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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삽질에 맞서는 삶의 저항이 팔당과 곳곳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저항에 공명하며, 2010년 에코토피아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7월 언젠가의 뜨거운 날들이겠지요. 물과 물이 만나는 곳, 물과 뭍이 만나는 곳, 생명이 뒤섞이고 다시 생명이 되는 곳, 두물머리에서 우리의 저항─에코토피아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팔당에서 시작하지만 4대강으로 이어지고, 그 강들을 검게 물들이고 있는 콘크리트를 다 걷어낼 때까지 계속될 저항의 축제.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이 아니라, 자연을 이루고 있는 무수히 많은 점들 중 하나로서 우리를 경험하는 영성의 축제. 에코토피아입니다.
준비를 시작하기 위한 예비모임을 이번 주 팔당에서 하고자 합니다. 누구나 함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에코토피아를 그려오세요!
밭에 앉아 해가 저물도록 찌라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가시려는 아저씨를 붙들고
세계유기농대회에 대해 더 여쭈니 아저씨,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하실 말씀이 많으신 모양.
여튼, 관이란 어쩔 수 없는 데인가.
팔당 유기농단지를 없앤다고 세계유기농대회 못치를 것 없다고 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너무나 허약해 반박할 기운도 별로 안 난다.
우리나라 전체 유기농지의 0.2%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도권지역에 공급되는 유기농채소의 80%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는 건 뭐라 할 건가?
전형적인 숫자놀음. 그보다,
모든 가치를 숫자로 환원시켜 크고 작음을 따지는 관료주의적 태도가 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보세요들, 2-30년씩 살면서 비료도, 농약도 안 주고 그 땅의 힘을 길러가면서 살아온 이들에게 이 무슨 짓?
수질오염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지역 주민들끼리 갈등을 일으키도록 조장하면서
당신들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이오?
아저씨는 말씀하셨다.
팔당 두물머리에서 당신들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수질오염이 되니 나가라... 라고만 했으면
아쉬워도 물러났을 것 같다고.
그런데 거기에 인공시설, 제방, 자전거길, 공원, 체육시설, 공연장 등을 짓는다고 해서
그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하셨다고.
국가가 하는 사업이니까, 자신들이 힘겹게 일군 땅이라도
그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물러설 것이었다는 말씀을 듣고
대추리에서 주민분들께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군부대를 확장하는 게 아니었다면, 정말 좋은 일에 땅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힘겹게 땅 메우고 만들고 가꿔온 것이더라도 좋은 맘으로 내주셨을 거라고 하셨던.
사실 나는 그 말을 반만 믿는다.
'국책사업'이 갖는 무게가 주민들을 압박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좋은 일에 쓴다 하더라도
그 땅을 주실 수 있었을까.
그걸 반대하면서 고생하고 마음쓰고 몸힘들고 피곤할 것들이 예상되니 그냥 포기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여하튼, 아저씨는 유기농을 하는 것이
하천유역 농지 활용차원에서 더 수질을 보호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기로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정부사업이 워낙에 획일적으로 진행되고
주변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반대하게 되셨다고.
"유기농업은 주변 환경의 생물다양성이 살아있지 않으면 농사 자체가 불가능해요. 병충해가 끓거나 뭐 하거나 해서. 따라서 유기농업 자체는 생태계 살리면서 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농민들이 버틸수 있는 이유죠."
생태계라...
우리가 어떻게 살든, 우리는 생태계의 그 얽히고 섥힌 그물들의 한 꼭지점으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 것에 대한 깨달음이 이들에게 유기농업을 선택하게 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팔당의 수질을 지키는 것은 삶 그 자체이고, 삶의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주민분은 언제 공권력이 들어올 지 모르는 상태라고 하셨다.
아저씨는 지난 세계유기농대회에 다녀오신 이야기도 해주셨다.
관이 얼마나 농민들을 이용해먹고 드런 짓을 하였는지 다음편에 계속 이어가겠다.
p. s. 교양을 쌓아봅시다.
먼저,
경기도의 입장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지요. http://ggholic.tistory.com/1169
그리고 팔당 공대위 카페. http://cafe.daum.net/6-2nong
팔당공대위의 현황은 이 뉴스를.
그그저껜가 프레시안 뉴스. 팔당농민 공동대책위에서 서울로 삼보일배를 시작하셨다고...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616144836
이건 참세상 뉴스. 동대문역 앞에서 삼보일배하시는 모습 보니 가슴이 짠하다.
