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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는데 너무 생생하게 기억난다.
장면1
난 군인이었다. 아마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그리 멀지 않은 최전방 어느 부대인 거 같았다. 헌데 갑자기 지휘관이 무장을 다 차리고 나오라더니 북쪽으로 진격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우리들은 영문도 모른채 우왕좌왕 하다가 결국 북쪽으로 걸음을 뗐다. 북쪽 어느 마을에 가까워질 때쯤 갑자기 인민군 두 명이 타고 있는 트럭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우리는 당황했다. 다들 지휘관을 쳐다보는데, 지휘관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무조건 진격하라는 신호를 내렸다. 트럭은 점점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멈출 기미가 없었다. 지휘관은 여전히 피하라든지, 총을 쏘라든지 하는 명령 없이 무조건 진격만을 외쳤다. 우리 부대 맨 앞에는 승윤이가 있었다. 승윤이는 애가 이제 갓 백일이 지났는데 이런 곳에서 개죽음 당하면 안되는데... 걱정하는데 트럭은 계속 거칠게 다가왔다. 저 속도면 이제 곧 맨 앞서가는 승윤이를 치고 우리 모두 트럭의 밥이 될 거 같았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방에 트럭 운전을 하던 인민군이 풀썩 쓰러졌다.
장면2
남북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중립지대에 장이 섰다. 며칠 전 있었던 총격전으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어느 북쪽 주민 한 명이 난동을 부리며 남쪽 사람들에게 헤꼬지를 하고 있었다. 옆으로 가서 들어보니 자기 동생은 인민군대에 징집되어 있는데 엇그제 남한군인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거다. 내가 쏜 총에 맞아 죽은 인민군 운전병의 형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며 죽은 인민군의 형에게 다가가서 내가 동생을 죽였다고, 정말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 형은 나를 죽일듯이 쳐다보더니 내게 달려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라 둘을 뜯어 말렸다. 그 형은 통곡하면서 나를 죽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길 바란다고 했다.
장면3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날 며칠을 살아있는 송장처럼 보냈다. 죽은 인민군의 형이 울부짖으며 했던 말들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휘관이 갑자기 모두를 소집했다. 또 진격준비를 하라는 거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북쪽으로 진격하는 거는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밖에 안된다고 누군가 소리쳤다. 지휘관은 "상관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또 누군가가 이러다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며 걱정을 표시했다. 지휘관은 여전히 상관없다며 이것은 명령이니 너희들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머리가 깨질 거처럼 아팠다. 눈을 지긋이 감고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 진격하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지휘관은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항명하는 거냐고 다그쳤다. 나는 병역거부를 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이 미친 군대에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나는 계속 누군가 죽이거나 내가 죽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지휘관은 군법을 어기면 즉결 처분할 수 있다며 내게 총구를 들이밀며 잘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미친 지휘관 밑에서 무모한 명령에 따르다 북한군의 총에 맞아 죽거나 여기서 당신 총에 맞아 죽거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며 나는 내 마음대로 할테니 당신도 당신 맘대로 하라고 소리치며 맞섰다.
그리곤 비오는 소리에 잠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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