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
분류없음 2013/07/26 04:50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65590
참 안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참 안된 사람들이다. 타인을 억압하는 것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이들은 참으로 안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참으로 솔직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관계’라는 걸 성적인 것으로만 바라보는 자신들의 본질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이들은 참으로 솔직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참으로 못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억압 (sexual repression)을 타인에게도 강요하기 때문에 이들은 참으로 나쁜 사람들이다.
6년째 연애 중, 을 보고
분류없음 2013/07/23 14:21*
영화 '6년째 연애 중'을 유튭으로 봤다. 기억에 남는 대목은 신성록이 감기기운 있는 김하늘에게 감기약을 권하고 김하늘이 이걸 그냥 먹는다. 나로서는, 이 나라에서 몇 년 살아서 그런가,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이기 다소 어려운 장면이다. 물론 둘이 아주 친하고 말도 살도 섞고 그런 사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신성록과 김하늘은 영화의 맥락 상 그런 사이까지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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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하던 곳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브로셔를 정리하다가 "바(bar)나 클럽(club)에 가서 자신의 잔을 들고 이동하라"는 안내 문구가 붙은 브로셔를 봤다.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말이냐, 고 물으니 대답인즉슨, 모르는 사람이 내 잔에 정체모를 약을 탈 수도 있으니 자신의 잔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는 것.
처음에는 세상에,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데구나, 내가 사는 이 도시라는 곳은. 화들짝 놀랐다. 하기사, 인도 등지를 여행하는 여대생들이 친절한 현지 남성이 권한 음료를 마시고 졸도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으니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하지만 여기에서는 "약(물)"에 관한 한 개인의 책임과 그 책임에 대한 물음도 엄밀하다. 유독 바(bar) 등지에서만 강조하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평소에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아무 약이나 권했다가는 대략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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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얼마 전, 일하던 곳 (앞서 말한 곳과 같은 곳)에서 아침에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하는데 과거에 나의 상사였던 사람이 와서 생리통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호소를 하면서 생리대를 찾았다. 나는 pain-killer가 필요하냐고 물었고 그녀는 반가워하며 있으면 달라고 했다. 나는 아침은 먹었느냐, 아침을 먹지 않았으면 머핀이라도 먹고 약을 먹으면 좋겠다, 고 했다. 그녀는 매우 고맙다면서 "네가 내 남편보다 낫다"고 하는데 그 말이 그냥 빈 말이 아니었다. 나는 가방에서 타이레놀 통을 꺼내 두 알을 주었고 그녀는 고맙다고 거듭 감사 인사를 하곤 내 방을 떠난 뒤 일자리를 찾고 있으면 돕겠다면서 내 이메일 주소를 받아갔다.
나는 그녀가 물었던 생리대만 찾아서 주면 되는 거였지만 역시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하루를 견뎌야 할 그녀의 고통을 '짐작'했던 것 뿐이었고, 그녀 또한 나와 지속한 2년여의 시간으로 나를 신뢰했던 것 뿐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녀는 내게 빚진 것 (i owe you)이 있다고 여겼을테니 그녀 또한 짐작으로 내게 가장 급한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며 이메일 주소를 받아갔으니 서로 "퉁"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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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록과 김하늘은 감기약을 주거니받거니 한 뒤로 친해진다. 둘 사이에 논리론 설명할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렇다고 둘이 서로 그 감기약 때문에 "퉁"치는 그런 대목은, 맥락은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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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라는 건가.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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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영화는 그냥 그랬다. 한국 영화는 몇몇 감독의 영화를 제외하곤 결말이 대단히 후지다. 김빠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같이 사는 사람의 말로는 (한국) 상업영화엔 "개입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데 이건 뭐 한두 편도 아니고 보는 영화마다 그러니 뭐랄까, 결말을 준비하고 영화를 보라는 건가. 아니면 보지 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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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혹은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이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는 많은 것 같다. 그걸 논리로 풀기 위해 덤비다가는 불가지론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외로운 일요일
분류없음 2013/07/21 22:59*
일요일 아침. 남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잘 것 같은 시간에 퇴근 준비. 백투백은 무리인가. 어제 아침처럼 경쾌한 기분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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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엔 9시부터 지하철이 다닌다. 어쩔 수 없다. 지하철 다니는 시간까지 버스를 타고 최대한 가까이 가는 수밖에. 버스는 Dufferin 역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9시 전이다. 잠긴 지하철 문을 야속하게 바라보다가 책을 꺼내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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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내려가는 문이 열렸다.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이게 또 오질 않는다. 책을 집어넣고 세미나 다음 주제인 흄에 대해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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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무거운 가방을 들었는데 자리가 없다. 가방을 어깨 한 쪽에 짊어지고 한 손으로 뭘 들고 읽자니 여간 고단한 게 아니다.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어떤 백인 할매가 하필이면 나한테 와서는 자리를 내어달라고 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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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양)철학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에 대한 연민이 깊어진다. (당시) 사람들의 생각, 관념, 지각하는 방식이 주는 외로움 때문이다. 이것은 지적 유희가 아니다. 정말로 정말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인식해내는 타자, 상대를 이해하는 그 방식을 이해하고 싶다. 이제 조금만 아니, 몇 개월만 달리면 다시 맑스일 것이다. 2013년, 혹은 2014년의 맑스(철학)는 1999년, 2000년, 혹은 2000년대 중반, 나의 맑스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시선의 차이, 그 차이가 궁금하다. 조급증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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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에피쿠로시안이 되려면 동양철학을 다시 읽어야 하는 건 아닐까.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귀로를 이렇게 그리는 건 내가 황인종이기 때문인 건가. 아시아에서 왔기 때문인 건가. 중국의 콜로나이제이션 영향 아래 태어나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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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는지는 알겠는데, 알 것 같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이 갑갑함. 외롭다. 외로워. solitude.