자전거로도 먼 길이었는데...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nid=57324
두물머리 정경.
팔당 이야기를 좀 일찍 올릴라 켔는데- 이노무 외장하드. ㅡ,.ㅜ;;
지각생에게 사진을 얻어왔다.
참 조촐한 일행.
사람이 적어서, 자칫 출발 못할 뻔한 일정.
그러나 일단 모인 이상 가기로 한다.
선거 직후, 팔당에 어떤 상황 변화가 있을지 내내 궁금하기도 하고.
부랴부랴 아침 식사.
허겁지겁 출발.
유기농업이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말하는 김문수를 비롯한 모리배들을 영원히 미워하리라!
4대강 삽질을 반대한다!
그래도 두 번째로 간다고 길이 낯설지 않다.
처음과는 달리, 별로 쉬지도 않고 열심히 밟아서
세 시간만에 도착. 조용했다. 미사를 하러 온 신도들이 좀 보였고.
미사에도 참여를 해볼까 했지만... 배가 고파서...
옆에서 단식하시는 수사님께서 쌈거리를 하나 가득 따 주셔서 배불리 먹었다.
그것도 모르고 같이 드시라고 권했던 우리. ㅎㅎ
밥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똥도 누고 설거지도 하고 쉬었는데 심심했다.
별다른 일정도 없이 그냥 쭉- 쉬는 시간. 뭐야? 뭐가 이렇게 할랑한거야?
그러다가... 지나가던 주민분께 슬쩍 나으 소망을 건냈는데,
밥먹은 곳 옆이 공용텃밭이라 하셨다.
오오- 득템.
밭을 얻었다. ㅎㅎ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고... 깔짝깔짝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그랬더니 옆의 하우스에서 깻잎농사 짓는 부부 농부님들이 오셨다.
골이 그리 넓으면 어떡하냐, 내가 씨 뿌려주겠다 하시며
아저씨는 프로의 솜씨로 열무씨를 뿌려주시고..
아주머니는 재미난 말씀을 해주셨다.
6. 2 선거 때, 김문수가 되어서 어떡하냐고 슬쩍 여쭈었는데- 뭐, 그게 대수냐는 반응.
"사실 사람은 심상정이 참 좋던데... 내가 그 검표하는 거 이번에 했는데, 무효표 진짜 많이 나왔어. 심상정 찍힌 거."
앗, 이분. 이분도 심언니 팬이셨구나. 이 반가움이란! 그리고 밀려오는 아쉬움.
그렇게 씨앗을 뿌리며 해가 저물고 있는데, 저번에도 뵈었던 대책위 집행위원장님이 나타나셨다.
그런데 표정이 안 좋으셨다.
선거 이야기를 살짝 또 꺼내니, 사실상 지역의 의원들이 다 민주당이 되고 해서 김문수는 어찌보면
고립된 형국이라고.
흐흐- 그럼 그렇지.
그런데 아저씨는 많이 심각하셨다. 이걸 건네주셨다.
우리에게 건넨 찌라시.
이건 뭔가요...
그날 마을 곳곳에 찌라시 한 장이 돌려지고 있었다고 하셨다.
지역 사람들과는 그래도 잘 지내고 있었는데, 이런 찌라시가 돌려지다니.
어쩌면 좋으냐고 하셨다.
팔당 유기농단지가 식수원인 한강을 오염시킨다는 궤변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아저씨는 이런 정도의 찌라시를 낼 수 있는 데가 없다고 했다.
관의 냄새가 풍기는 일이었다. 족구회, 순찰대, 소방회, 골프회까지 붙어있으나
정작 어디서도 이런 걸 만들지 않았다고 발뺌했다고 한다.
지역 안에서 두물머리 농부들을 고립시키려는 전략. 관에서 주도해서 지역의 상인회 등을 조직하지 않았나 싶지만, 어디서 누가 만들었든지간에
두물머리 분들은 좀 상심하신 듯했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이 사람들에게 읽히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건
사실이 그래서가 아니라, 이것과 연관되어 이권을 쥐고 있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경기도에서 선전하고 있는 유기농 시범농장 조성사업과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건립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팔당 천변에 자전거도로가 생기면 관광객들이 많아져 장사가 잘 될거라고 (안타깝게도... 순진하게) 믿는
지역 상인들도 그럴 것이다.
어떤 이유와 핑계를 대서라도 자기의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는 한
거기가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계속...
오늘 새벽에 수유너머 위클리에 보낸 글.
