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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생일잔치를 했다. 작년에 내가 오고 나서 내생일만 챙겨 먹었다고 구박구박을 하는 바람에 올해 부터는 주민 생일잔치를 하겠다고 공언했기에... 일은 언제나 재미있게 해야 되는데...음식을 나혼자 다 만들고, 재료 다듬는 정도만 부탁했는데...하다보니 점점 더 힘이 든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뭘 특별히 많이 하는것도 아닌데, 좁은 주방에서 두어명이 움직이는게 번잡해서 나혼자 해내고 말았다.
음식 만드는것은 즐거운 일인데, 하면서 든 생각은.. 무슨일을 하든 즐겁게 행복하게 해야 하는데, 별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 왜그러지? '일'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그랬나? 주방 바로 앞에서는 루미큐브 게임을 하면서 웃고 떠들고 하는데 나는 힘들게 서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니..약간 억울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나보다. 그래도 다 만들어서 상차림을 하면 예쁘고 근사 할거야. 라는 상상에 스스로 위로를. 파티를 하기로 한 시각에 딱 맞춰서 상차림을 다했는데도 주인공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에먼사람들만 들락날락... 에고~
뭐, 어쨌든. 하기로 한 생일파티니까 모인 사람들끼리 라도 촛불을 끄고 밥을 먹자고...둘러 앉은 사람이 9명쯤 됐다. 다들 음식 하느라 고생했고, 정말 대단하다고 한마디씩 하더라. 어깨는 조금 으쓱 했는데 왜 흥이 나지 않는 걸까? 파티가 끝나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진심으로 생일상을 준비한게 아니었다는 결론. 그냥, 나도 시혜나 동정의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생일파티를 준비 하다니, 역시나 난 아직 멀었어..내 그릇은 아직도 이것 밖에 안되구나를 절감.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니까, 생일이라고 아무도 챙겨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라도 챙겨주자는 '사업'(?) 마인드로 치루워낸것일 뿐... 미안해라~ 담부턴 절대로 이런 마음으로 생일상을 차리지는 말아야지. 쩝~
진심이 아니면 이렇게 재미가 없는거구나, 를 회개(?) 함. 이렇게 할거면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주민들은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맛있게 먹고 공원으로 갔다. 오늘은 때마침 영화도 트는 날이니까.. 대표는 밥 먹자마자 빔들고 영화 틀러 갔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라도 듣고 싶었는데...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세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밥을 다 먹은 주민 한분이 설거지를 하고 나갔고, 나는 정리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사무실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쓸쓸하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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