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죽음
분류없음 2015/02/24 08:37*본의 아니게 죽음을 연달아 포스팅*
옆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평소에 휠체어와 스트롤러에 의지해 움직이시던 장애인이셨고 항상 기저귀를 입고 계시는지 할머니를 만나면 대개 소변냄새가 났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해도 잘 듣지 못하셔서 '개무시'당하는 적이 많았다. 처음엔 동양인을 싫어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인가 오해도 했다. 문을 열어드리면 괜찮다고 당신이 하겠다고 하시는 등 자존심이 강하셨다. 그 분이 앞에 계시면 일부러 한참을 기다렸다. 아파트 포치에서 종종 (대중교통서비스센터에서 제공하는) 휠체어버스를 기다리고 계실 때가 많았는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때가 더 많았다. 호딩 (hoarding) 이슈도 있으신지 밖에서 물건을 갖고 당신의 아파트에 차곡차곡 쌓아 아파트 매니저의 애를 먹이는 일도 왕왕 있었다. 아파트 건물에 불이 나기 전에는 낮은 층에 사셨는데 대피하고 돌아와보니 옆집으로 이사를 오셔서 뜨악. 왜 저런 노인분을 고층에 사시도록 하는지 모르겠어요. 짝과 함께 그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토요일 출근길에 할머니 집에서 텔레비젼 소리가 나길래 아, 댁에 계시는구나. 의당 그러려니 했다. 할머니는 늘 텔레비젼을 아주 크게 해놓으셨다. 아무래도 청력이 약하셔서 그러셨을 것이다. 오늘 아침, 아파트 매니저가 룸메에게 물어봤다고, 할머니가 이틀동안 안 보이는데 본 적 있니, 전화도 안 받으시네. 룸메와 나는 할머니를 직접 대면한 지 한참 되었다. 그리고 매니저가 올라와 할머니 집 문을 열었다. 돌아가셨다.
매니저는 911에 전화. 응급구조반과 경찰, 검시관이 순서대로 왔다. 아파트 유닛은 봉쇄됐고 나는 경찰과 짧은 인터뷰를 했다. 상황 종료.
전형적인 노인 고독사, kodokushi. 짧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전에 우울함이 엄습한다. 할머니는 아파트 건물에 불이 나 커뮤니티센터로 대피했을 때에도 이 도시 어느 곳으로도 가실 곳이 없던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었다. 다만 백인이고 캐나다 시민권이 있고 노인에게 주는 서비스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 그러나 할머니는 늘 혼자셨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을 어떻게 지킬 수 있나. 과연 인간은 존엄하기는 한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 마지막 순간에 할머니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지금까지 살아내느나 애쓰셨어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할머니의 명복을 빌어드릴께요.
쓸쓸하고 우울한. 어떻게 버텨야 하나 하루종일 안절부절하다가 이렇게 포스팅으로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