여기다 올려놔도 되겄지?
> 글 쓴 후기
빈집의 연애를 들려달라는 제안을 받고 한동안 어리둥절하였다. 빈집에서 연애를 한다고 다른 데에서 연애하는 것과 얼마나 다른가? 일전에 수유너머 위클리에서 빈집 인터뷰를 할 때 내가 연애에 대한 감각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대충 지껄였던 것을 놓치지 않고 또 날카롭게 재질문을 하시니 이마에 땀이 한 줄기. 그것도 ‘야하게’ 써달라는 편집자의 요구를 들으면서 어째야하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빈집의 탄생과 더불어 지금의 남친과 사랑을 나눠왔고, 빈집을 주 근거지로 하여 섹스를 비롯한 각종 연애활동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다른 사회체에서의 연애와 다른 점을 굳이 찾기는 어려워보인다. 그냥 난 둘이서만 살림을 차려 살기는 죽어라고 싫었을 뿐이다. 물론 결혼은 더더욱 싫었고. 내 사는 곳 근처에 남친의 친구들이 모여사는 빈집이 있었고, 남친에게 ‘나와 둘이 살림을 차릴 바엔 차라리 빈집에서 살아라!’로 시작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내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연애질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 아마도 청탁의 의도에 부합하는 면이 있을 것 같긴 하다. 왜 가난한 연인들의 로망인 둘만의 동거기회를 발로 걷어찼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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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마을 연애통신
하룻밤 인연, 오래 오래~
처음 빈집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곳이 연애를 위한 최적의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했다. 당시 1인당 하루 숙박 2천원인데다가, 커플이 가면 화장실이 따로 연결된 제일 좋은 방을 내어주었으니까. 예닐곱 명이서 같이 밥을 차려멱는 집이니, 저녁 때쯤 놀러가서 숟가락 한 두 개 얹어 같이 식사를 하고, 술자리도 같이 하다보니 어색함이 금세 사라졌다. 무엇보다 내 경제적 사정이나 애인의 미래 비전, 둘 간의 결혼 계획 등을 묻지 않는 그들이 좋았다. 그럼, 오늘 밤, 여기서 묵어도 될까?
떼거리로 모여 사는 마을 사람들
앞서 말했듯이, 빈집에서 시작을 했든 혹은 밖에서 시작해서 빈집으로 거처를 옮겨왔든 빈집의 연애가 별다를 것은 없어보인다. 1대 多, 혹은 多 대 多의 섹스를 기대했을 분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아직까지 확인된 바로는 섹스는 고정된 사람과만 하고 있다. 또한 연인들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프로그램이나 오락거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빈집의 연인들은 서로 같이 밥먹고, 영화보고, 고민을 얘기하고, 때때로 같이 잔다. 자기 코딱지로 상대방을 위협하며 장난치고 노는 것, 힘든 노동 뒤에 귀가한 애인을 위해 근사한 요리를 해놓는 것, 어쩌다 틀어지면 2박 3일 서로 말 안하고 신경전을 벌이거나, 가끔 고성을 내며 싸우는 것도 다른 연애와 똑같다. 그것이 다다. 다만, 가난했기에 고질적으로 반복되던 ‘PC방, 찜질방, 노래방, 영화관, 커피숍 순례’ 등을 이젠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데 큰 차이가 있고, 그런 토대로서의 집이 결혼이나 동거와 좀 다르게 구성된다는 것이 다르다. 하여튼, 둘이 만나 밥 한끼 사먹을 돈이면 빈집에서 이틀간 만화책도 보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노래도 부르고 차도 마시면서 뒹굴뒹굴 할 수 있었으므로 커플들이 자본가들의 호구가 된 세상에서 빈집은 내게 구원을 던져주었다.
이제, 어디 갈까?
빈집이나 갈까?