죽부인
분류없음 2013/07/19 02:53날이 너무 덥다.
이 도시에 온 뒤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생한 적은 없는데 이번 여름은 유독 덥다.
죽부인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이 도시에서 죽부인을 구할 수 있을까 검색했다. 구글에 뭐라고 써야하지, 고민하다가 "bamboo madame"을 쳐 넣었는데 꽥. 아주 괴상한 이미지가 뜬다.
그럼 뭐지, 죽부인이면 bamboo+wife? 혹시?
속는 셈치고 bamboo wife를 쳤더니,
젠장,
위키에 이게 뙇, 하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Bamboo_wife
그러니까, "부인"하고 나이든 여성을 부를 때 쓰는 경어체의 그 존칭이 아니라 "아내" 즉, 한 침대를 쓰는 여자, 그런 의미로 "부인"을 쓰는 거였구나.
하긴 madame이면 일반적인 호칭인데 아무 부인들을 껴앉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거 원, 관점이 이렇게 다르니 개념도 정말 다르긴 다르구나.
치욕을 이겨내는 글쓰기
분류없음 2013/07/18 06:13"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는 것이옵니다"
- 김훈 (2007), 남한산성, 학고재, p.339
It never rains but it pours
분류없음 2013/07/16 15:57*
나는 바보가 아니야, 라고 말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더 바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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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 방의 선물, 을 보았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나오는 '마음이'를 보려고 했는데 너무나 슬퍼서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어 유툽을 통해 걸리는 영화를 고른 것이 바로 '7번 방의 선물'
주인공은 지적 장애 -발달 장애-가 있지만 누구보다 강한 부성애를 지닌 용구 (류승룡). 그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기억력은 뛰어나지만 스피킹 능력과 논리적 추론력은 6살에 머물러 있다. 단순하다. 수학으로 얘기하면 연산법칙 2번을 넘어가는 것은 아마 곤란할 것 같다. 결국 딸을 위해, 딸을 위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고변한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아무래도 이 곳에서 나는 그 주인공처럼 취급될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용구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눈물을 한 바가지 이상 쏟은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이 나라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바득바득 살아야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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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텔레비젼 드라마를 잠깐 봤다. 예쁜 송혜교와 잘생긴 조인성이 함께 나오니 그 둘의 조합만으로도 "그림"이 된다, 싶다.
짝이 날더러 조인성을 닮았다고 해서 뭐야, 했는데 허리가 긴 게 닮았단다. 쿨럭.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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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는 바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바보인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바보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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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맥락은 없지만 오늘의 결론은,
禍不單行.
It never rains but it pours.
아픈 날 단상들
분류없음 2013/07/14 07:04* 목, 금, 토.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삼일째구나.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가 쌩쌩 잘 돌아가는 인터넷에 접속.
* 거참.
* 육년 전에 쓴 글을 난도질당하는 이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엿 같다.
*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섰는데 나도 내 맘 속을 잘 모르겠다. 이런 일이 처음이니 어디서 어떻게 첫 발을 내 딛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누가 나에게 가르쳐주면 좋겠는데 말야.
* 사람에게는 살면서 반드시 이 말을 '오늘'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 '오늘'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사는 그 동안에는 결코 알 수 없으리라.
* 언젠가 털이 몽창 빠지고 비를 잔뜩 맞은 채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불쌍한 강아지를 본 적이 있다. 냄새가 많이 났는데 몹시 불쌍해보여서 다가가 손을 내밀었더니 글쎄 그 강아지가 나의 손바닥을 핥았다. 분홍색 혀가 내 손에 온기를 전해줄 때 고맙고 감사했다. 편의점에 들러 참치 한 통을 사서 강아지에게 주었는데 잘 먹지 못했다. 나는 나의 길을 가야했으므로 그 때 그 강아지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 적이 내 인생에 너무나 많다.
* 어제 짝이 외출하는 길에 먹고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라는데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이 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음식이다. 짝이 침대에 누워 앓고 있는 내게 다가오더니 "사람인가, 개인가"라며 장난을 쳐 그제서야 한 번 웃을 수 있었다. 아마 나에게서 그 강아지 냄새가 났을 것이다. 짝이 나간 뒤 그 한 길에 두고 온 강아지 생각이 나 한참을 울다가 다시 잠들었다.
* 이제 좀 정신을 차리려하는데 기운이 없다. 정신줄이라는 게 어딘가에 있기는 있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