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날일기
분류없음 2016/08/12 05:37
낮에는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한다. 어제는 이브닝 근무가 있어서 대낮에 출근했다. 오븐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그 더위에 부르카 (burqa) 를 쓰고 아이 하나를 걸리면서 인도를 걷는 한 사람을 보았다. 여성일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더운데 당사자는 어떨까 싶다. 이 더위에 저런 복장이라니. 하지만 내 일이 아니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간혹, 아니 자주 히잡 (hijab) 을 쓴, 그러니까 스카프를 두른 여인들은 볼 수 있지만 부르카를 두른 여인을 목격하는 일은 흔치 않다. 버스에 오르니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 간단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제법 많다. 한쪽에서는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말하면서 여성이 두른 옷을 벗기려 하고 한쪽에서는 성폭력을 유발한다면서 여성들에게 옷을 입히려 한다. 목적이 무엇이든 둘 다 여성을 - 인간을- 대상화하는 일이다. 옷을 입든 말든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입든 말든 그것은 그 여성 당사자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 그것을 쳐다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일이 더 이상해 보인다. 그런 일에 상관하고 오지랖넓게 끼어들 그 시간에 차라리 종이학을 접어라. 학접는 일이 마음 수련에는 제법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점거농성을 벌이는 데에 경찰병력 1600명이 투입됐다. (학벌순혈주의라든가, 뭐라든가 이들의 저항을 깍아내리려는 말들이 있는 모양인데 뭐라고 떠들든 사실 상관없다. 어차피 여자들이 하는 일엔 "일해라 절해라" 말이 많다.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다. 메갈리아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절차를 어긴 권력에 저항하는 저들의 행동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을 뿐이다.) 경찰의 진압 직전 학생들이 합창하는 한 클립을 봤다. 처음엔 투쟁가요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딸려나온 기사를 보니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Into The New World, 다만세)" 이라는 노래다. 그들은 소녀시대의 "다만세" 뿐만 아니라 원더걸스의 "노바디"도 불렀다고 전한다. 그들이 다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그 현장에서 부른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소녀시대의 노래들을 샅샅이 훑어 들었고 올해가 그녀들이 데뷔한 지 9주년이라는 것도 알았다. 데뷔곡부터 최근의 9주년 기념 노래 "그 여름 (0805)" 까지 뮤직비디오와 각종 유툽 클립들을 봤다. 대단한 분들이다. 다만세를 발라드 버전으로 부른 도쿄돔 공연을 보니 마치 9명의 8명의 패티김 선생님들이 떼로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다른 댄스곡들, 가령 "Mr. Mr." 나 "RunDevilRun" 을 보니 8명의 9명의 김추자 선생님들께서 나와 퍼포먼스를 펼치시는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훌륭한 퍼포머들을 몰랐지. 이들을 모른 채 가만히 흘려보낸 9년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8명의 멤버 모두 패티김 선생님처럼 환갑 넘을 때까지 오래오래 잘 공연하시고 나와 함께 곱게 잘 늙어갔으면 좋겠다.
* 처음에 "다시 만난 세계" 를 "다시 만난 세상" 이라고 타이핑했다. 한 글자 차이인데 개그프로그램 같이 들린다. 소녀시대 환갑때까지 팬을 하기로 작정해놓고 초콤 부끄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