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쉽 (Editorship)

분류없음 2013/08/03 01:52

일터에서 만난 한국인이민자 한 분이 빌려주신 책을 읽고 있다.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그 분은 한국에서 굉장한 운동이력을 지닌 분이시지만 지금은 '조용히' 살고 계시다. 하지만 그분의 생각이랄지, 인생철학이랄지, 개인 스스로 진행하는 투쟁이랄지 여느 운동권보다 존경할 만한 면이 많은 그런 분이다. 만약 한국에서 만났다면 '정파'가 달랐으니 연을 깊이 맺을 일은 아무래도 내 이십대에서는 삼십대 초반에서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지난 밤에 잠들기 전 읽은 파트는 '에디터쉽'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문학 출판에 대한 강신주 본인의 생각이 짙게 묻어난다. 최근 그린비출판사 사태?도 있었고, 나름대로 관심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눈에 쏙쏙 들어왔다. 물론 보리출판사의 '4시 칼퇴근'에 대한 언급도 있다.

 

하지만 에디터가 저자의 글을 최초로 읽는 독자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글을 매만지는 노동자로서 어떤 프로패셔널리즘을 갖추어야 하는지 참으로 잘 읽어내었다. 인문출판사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도 잘 짚고 있다. 9장 음악이 필요한 시간, 을 권하고 싶다, 인문출판사 사장님들에게, 그리고 에디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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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만난 한국인들과 이주일에 한 번, 인문학 세미나를 하고 있다. 근대서양철학, 지금은 흄을 하고 있다. 예전에 얼렁뚱땅 읽어제낀 책들을 한글과 영어로 함께 '억지로' 읽어내면서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관해 다시 생각해내는 이 시간이 귀중하다. 만약 과거에 이런 느낌을, 소중함을 알았다면 그렇게 인생을 막 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지나고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라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도 아픈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없듯이.

 

2013/08/03 01:52 2013/08/0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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