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소회

분류없음 2014/02/21 00:10

케이블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 텔레비젼을 볼 수 없다. 함께 사는 분과 집에서 텔레비젼을 보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 사는 수많은 한국인들은 어떤 서비스를 신청해서 실시간으로 한국방송을 보기도 하고 또 카톡인가 뭔가를 해서 한국에서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구가하신다. 상대적으로 나와 같은, 내 짝과 같은 사람들은 그 커뮤니티에서 '배척'을 당한다.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유튭서비스는 올림픽 소식을 싣지 못하는 것 같다. 저작권이나 중계료 탓이려나. 일터에서는 클라이언트들이 하루 종일 올림픽 방송을 시청한다. 작정하고 텔레비젼을 보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내 일이라면 일이겠지만 천성이 워낙 허접해서 텔레비젼을 보며 누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지 못한다.

 

어제 아예 큰 맘을 먹고 인터넷을 뒤졌다. 이 나라 국영방송에서 인터넷 클립을 제공하는데 그걸 보려면 원치 않는 짧은 광고 두 개를 '일단' 시청해야 한다. 쇼트트랙 여자 계주 결승을 먼저 봤다. 심장이 오그라들었다가 펴지는 그런 기분? 안현수 경기도 봤다. 이 인간 정말 난 놈이야. 봅슬레이도 봤다. 대여섯 명의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와 중국 출신 이 나라의 남자영웅 스케이터 클립도 봤다.

 

김연아 선수는 정말이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정말로 감사한 것은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그런 아름다움에 공명할 수 있다는 점. 만약 강아지나 지렁이로 태어났다면?

자기 자신의 몸을 이용해 음률에 맞춰 감정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이루 설명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프리 음악으로 선곡한 것이 아디오스 노니노. 한 사람이 걸어가는 삶의 여정에서 한 변곡점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들어맞는 곡이 있을까.

 

이 나라 선수들이 열연한 피겨 스케이팅 클립 몇 개와 쇼트트랙 클립 몇 개를 보다가 갑자기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그들을 서포트하는 코치들도, 경기를 중계하는 앵커들도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 금메달을 따도 울고 은메달을 따도 울던 한국쇼트트랙 선수들과는 뭔가 질적으로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 우리도 곧 그렇게 될거야.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

 

"누구도 노력하는 사람을 따를 수 없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타고난 사람을 따를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과 타고난 사람도 따를 수 없는 이가 있는데 바로 즐기는 사람이다."

 

2014/02/21 00:10 2014/02/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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