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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정말 안지내고 싶다..

풀소리님의 [왜 나는 제사를 지낼까?] 에 관련된 글.

 

'죽으면 땡이지, 뭐하러 제사를 지내게 해서 산 사람들 살기도 바쁜데 힘들게 하는지 원~'

하면서 속으로 중얼중얼...  어차피 산 사람들의 '위안' 때문에 지내는것 이라고는 해도..

 

나도 불과 사흘전 시모의 제사를 지냈다.

결혼과 동시에 내게 부과된 이 제사라는 이름의 '부담'은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그것이 부담이 아니라, 연례 행사가 아니라

죽은 사람에 대한 온전한 '예의'가 되는 것일까? 를 끊임 없이 고민 했었다.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고, 아무리 간소하게 형식을 파괴하고 지낸다고

하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많은 몫은 내 차지가 되고 만다.

제삿날 아침에 눈을 뜨면 일단 몸이 풀린다.

몇가지 하는것도 없는데, 전날 장을 봐야 하는것 에서부터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스트레스가 밀려오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설'을 달아 보지만,

어차피 그러한 문화는 누군가의 획기적인 시도가 있은 않은 이상

없어지지 않는다..

 

한 지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평소에 먹는 밥에 국이나 끓이고

음식도 살 수 있으면 사고...어차피 조상들이 그 음식 먹을것도 아닌데

뭐하러 시간 노동 들여가며 힘들게 하냐...라면서..

스머프가 착한 아내라서 그런거 아니냐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착한" 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

 

나도 사실, 그렇게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그게 잘 안된다..

전 3개, 나물 3가지를 하는데도 다 내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형식적인 메뉴는 거의 안 빠뜨리고 다 올리고...

그러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아우성치는 꼴...

 

생각해보니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착한 컴플렉스' 가 있거나 이도 아니면,

완벽주의자? 무언지 모를 강방관념? 이라는  기질 때문인건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제사를 안지내고 싶다고 하면서도 과감히 그것을 깨지 못하는게

풀소리의 말처럼 나태한 이들의 '습성'이라기 보다는

완벽하게 울타리 쳐진 견고한 틀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용기' 없음 일지도...

 

난, 그날 오후에 일이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정말이지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미친년 널뛰 듯이 십여년의 세월을 거쳐 온것도 기적 같은데,

여전히 낡은 봉건잔재의 의식을 치르고 있는 내가 믿기지도 않을 뿐 더러

뚜렷한 대안 없이 그것을 거부 하는것 또한 타인에 대한 엄청난 '상처'를

수반 한다는 것을 간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제사는 끝났다.(아직, 세개나 더 남았지만..)  올해의 가장 피곤한 일 중 하나의 테잎을

끊고나니 그나마 마음은 가벼워 지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고 닥쳐올 일이라고 생각하면

답답증이 밀려오는것은 숨이 막혀올 정도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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