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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도리'..

지난 토요일은 한달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역사와 산의 정기 산행 날이었다.  정말 한달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는데...

 

 



이유는 두가지였다.  애를 볼 사람이 갑자기 출근 하게 되었다는거와 토요일 하교후 갑자기 아프다고 누워버린 아이 때문이다.  그래도 아빠만 있었으면 갈수는 있었는데 하필 그날따라 아빠까지 출근을 해버릴게 뭐람~ 하면서 반 포기를 하고 꼼수를 노렸다.  그래도 나는 애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엄마한테 하루쯤 맡기고 산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저히 아픈애를 엄마 한테 떠맡기고 떠날 수는 없었나보다.  열이 오르고 콧물이 주룩주룩 흘러 내리는 아이를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떠난들 마음이 얼마나 편하겠는가와, 정말 모질게 마음먹고 갔다면 사람들은 날보고 과연 '부모'의 자격이 있는건가 없는건가하는 잣대를 들이댈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잣대가 두려운건 아니지만 애를 키우면서 정말 말도 못하게 수없이 되뇌어 왔던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 '부모의 도리', 또는 '부모의 자격'이란 과연 무엇인가 말이다.  아픈애를 놔두고 내가 산에를 갔다면  나는 정말 나쁜 부모가 되는 것일까? 그 산행은 한달에 한번 가는 정말 기다리던 산행 이었는데 남편은 갑자기 바뀐 자기 일정에 내가 동조해 주지 않는다고 삐지기까지 하고.. 나는 한달 전부터 계획된 일이었는데 애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나는 기필코 가고 말았을 그 산행을...'돈'벌러 나간다는 일정에 맞춰 변경했어야 한단 말인가??(아마도 많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갖힌 사람들은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결론은 '웃기는, 말도 안되는 짓이다.'였다.  너 같으면 니가 한달전부터 세웠던 계획을 펑크내고 포기 할 수 있니?? 아마도 절대로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서 마음 약하게 먹으면 당연히 포기하겠지만 그 약하게 마음먹는 쪽은 언제나 '여자'일 확률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나의 불만은 여기서 부터 출발했고, 결국은 아이가 아프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가지 못했지만,  남편의 태도는 생각할수록 납득이 안된다.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으니 나보고 이해를 구한다고 하거나 미안하다는 말쯤은 했어야 하는게 상식이라고 보는데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양 의기양양 당연히 너의 산행을 포기해라, 는 식은 남편이라는 아니 어쩌면 '가장'이라는 또다른 이름의 권력을 행사하는것에 다름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행이 아이는 그 이튿날 언제 아팠냐느 듯이 나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너 어제 아픈거 말야..혹시, 꾀병 부린거 아냐?" "아니야~! 진짜루 아팠단 말야!!" 이미 시간은 지나 버렸다. 그것을 따져서 무엇하리...근데 정말 내가 산에 간다고 한 말을 들은 아침까지 멀쩡하다가 왜 오후가 되어서야 아파버린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연극'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도 '부모'라는 대열에 들어섰다는걸 실감했다. 애가 아프니 당근(이 "당근"이라는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제발!!) 내 일정을 포기하고야 마는, 어진 부모의 대열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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