가사노동과 섹스, 첨예한 문제
그뿐 아니었다. 일단, 빈집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가사노동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을 무척 비난하는 훌륭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룻밤 묵는 것 뿐만 아니라 함께 생활을 해봐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어찌됐든 애인과 늘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피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과 즐겁게 연애하되 좀더 여유를 갖고 탐색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자연스레 빈집이 날마다의 데이트코스가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2년여 세월이 지났다. (중간에 디따 많이 쓴 커플룸 논쟁은 m군의 반대로 싣지 못했다. 나중에 올려야지. ㅎ) 좌충우돌, 여러 공방들 끝에 나는 애인과 함께 빈집에서 한 침대를 쓰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한 방에 두 개의 이층침대를 넣어서 건너편 이층침대에는 친구 2명이 살고, 나와 애인이 이쪽 이층침대에 나눠 자기 시작했다. 물론 이제는 아예 이층침대의 한 칸에 애인과 함께 겹쳐서 자곤 한다. 둘이서 뭘 하느냐고? 같이 책보다 자거나, 같이 일본어 세미나 준비를 하고 자거나, 같이 맥주를 담거나, 밥 하고 설거지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그게 연애냐고? 활동 하나 하나가 이벤트도 아닌데, 그만치 뿌듯하고 마음을 가득 채우니 아니라고 할 것도 없다. 가끔 산책도 가고, 영화도 보고, 명동에 나가 쇼핑하도 하고 주말에 같이 텃밭에 가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함께 사는 다른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어 좋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람들을 선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사는 사람들끼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들이 비슷해서 주말데이트가 두리반에 함께 다녀오기나 팔당 유기농단지에 4대강 반대하러 떼거리로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되기도 했는데, 모든 게 애인과 함께 하면서 동시에 만인과 함께하니 즐겁다. 물론 때로 만인들을 병풍삼아 둘만의 은밀한 비밀도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둘이어서 외로울 것 같았어.”
“둘만 있으면 서로 너무 의존할 것 같았어.”
“둘만 지내기엔 공간이 너무 아까웠어.”
빈마을에서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왜 둘이 독립하지 않는지 물었을 때 나온 대답들이다. 그밖에도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개 저러하다. 내 애인을 보여주고 더 넓은 관계망 속에서 연애를 하고 싶고, 그 연애를 더 넓게 확장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마땅한 토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디든 떼거리 속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빈집, 떼거리 속의 연애일기
2010. 6. 1(화) 날씨 맑음.
제목 : 연애는 밥이다. (빵도 됨 ㅡ,.ㅡ;;)
하루 하루가 사랑하기에 바쁘다. 오늘은 일단, 열심히 집 청소를 하기로 맘먹는다. 1이 들어오면 반짝반짝한 거실을 보고 마음이 환해지길. 지난 주 내가 하도 집을 안 치우고 설거지도 잘 안 해서 그가 좀 불쾌했을 것 같다. 컴퓨터를 붙잡고 있던 애인을 부른다.
“2~, 우리 빨래나 돌릴까?”
“그럴까?”
2는 내 공식 애인이다. 그가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나는 숙련된 솜씨로 샌드위치를 싼다. 지난 두 달간,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익힌 실력을 잃지 않도록. 나는 공식애인 2와 동거인 1과 4, 그리고 다른 집에 사는 C와 함께 만들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팔 계획으로 일을 해왔다. 지난 주, 그 커피점을 그만두고, 오늘은 그 샌드위치를 팔아볼만한 가게자리를 알아보러 부동산 몇 군데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짐을 싸다가, 마루에서 자전거바퀴를 수리하고 계신 6님의 샌드위치도 하나 만들어 놓는다. 6님은 지금 약 보름간 빈마을 각 집을 돌면서 단기투숙을 하고 계신 손님이다. 우리 집에 묵으신 지는 일주일쯤 되었는데 아직까지 어색하고 대화도 없던 터에, 잘 되었다.
“6님, 제가 쌀 앉혀놨어요. 밥 꼭 해주세요~.”
“네.”
“아참, 그리고 오늘이나 내일 밤에 저희랑 방 좀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커플이 그 방을 쓰고 싶어서... 제 침대는 이거고, 2의 침대는 이쪽이에요. 둘 중에 어디서 주무셔도 돼요. 괜찮으시죠?”
“네~”
이제 겨우 눈을 마주친다. 그래, 백수로 돌아오니 집안 곳곳의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무엇보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 정다워진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다. 노동자로 살면서도 연애를 잘 하는 것 말이다. 밖에서 자신의 생체 에너지를 쪽쪽 빨리고 돌아와서 보면 살림은 엉망이고, 애인 얼굴 한 번 쳐다보고 잠들기 일쑤인데 어떻게 갈등이 없겠는가. 흉내라도 낸다고 설거지며 밥이며 몇 가지 일들을 하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 내가 30대라서 그런 것인가?
