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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perado.mp3 (4.99 MB) 다운받기]
갑자기 날이 추워지고 깊은 가을이 되었습니다. 나무들은 아직도 여름인줄 알고 열심히 잎새귀를 키우고 있는데 말이죠. 매년 머위를 비러가던 조그만 골짜구니에는 왕성하던 갈대를 밀어버리고 처음보는 삼잎 수숫대 같은 대마같은 풀들이 솟아있습니다. 마치 누가 심어놓은 듯이 이상한 풀들이 자라있습니다. 올 봄 쑥을 뜯으러 갔을때 쌍떡잎 식물이 채 자라기도 전에 날이 뜨겁더니 외떡잎 식물이 햇볕을 선점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올한해는 존나 더웠습니다. 에어컨을 안키면 잠을 아예 자지 못하는 9월까지 더운 기나긴 여름은 처음입니다.
이번 학교에서는 다문화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 친구들은 러시아말로 뭐라고 떠들면서 노는데 크게 말썽을 부리진 않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교실을 지나다보면 늘 엎드려 있던 ㅇ마르, 히잡쓰신 학부모님, 순박한 시골 아주머니같던 러시아언어 선생님. 학교에 있을동안 약 45억원 공사를 해치웠습니다. 제가 하자고 해서 한건 아니고 말단인 아저씨는 그져 진행되는대로 뒤치닥거리나 한 것이지요. 학교 석면을 다 걷어치우고 다행히 큰탈없이 아무도 다치지 않고 공사는 그럭저럭 마무리 되었습니다. 교육청 담당자를 갈궈서 골드스타 차단기가 수두룩하게 붙어있던 분전함들과 수십년된 동력제어반을 모조리 갈아치웠습니다. 이건 제가 유일하게 시급히 원했던 공사였습니다. 전기실도 갈아치웠고요. 앞으로 어떤 핵교에 가더라도 이만큼 공사를 하는 일은 없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는 숨을 돌리고는 화단 밑에 물이 솟아나는 곳을 파서 옹달샘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유일하게 저의 순수한 의지로 기획하고 실행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모품이 아닌 노동자로요. 흔히들 시설일 하면 돈으로 다 때우면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를 제공하다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노동자의 영혼? 또는 인격? 같은 무형의 가치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은 기계로 대신할 수 없고 오로지 인간만이 그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특히나 학교같은 친구들 정서가 중요시 되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노동자가 만들어내는 무형의 가치가 중요성을 갖습니다. 이런 가치는 어디서 나오냐면 그 노동자의 마음가짐이나 삶에 대한 지향에서 나옵니다. 교육시설의 질도 그 공간을 관리하는 노동자의 질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듯이요.
<더웠던 올여름 마르기도 하고 비오면 채워지는 내맘대로 옹달샘>
몇년간 울고 웃던 핵교를 짐싸들고 터덜터덜 나오는데 아쉬움, 쓸쓸함, 공허함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아마도 땀흘리며 손때 뭍힌 공간을 빠져나오는 건물관리 노동자가 대부분 느끼는 심정일 겁니다. 강가에 애들을 뗘놓고 떠나오는 심정 같은거요. 마치 아저씨가 일했던 행담도 휴게소 뒷편 직원들만 갈 수 있었던 모래사장에 굴러다니던 조개껍질을 누가 주워갔을까 하고 궁금해 하듯이요. 얼마전 가본 휴게소 모래사장에는 먼가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아무튼 친구들이 알려준대로 아저씨는 먼가 일을 하다가 이제 다른 핵교로 갑니다. 지금처럼 신나게 친구들과 학교 잘 다니시고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나길 빕니다.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기뻐하면서요. 친구들은 언제나 옳아요.
