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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썼던 시들 + 수원에서 쓴 시

머릿카락의 비명

 

 

은빛 날개가 번뜩이면

검은 욕망이 우수수

침묵처럼 낙하한다

 

날카롭게 잘려진 틈새로

독버섯같은 욕심이

한숨처럼 새어나온다

 

차디찬 바닥에선

온기잃은 분신들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른다

 

 

 

 

내 귀에서 자라난 소리

 

 

어둠이 다소곳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빛이 사라진 자리에 소리가 자라난다

 

밤 11시를 넘어가는 시계의 초침소리

뒤척이며 잠든 손님들의 새근새근 숨소리

밤새도록 이글대는 형광등 소리

멀리 담 넘어 개짖는 소리

그리운 님 애타게 부르는 풀벌레 울음소리

구름 뒤 달님의 미소짓는 소리

잠들지 못하는 밤 심심한 눈꺼풀 꿈벅거리는 소리

 

날부르는 당신의 심장소리

다가서면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침묵하는 가을 밤

내 귀에서 자라난 소리

 

 

 

 

빗방울 합주곡

 

 

퐁퐁퐁

귓볼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창 밖에 연주회가 한참이다

새들도 풀벌레도 모든 밤의 악사들도

어둠속에 침묵하며 연주회를 경청한다

 

차가운 새벽이 코 끝을 간지르고

나는 베토벤처럼 헝클어진 머리로

넓다란 객석에 저 홀로 앉아서

빗방울의 합주곡을 감상한다

 

총총총

지상으로 추락한 천상의 선율

세상을 두드리는 타악기의 향연

단조로운 리듬은 천 번 만 번 새롭고

투명한 음색은 땅 위의 것들과 부드러운 화음을 이룬다

 

간 밤에 무슨 꿈을 꾸었지?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가을을 가득 채운 음표들의 춤사위

 

 

 

2007년 늦은 여름과 가을에 청주에서 썼던 시들

 

 

 

 

저 하늘을 날아

 

 

창살너머 하늘하늘

부는 바람

창살사이 쭈볏쭈볏

손 내미는 햇살

 

구름이었어라

한 마리 새였어라

심장에 아로새긴

전생의 기억 따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에 몸을 싣고

햇살이 비추면

창공에 높게 날아

 

가끔씩 지칠 때면

고독한 산허리

춤추는 나무 어느 가지 끝자락에

살며시 내려앉아

한 숨 돌리리

 

2007년 봄에 수원에서 썼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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