가 놓여져 있어 항상 방역도우미 선생님과 함께 선물을 날랐습니다. 어떤 반에는 친구들 모두 싼타 망또와 루돌프 머리핀을 하고 싼타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떤 반 친구들은 싼타할아버지께 손편지를 써줬습니다. 아저씨는 글씨를 쓸줄 알은게 초등학교 1학년때인데 유치원 친구들인데 대부분 친구들이 글을 아주아주 잘 썼습니다.
싼타할머니 어디갔냐 물어본 친구들은 없었는데 유난히 루돌푸를 찾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루돌푸는 할아버지랑 같이 왔는데 잠깐 요기 행정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햄정식이 머예요?"
"..."
루돌푸 아예 만나겠다고 따라나서는 친구가 있어서
"아.. 루돌푸 밖에서 기다리다 다른데 선물배달하러 갔어요. 내년에 다시 온대요."
선물을 전해주고 반을 나올때는 모두 같은 인사를 하였습니다.
"친구들~~ 안녕~~~~~ 내년에 다시 만나요~~~"
아저씨는 무지무지 잼있었는데 친구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생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친구들이 온전히 느껴졌습니다. 친구들마다의 개성을 아주 세세하게 칭찬하시며 친구들 이름을 정성껏 불러주는 선생님을 보니 잠시 숙연해졌고요. 사회성을 기르며 따스함을 느껴야하는 유치원 교육과정이 초중고 보다 훨씬 중요한 핵심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물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친구들처럼 아저씨도 꿈을 다시 찾아야겠어요. 좌충우돌 살아온 아저씨가 친구들 덕택에 좋은 노동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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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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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명님 글을 보면서 평소 알지 못했던 학교현장의 여러가지를 알게 됩니다.그것이 제 삶이랑 직접 연관되지는 않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 넓혀줍니다.
오늘도 그렇게 눈이 조금 넓어졌습니다.
그러고보니 헌혈을 했던 것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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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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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피검사 결과지를 앱으로 받았는데.. 건강상태를 알수 있는건 간수치와 총단백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혈에 적합한지에 대한 감염여부 검사였습니다. 더군다나 그 2개 항목 검사마저도 정상치를 벗어나면 몸이 어떤 상태라는 설명은 보이질 않습니다. 한마디로 수혈해서 괜찮은 피인지 아닌지만 검사한거지 헌혈하는 이의 건강상태를 알아보려한 검사는 아니라는 얘깁니다.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헌혈이 굳이 사랑이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증스럽습니다. 최소한 무상으로 받은 피를 값을 메겨 팔아먹으려한다면 무상으로 헌혈한 이에 대한 건강상태에 관한 검사를 일반적인 종합건간검진의 피검사 수준은 해줘야한다 생각됩니다. 그 수치가 헌혈자 몸에서 어떤 의미갖는다는 설명과 함께요.
동네병원서 하는 피검사도 19,000원 정도를 내면 그마만한 수준이 됩니다. 5000원 도서상품권 주고 거의 무상으로 공여받은 피를 되팔면서 공여자에 19,000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아까운 것인지, 헌혈의집 확장하고 간호사 충원하는게 덜남는다고 판단한 것인지.. 헌혈의집 문구를 바라보다 문득 화가 났습니다.
유일하게 댓글 써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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