안녕~~~
친구들에게 오늘은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 할 거 같아요. 아저씨는 다음주면 언니오빠들이 댕기는 핵교서 일하게 되었어요. 아저씨는 핵교 오기전에 써비스 업종서 15년을 일했죠. 그때 배운 고객만족 기술을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써먹고 있어요. 핵교서는 심든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많아요. 친구들 선생님이 혹시 밀대걸레 어디 남는거 없냐고 물어보면 아마 웂을거라고 모르겠다고 하죠. 그리고는 몰래 밀대걸레를 구해다 척하고 갖다드리면 무지무지 기뻐하시죠. 한번은 친구들 갤키는데 신문지가 필요하다고 행정실에 와서 찾으셔서 굴러다니는 신문 1장을 드리고는 다 버렸다고 했죠. 그리고는 배움터선생님께 신문지를 한묶음 으더다가 불쑥 갖다드리니 또 무지무지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게 뭐라고.
여기엔 예전에 배운 고객만족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약속은 작게, 베품은 크게'
일단 기대치를 낮춰놓고 베풀어줄 수 있는게 생기면 과감히 베푸는 거죠. 마치 다해줄거 같이 얘기해놓으면 다받는 기대치가 생겨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불만이 생기는데 부족할거라고 얘기해놓고 다 채워주면 왠지 엄청 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베풀땐 크게 베푸는것 이게 핵심입니다. 그렇다고 돈벌기위해 무슨 써비스를 잘 해야하는게 아니고 일상이 그냥 즐거워진다면 나름 괜찮은 방법 같아요.
잠깐 지옥에서온판사 좀 보고오겠습니다. 시원한 옆차기도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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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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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학교를 옮기시는군요. 매번 이렇게 학교를 옮길 때마다 정들었던 것들이 눈에 밟혀 마음이 짠해지겠네요. 옹달샘도 정겹겠지만 잘리지 않고 살아남은 나무들도 정겹겠네요. 그동안 고생하셨던 것들이 헛되지 않았길 바라며,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부가 정보
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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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오늘 전핵교 가서 인수인계를 하고나니 7시4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렁저렁 설명을 드리니 마음도 좀 편해졌습니다. 옹달샘 관리는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허리가 약간 편찮으신 후임자님이랑 교장 욕도 하고 학생들, 선생님들 칭찬도 하다보니 퇴근시근을 한참 넘겼습니다.
인수인계 중에 다행히 친구처럼 지내던 학교 유일 전교조선생님을 출입문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인사를 꾸벅 드리고는 손을 흔들어 드렸는데 약간 당황하신 것 같았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는 언제나 최ㅇㅇ선생님을 보면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중년의 동년배로 같은세대를 살아온, 고등핵교도 근처서 같이 댕겼고, 저는 감히 친구처럼 의지하며 교장이 나무비는 것도 함께 막고 아픈 선생님도 쉬게하고 했던 선생님이셨습니다.수업이 끝나고 아무 이상없는 교실가서 괜히 뭐 고쳐줄게 없냐고 추근거리기도 했었거든요. ^^ 왜 졸업한 친구들이 핵교오면 인사를 하고 가는지 핵교를 떠난 지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정중히 인사후 묵묵히 손을 흔들어 드렸지만 사실 이런 얘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집에 시계 고치셨냐고 급식소서 밥먹다 제가 물어본 적이 있었죠? 물어보고는 문득 제가 좋아하는 '부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영화가 생각났었어요. 영화에서 제가 존경하는 故엔니오아저씨 노래가 흐르며 창녀가 속상해 흐느끼며 물어보죠 '오도바이는 샀니?' 라고요. 왠지 그 영화 장면이 생각났고 속으로는 영화주제곡 바이얼린 선율이 제 속에 맴돌았었답니다.
최ㅇㅇ선생님~~~ 사랑합니다. 먼가 흑심이 있는게 아니냐고 오해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만 당신과 같이 핵교서 함께 일할 수 있어 즐겁고 한없는 영광이었습니다. 이 얘길 들으시면 당장이라도 뭔 뚱딴지 같은 소리여 하시겠지만요. 제가 밥먹으며 선생님은 저한테는 아니지만 왜 다 반말하냐고 물어봐서 당황하셨었죠? 음.. 다음번에 길거리서 만나게되면 '야~~ 최ㅇㅇ~~~' 하고 큰소리로 이름을 불러드릴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도 지금처럼 반갑게 제 인사를 받아주실거지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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