하여간 애인과 동네 부동산 몇 군데를 돌았다. 마을에서 함께 꿍꿍이를 하는 이들은 서로 충분히 사랑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하루에 4시간 정도 일하고 2만원씩 벌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려면 하루 4시간, 주5일, 한 달에 20일을 일하면 목표치에 도달한다. 물론 나는 좀더 욕심내서, 8시간 일하고 80만원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당장은 어째도 상관없다. 지금은 월 40만원만 벌어도 내가 함께 사는 이들과 사랑을 나누는 데 크게 힘들 일이 없다. 어머니 부양이 막막해서 좀 그렇지만.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가게의 모양새를 구상 중이다. 나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종으로 하고 싶은데, 누구는 헌책방을, 누구는 에코백에 그림을 그려 팔 궁리 중이며, 심지어 쓰레기더미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건져내 그걸 싸게 팔아보고 싶다 사람도 있으니 자리 구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이번 시장조사에서는 그럴만한 자리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우리들의 지속가능하고도 애절한 사랑을 위해 꼭 달성해야 한다. 정말 그것만 벌어도 사랑이 유지될 수 있겠냐고 물으신다면,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그 가계를 연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지난 겨울, 가게 알아보러 나온 빈마을 사람들
집으로 돌아오니, 사방이 조용하다. 애인과 함께 새송이버섯을 구워 저녁상을 차리다가 문득 떠올린다. ‘아니, 일 나간 4는 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건가?’ 전화를 걸어본다. “4, 어디셔?” “응, ‘집2’.” “언제와?” “응, 곧.” ‘집2’는 함께 마을을 이루고 사는 집 중 하나이다. “아, 나 같아도 C가 '집2'에 살면 거기서 최대한 오래 있다가 돌아오고 싶을 것 같아.” 괜히 4를 핑계삼아 내 심정을 읊는다. 4는 옴니아2 휴대폰이 택배로 도착하기를 기다리느라 ‘집2’에 가 있다고 말했고, 아마 실로 그럴 것이다. 나는 애인과 이렇게 가까이 있고, 한 침대에서 자는데도 늘 보고 싶고 옆에 있고 싶은데, 4는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C는?
<빈마을 연애현황도> 2010. 6월 현재
1이나 4는 각자 자기 애인이 있다. A와 C가 그들. 원래는 1은 애인과 함께 ‘집1’에 같이 살았는데, 얼마 전 마을 사람들 모두 사다리타기를 해서 공간을 재배치하는 바람에 지금은 애인이 다른 집에 가 있다.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집2’에. 4도 애인과 같이 살다가 사다리타기를 했는데, 애인은 ‘집2’이 나오고 4는 ‘집1’이 나와서 서로 떨어지게 되었다. 물론 3개월간만 임시적으로 배치를 해본 것이니까, 곧 같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내 애인과 같은 집에 머물게 되었다. 어쨌거나 빈집은 연애의 틀을 이리 저리 비틀어 좀더 유연하고 확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놈만 사랑할 게 아니라, 모두와 함께 사는 가운데 그와 정분을 키워가게끔 강제하는 구조랄까. 물론 연인들은 서로 자주 집들을 왕래하면서 만나고 사랑을 나누는데, 아직까지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없다.
내 연애는 2년이 지나도록 새롭다. 왜 그럴까. 누군가는 빈집에서의 연애 가 남다른 점을, 밀도의 차이로 말했다. 같이 밥먹고, 청소하고, 잠자고, 낯선 손님들과 어울리는 생활은 둘이서 밖에서 밥먹고, 잠자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다른 점은,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연애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나아가 모든 관계가 연애처럼 따스할 수 있기 때문인 것도 같다. 굳이 홀로 모든 문제를 헤쳐나가야 할 필요가 없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옷을 개주고, 정성껏 커피를 내려 마시며 수다를 떠는 시간이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순간에는 그들을 ‘애인’이라 하기엔 어색해도 동반자로 부르기엔 어색함이 없을 때가 있다. 요는 이것이다. “떼거리로 연애하자. 이별도 홀로됨이 아니고, 만남도 구속이 아닌.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껏 자유롭게 사랑하자..”
아파서 누워있다. 아픈 것도 습관이라.... 나를 돌보는 훈련의 절실함을 다시 느낀다.
이제 블로깅은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에만 하는 특수활동처럼 되었다.
별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 감기 몸살이다.
내가 꽤 자주 아픈 사람임을 실감한다.
특히 좀 일을 많이 몰아붙여 할 때. 쓰기 싫은 원고 마감일 때 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발견한다.
지난 주 붙들고 있던 원고를 어제 새벽에 보내고 열이 계속 오르고 있다.
