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잡담

분류없음 2015/05/06 23:58

1

 

 

클라이언트 둘이 언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며 듣고 있는데 나를 부른다. 전기스토브에 있는 엠블럼 "LG" 가 뭐의 줄임말이냐고. 남자 1 클라이언트는 "Louis George", 남자 2 클라이언트는 "Life is Good" 이라며 둘이 한참 설전을 벌인 모양이다.  


 
응, LG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우스 코리아의 명문 야구단이야,  


 
라고 말하면 안되고... 원래는 Lucky Goldstar (럭키금성) 였는데 한국에서도 더 이상 그 이름은 쓰지 않고 그냥 LG 라고 불러. 북미에서는 커머셜라이징 버전으로 Life is Good 이라고 쓰는 것 같긴 하더라.

 
 
"Louis George" 를 고수했던 남자 1은 다소 머쓱해하면서도 의미로 따지면 자기 말에 가깝다며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남자 2는 자기가 맞았다며 어깨를 으쓱. 하지만 둘 다 LG가 사우스코리안 브랜드인 것은 몰랐다고. 하긴 그건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사람 사이 관계나 개별 존재의 감정을 상하는 일을 종종 봐왔던 터라 이렇게 별 것 아닌 일에도 개쿨씩 버전으로 개입 (intervene) 하는 게 낫다. 사실 (facts) 을 말할 때에도 그 맥락을 존중하고 거기에서 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룹 다이나믹을 이런 일상에서 경험하며 이론(?)을 일상의 버전으로 컨버팅. 그냥 소소하고 사소한 일인데 기록이나 기억이 필요한. 꽃개 리뷰용.  

 

 

2-1

 

 

직업적 증인이 필요한 서류를 들고 어떤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서명을 다 해놓은 서류를 들고 갔다. 딴에는 시간도 절약하지 뭐, 이런 심산이었는데 그 서류는 반드시 그 증인 겸 담당자 앞에서, 그 사람이 바라보는 데에서 서명해야 하는 것이었다. 당황했다. 멘붕. 아, 영화 같은 데에서 변호사 따위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서류에 서명하는 장면이 이런 거였나. 왜 그렇게 해야 해, 하고 물었더니 내 앞에서 해야 해, 내가 서명 받으러 너네 집으로 갈 순 없잖아. 이렇게 대꾸하시네... 아하하하하아. 북미인들의 (북미인이라고 쓰고 유러피안 백인들이라 읽는다) 문화.  

 

 

한국이었으면 원래는 이러저러하게 해야 하는 건데 두 번 걸음 하시면 서로 피곤하니까 일단은 서명을 하도록 하죠. 했거나, 혹은 같은 북미인들의 사무실이었어도 사람에 따라 너 뭐야, 이거 원래 내 앞에서 해야 하는 거야, 하지만 우리 서로 아는 사이니까 일단은 그냥 하자. 고 했을 수도 있다. (그랬을 수도 있다고 믿고 싶다) 아니면 한국이었어도 곧이곧대로 처리하는 사람 같았으면 다시 발걸음을 해야 했을 수도. 

 

 

2-2

 

 

언젠가 커뮤니케이션 수업 시간에 배웠던 에드워드 홀 (Edward T. Hall) 의 문화이론, 맥락이론을 떠올리며 이 실수를 리뷰. 한국어로는 고맥락 문화 저맥락 문화 로 번역하는 듯한데 한국어 (사실은 한자어) 언어에서 "고-저" 맥락 자체는 일정의 평가 (우등/열등 개념) 를 담지하는 경우가 많아 "고-저" 로 옮기는 것이 맞는 것인지 갸우뚱스럽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저 개념이 들어온 지 오래되어 개념 (term) 도 함께 굳어졌으리라. 결국 아는 사람만 아는 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페미니즘처럼 말이다. 한국어는 점점점 더 고맥락 문화권으로 치닫고, 실상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대단히 직접적이면서도 공격적인 것, 끼리끼리만 아는 단어 (jargons) 들로 넘쳐난다. 이메일에 문장 세 개만 써도 전달이 어려운 그런 세상. "단어 세 개로 아니면 한 문장으로 말해 줄래". 참고로 우리 나라 인구의 97% 이상이 모두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2015/05/06 23:58 2015/05/0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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