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감격, 그리고 감동!!

며칠째 폭풍속에서 허우적 거리다 겨우 그 폭풍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 계기는 내 인생에서 그 폭풍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이다. 결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쪽으로 내려지게 되었고...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중, 몇몇 블로거들과 우연찮은 '조우'가 생기게 되었다.  그 조우는 잠재운 폭풍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데 아주 훌륭한 촉매 역할을 해 주었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어제의 스토리를 요약한다.

 

때마침 핑계꺼리(빌린 옷을 건네 주어야 하는)가 생겨 합석 하게 된 그 자리에는 평소 얼굴만 스치면서 속내를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과의 자리 였다.  일단 반가움이 더했고...술이 물처럼 꿀꺽 꿀꺽 넘어 가기 시작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얘기 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간이 흘렀지만 거기서 끝낼수는 없는 법. 당연히 2차를 내가 쏘겠다고 큰소리 치며 일어나 들어간 어느 술집은 지하에 위치한 자그마한 Bar 처럼 생긴 곳이었는데... 기타 소리와 함께 손님인지 연출된 가수 인지 모를 노래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처음엔 우리의 대화에 다소 부작용으로 다가 올까봐 크게 반기지 않았는데, 노랫소리를 듣고서는 박수도 쳐주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

 

같이 듣던 우리 중 한명 갑자기 일어 나더니 무대위로 가서 기타를 잡는다.  그리곤 노래를 뽑는데...아....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되나.. 이미 술은 마실대로 마신 상태 였지만 나는 무대 가까운 자리로 얼른 옮겨가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압권이라는 말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가 보다. 마침 부르고 있는 노래는 민중가요 중 하나였다. 처음 부른 노래가 무엇이었는지 생각은 나지 않는데, 기타 앞에 놓여진 악보는 민중가요 책이었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옆으로 가서 부르고 싶다는 노래를 신청했고, 그는 완벽한 기타반주를 해 주며 같이 불렀다.  처음엔 '인터내셔날가', 그 담엔 '지리산' 연이어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그 담엔 나의 권유로 '투쟁의 한길로', 그리고 그가 의연하게 불렀던 노래... 대중가요의 '사랑 했지만'(누가 부르는건지는 모름, 옛날 노래임)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손님에게 우렁찬 박수 소리와 카메라 세레까지 받아야 했다.  너무너무 멋있는 모습...저 사람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을 줄이야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감격에 겨워 한동안 정신없이 그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술기운 보다 훨씬 진하게 나를 사로 잡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나는 그 분위기에 압도 당한채 몇곡을 더 쌩으로 불러 제끼고.. 집이 지방인지라 적당한 시간에 파장 했어야 했는데 그 시간을 놓쳐 버린  일행 중 한명.. 그는 일체의 후회도 없이 마지막 코스로 우리를 인도 했다. 그곳은 어느 대학 앞, 오뎅 가게.. 시간은 이미 12시를 넘고 있었으나 오뎅가게 앞에선 사람들로 발디딤 틈이 없었는데 그 곳을 비집고 들어가 시킨 오뎅과 시뻘건 떡볶이...와~~ 그 맛은 가히 꿀맛이었다.. 맛있게 먹고 나와 아쉬운 작별...미숙한 글 솜씨로 그 감동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여전히 어젯밤 받은 감동의 여파는 쉬이 가라 앉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 꼭 적어 놓고 싶어 블로그 문 닫는다는 가히 폭탄 발언을 한지 삼일만에 문을 연다.  어디서 돌들이 날라와도 달게 맞으리라는 각오로... 하지만, 내게 그 돌들은 진심으로 애정어린 돌들이라는걸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까지 찾아와 내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걸 발견 하고는 참으로 감동하기도 했으니까..이것은 어쩌면 일생을 살면서 몇번 겪지 못하는 '행운'중의 행운이기도 하리라..그리하여 잠시 동안 내게 찾아 왔던 '폭풍'은 가라 앉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맙다. 모두에게..

 

쨌든 어제 나를 흥분의 도가니와 감동의 여파속에 몰고 간 그니를 꼭 밝히고 싶다.  그는 진보 블로그계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미류'였다고...

 

 

사족>>본의 아니게 블로그 가지고 장난친것 같은 발상을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어떤이가 그러더군요..아니, 쓰기 싫으면 안쓰면 되고 남들 보는게 싫으면 '혼자보기'를 누르면 되지 뭐하러 블로그를 닫았다 열었다 하느냐고..블로그가 무슨 죄가 있다고...이러더군요. 그 말이 딱 맞는 말이라는거..이 참에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암요~ 블로그는 아무 죄가 없고 말고요..^^ 

한가지 더! 문 닫은지 삼사일동안 근질 거리는 손가락을 견딜 수 없어 물어 뜯기까지 했다는..아...역시 블질의 '중독성'은 무서운건가 봅니당. 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