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비오 게젤이 제안한 개혁의 순서에 대하여 아직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 쓴 글입니다. <개혁의 순서>는 다음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http://blog.jinbo.net/silviogesell/47
*이 글은 녹색당 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이 글은 다른 분이 올린 글에 답글로 적은 겁니다. 현재 녹색당은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입장이고, 그 분은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서 경제발전과 환경보호가 서로 받대되는 목표인 것으로 보고 있어서 그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한번에 이룰 수 있는지 얘기해보았습니다. 실비오 게젤 경제이론은 기본적으로 돈과 땅을 개혁하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좀 더 돈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합니다. 이런 방법은 좀 더 그림을 단순하게 만들어서 이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봅니다.
위에서 하시는 얘기 보니까, 경제발전과 환경보호가 무조건 서로 반대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듯 합니다.
경제를 살리자니 환경이 울고 환경을 살리자니 경제가 울고...답답하시죠?
이 두가지 목표를 한번에 해결해야 합니다.
일단, 초록주의 님 문제의식에 공감하구요
저도 기본소득은 해답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본소득은 기존경제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바로잡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픈 사람은 당장 통증만 사라진다고 하면
그것이 근본요법인지 대증요법인지 상관하지 않고 달려듭니다.
하지만 근본요법이 아니라면 병을 더 위험한 형태로 변형시키고 맙니다
녹색당은 기본적으로 생태주의에 기반을 두는 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은 생태주의와 무관합니다
당장 빈곤 실업 등으로 힘들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라는 처방을 복용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생태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소득불평등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건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돈이 부족한 건 돈이 순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이 순환하지 않는 건 돈에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돈에 이자가 붙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상품들처럼 감가상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쌓아둡니다
돈은 애초에 교환매개물입니다
이렇게 돈을 쌓아두면 교환매개물 역할을 제대로 못하죠
상품·서비스의 "교환"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는 게 경제입니다
그런데 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돈이 이자를 낳기 때문에
그 네트워크의 정상적인 흐름이 교란되고 마비되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이 더이상 이자를 낳지 못하게 하고 상품 수준으로 감가상각시키면 됩니다
이걸 지역화폐입문에서는 "노화하는 돈(aging money)"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돈은 더이상 한곳에 쌓여있지 못하고 계속 순환할 겁니다
당연하겠죠? 쌓아두면 손해인데 누가 쌓아두겠습니까?
지금 기업들이 쌓아둔 돈, 그러니까 사내유보금이 얼만지 아십니까?
2012년에 762조였습니다
돈에서 이자를 제거하고 정기적으로 감가상각시키면,
그러니까 이자로 증식해가는 돈의 불멸성을 제거해버리면 그 돈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겁니다
이게 진짜 개혁입니다
이게 진짜 혁명입니다
기본소득이요? 그런 걸로는 안됩니다
이 개혁은 두 가지 준비작업이 필요합니다
첫째, 서로 다른 나라 돈을 매개하는 제3의 돈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서로 다른 나라 돈이 직접 교환됩니다
이렇게 되면 위와 같이 했을 때 우리나라의 부富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겠죠?
여러분이 엄청난 부자라고 상상해보세요
한국정부가 원화를 위와 같이 개혁해버리면 그런 개혁을 하지 않는 나라,
즉, 이자를 여전히 주는 돈으로 갈아타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국제무역에서 서로 다른 나라 돈을 매개하는 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건 기존 미국 달러 기축통화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처럼 미국이 달러를 왕창 찍어내면 전세계경제가 좀 돌아가다가
달러를 회수해버리면 경제가 멈춰버리는 그런 미친 세계를 먼저 바꿔야 하는 겁니다
서로 다른 세포가 세포막을 경계로 안전하게 교류하듯이
서로 다른 나라의 경제가 교류할 때 서로 다른 돈을 매개하는 제3의 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둘째, 땅을 국유화해야 합니다
이거 안하면 돈이 땅으로 쏠리겠죠
사람이 만든 상품·서비스는 감가상각되는데 땅은 감가상각이 안되지 않습니까?
돈이 힘을 잃어버리면 돈이 땅으로 교체될 겁니다
그걸 예방하려면 땅을 국유화해야 합니다
(땅 밑에 들어있는 천연자원 역시 국유화해야 합니다)
요점은 이것입니다
1. 돈을 순환하게 한다
2.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게 한다
환경파괴는 돈이 이자를 낳기 때문에 생깁니다
돈이 이자를 낳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상품 서비스는 그 이자 이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산업은 점점 거대화 중앙집중화 됩니다
사업규모를 키워서 이익을 극대화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사업성격도 돈이 낳는 이자 이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제한됩니다
오염된 강을 치료하고 싶습니까?
"안돼!" 돈이 반대할 겁니다
은행에 넣어두면 꼬박꼬박 이자가 나오는데 오염된 강 치료하면 그만한 이자가 안 나오니까요
돈은 오히려 얘기할 겁니다
강을 파괴해서라고 이자 이상을 벌어들이라고.
모두가 돈의 노예입니다
오로지 돈만 불멸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돈의 폭주를 막아야 합니다
돈에 아주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고 우리 손으로 다루기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돈이 교환매개물 역할만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돈이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면 돈은 순환하게 됩니다
돈은 자본가들 호주머니에 쌓여있는 게 아니라 보통사람들한테 분산됩니다
경제권력이 분산되는 겁니다
돈이 분산되면 산업도 분산화되고 테크놀로지도 분산화되고 당연히 에너지생산방식도 분산화됩니다
왜 원자력이 필요합니까?
왜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시켜야 합니까?
거대산업 거대테크놀로지를 부양하기 위해서입니다
산업과 테크놀로지가 분산화되면 당연히 그런 에너지발전방식은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런 에너지발전방식이 초래했던 환경파괴도 현저하게 줄어드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와 환경 두 가지 목표를 한번에 잡는 해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