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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해요

무언가를 혼자서 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어디를 가야해도 꼭 누군가를 꼬셔서 같이 가고

시험공부도 혼자서 하기 싫어서 꼭 모여서 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으면 불안했던 것일까?

아니면 어렸을적 전학을 여러버 다니면서

새로 친구를 사귀어야한다는 강박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일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학교를 졸업할 즈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혼자서 하는 것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밥을 먹느니 차라리 굶고 말았던 나는

혼자서도 밥을 잘 먹게되었다.

친구와 집에 같이 가기 위해 몇시간씩 기다리고

걸어갈 수 있는 곳도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서 버스를 탔던 나는

언젠부턴가 혼자서 돌아다니고 움직이는게 편해졌다.

굳이 자전거를 타지 않더라도

 

이제는 혼자서 하는 것이 너무 편하다.

일을 할 때도 내가 책임 질 것들만 딱 책임지고

영호를 볼 때도 함께 보는 사람이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여행을 할 때도 힘들면 쉬고 걷고 싶은 만큼 걷고 갑자기 어디가 가고싶으면

중간에 여행경로를 마음대로 바꾸기도 하고.

 

특히나 나처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그래서 끊임없이 말을 꺼내놓아야 하는 사람들은 ,

어떨때는 누군가를 만나는것이

무슨 말이든 화제거리를 이어가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하고 부담인데

혼자있으면 그런 억지스런 수고를 하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는 못하는 것들이 남아있다.

할 수 있는데 잘은 못하는것들이 아니라

진짜로 나로서는 혼자서는 정말 못하겠는 것들

 

혼자서 술마시는 건 이상하게 못하겠다. 청승맞다거나 구질구질하다거나

그딴 이유가 아니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술마시며

사람들과 수다떠는걸 좋아해서 그런가? 암튼 아직까지 혼자서 술은 못마신다.

 

혼자서 우는 것도 못한다. 눈물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너무나도 펑펑 울고싶은 마음일 때 혼자있으면 절대로

눈물 한 방울나지 않는다. 한바탕 울고나면 시원해질 것 같아서 울어보려고 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아무하고나 있다고 눈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내 눈물샘이 알아서 상대방을 인식하고 내 마음을 인식하고

내 눈물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일때만 열리는 모양이다.

 

이 두 가지의 것들을 혼자서도 잘하게 되는 것이 좋을까?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혼자서도 잘하고 싶다.

안에서 계속 나를 괴롭히던 망상, 인간은 누구나 결국엔 혼자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내야 한다는 헛된 욕심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이것들 마저도 혼자서도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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