ㄷㄷ와 ㅎㅈ은 한국에 오면, 이런 나의 특성을 잘 감안하여 채찍질을 해주었으면 한다.
여튼,
지난 주말도에 팔당에 다녀왔다.
첫 번째 팔당 떼잔차질의 배경과 후기들, 사진들은 다음을 참조하라.
http://blog.jinbo.net/messenger/?pid=292
http://blog.jinbo.net/h2dj/?pid=714
요약하면 4대강 사업한다고 팔당 근처 유기농단지를 밀고 자전거도로와 레저시설을 짓겠다는 정부 정책에 맞서기 위해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팔당에 가서 말씀도 듣고 술도 먹고 농사도 짓고 왔다는 말씀이다.
헥헥.
나 힘들어... 좌우간 내용들은 위의 포스팅들을 참조하시고.
두 번째 팔당 떼잔차질에는 처음에 갔던 인원 중 정예의 6인이 다시 참가,
느슨한 듯, 찐----한 연대감을 얻고 왔다.
결국 이렇게 뻘밭에 발 빠지셨다. 예정된 여행도 못가고 글쓰고 자빠지다니.
아직 여기는 주민들이 버티고 삽질을 막고 있다. 1년이 넘어가고 있고,
지난 주엔, 선거 끝난 다음날 바로 주민분열 조장하는 찌라시가 마을에 돌려져
주민분들이 긴급회의를 하셨었다.
어흑- 어디서 많이 본 시츄에이숀.... 쩝.
김문수는 왜 그러지?
세계유기농대회 관련해서도 김문수의 그 드런 전시행정의 실체를
걍 알 수 있는 사업들이 있었는데.. 얘기 들으면서 혈압올라서- 각생이 들고온 노트북을 술상머리에 얹어놓고 주민분 말씀을 마구 옮겨 적었드랬다.
잘 정리해야 할터인데...
앞으로 쓸 이야기
- 자전거, 차도를 달리다
- 흙, 커리플라워 그리고 딸기 <- 이건 가봐야 알지. 쓰지 말쟈
- 씨앗을 뿌리다
- 6.2 지방선거와 세계유기농대회
저 이야기들, 순서가 뒤바뀌더라도 꼭 다 쓰고 말리라.
일단, 급하게 만인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특히 서울, 경기 지역에 사신다며는
1> 팔당 유기농단지를 한 번 방문해보시라는 것.
매주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서울 광화문 -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가는 팀을 상설로 꾸려 갈 예정임. 여기에 합류하시라. 아니면,
전철 이용. '운길산역'에서 하차하면 두물머리 마을 앞까지 버스 있음. 자전거 힘들면 이렇게 가서 만나시라.
2> 유기농 30년 지어온, 완죤 살아계신 땅님과 만나시라
보안상 여기선 안 갈켜주겠지만.... 뒷꼍에 풀 많은데가 있다. ㅎㅎ
우리를 위하야 왕 죠코 폭신한 땅을 왕따시만큼 떼어놓으셨다.
와서 씨뿌리고 거둬먹고 놀다가라 하신다. ^0^ 할렐루야~~~
거기에 감동의 한 말씀
"남이 심었다고 안 거둬먹고 내가 심었다고 남 안주고 하기 없기면 됩니다."
니꺼 내꺼 없이 다 우리꺼란 말쌈.
지난 주에 상추랑 쑥갓이랑 열무 뿌리고 왔다.
아, 그 열무는, 열무 씨뿌리는 장면을 보며,
약 7년간 잊었던 시흥(詩興)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그럼.
사람들이 미끼를 물고 팔당을 고고 할 때까정
차분히 약물 제조에 들어가기로 하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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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요!이번주는 사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하지만 에코토피아 함께 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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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자 안녕~~그래요, 함께 준비해요. 에코토피아에 대해 저도 좀 생소하긴 한데, 그냥 보통 캠프처럼 프로그램이 다 나와있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이것 저것 만들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게 재밌는 그런 캠프라고 하더라고요.
금자가 오면 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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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게 봤네요. 그러지 않아도 에코토피아를 올해에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되는 대로 기획 모임에 참여해야겠네요.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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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dang.jinbo.net 들어가셔서 가입하시면 소식을 바로 보실 수 잇습니다.오늘 밤 10시에 빈집에서 모임 있어요.... 이 글도 늦게 보실 듯. ㅡ,.ㅜ
어쨌든 위 사이트에 들어와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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