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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5월 발생한 ‘고려대 의대 성폭력 사건’이 일단락났다. 가해자들은 학교에서 출교당했고, 법원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파렴치한 가해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피해자의 깊은 상처는 여전하고 학교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성폭력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성폭력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공동체 문화와 반성폭력 교육의 부재로 짚고 구성원들의 근본적인 의식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는 법원 1심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루어졌음을 미리 밝힌다. |
반성폭력 연대회의에 대해서
연대회의를 어떻게 꾸리게 되었나
6월 초 사건이 언론에 공개가 되고 나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학내에서 소위 ‘명문’인 고려대학교 의대라고 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형성되었다. 그 때 가장 주된 담론은 가해자들을 추방시켜라, 가해자 3인은 고려대학교 명예를 실추시켰고, 그러므로 그들을 공동체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사실 의과대학은 그 자체로서 좀 문제가 있었다’라는 것도 있었다. 2006년에 병합된 보건과학대와 비슷하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나중에 병합된 형태이다. 때문에 ‘고려대학교라는 하나의 단일한 정체성이 있는데 의대가 사실은 원래 고려대와는 좀 다르지 않았냐’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 때 뜨악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피해자도 고대 의대생인데 의대 자체를 분리시키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같은 경우는, 개인적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는데 어쨌거나 출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었고, 그런데 출교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말하는 게 불편했다.
그러고 나서 처음으로 사건과 관련한 대자보들이 붙기 시작했는데, 출교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은 것을 보고 ‘아, 이대로 담론이 흘러가고 끝나버리면 좀 문제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6월 초만 하더라도 금방 출교가 될 줄 알았다. 너무 당연하게 출교를 얘기하고 학교 측도 딱히 거기에 대해서 언급이 없으니까.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면 안 되겠다 해서 학내에 여성주의 문제의식이 있는 <여학생위원회>’, 여성주의 교지 <석순>, 나는 <생활도서관> 측으로 모여가지고 ‘우리가 이걸 단순히 가해자 징계문제로 볼 수 없는 거 아니냐’, ‘사실은 고려대학교 내에서 성폭력이라는 것이 계속 있어왔는데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징계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징계만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처음에 얘기를 했다.
지금 학내 조직, 내지는 어떤 여성주의 문제의식이 있는 기구들이 고려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많이 부진한 상태다. 학내 학생운동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여러 단위가 같이 모이면 낫지 않겠냐 해서 연대회의 형식으로 해서 꾸리게 되었다. 사람들을 모으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에 대한 시야를) 좀 더 크게 보자해서 나왔던 게 토론회를 하자는 것이고, 한번쯤은 설문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성폭력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유형의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는지 총괄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사업을 하려면 아무래도 더더욱 사람들이 모여야 하니까 좀 더 연대회의체 형식을 가지는 모임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
참여단위는 <생활도서관>, <석순>, <여학생위원회>, <대학원총학생회>, <고대문화>, <전국학생행진>, <한국사 대동반>, <과학과 실천>해서 8개 단위가 참여하고 있고. 개인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정기적으로 회의에 나오는 사람은 6~8명 정도 되고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우리가 좀 더 모아서 한 20명 정도이다.
연대회의가 벌이는 사업과 활동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나
기본적으로, 적어도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방향성은 고려대학교의 남성지배적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고 그럴 때 사건이 해결된다, 성폭력이 해결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때 가서도 성폭력이 아예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지금 벌어지는 양상을 보면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나의 문제의식이다. 실제로 피해자 분도 보면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와 무관하게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고 있냐고 한다면 그게 순조롭지만은 않다는 그런 생각도 있어서 (공동체 문화의) 변화 자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어떤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냐가 문제의식이 되었다.
그럴 때 설문조사를 하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담론 내지는 이슈를 만들어내자는 하나의 목적이 있다. 예컨대 가해자가 설문지를 돌렸잖나. 그 설문지 내용을 보면 여성이 평소 문란했다 안했다 이런 질문이 있는데 학생들 반응은 마치 ‘아, 정말 가해자가 망나니다’ 내지는 ‘인간말종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럼 당신은 거기에 동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 당신이야말로 평소에 여성의 행실하고 성폭력 피해 책임을 연결시키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을 밝혀보고자 하는 거다 설문지를 통해서.
설문지 코딩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 공개되기 전이라서 확정짓기는 뭐한데 실제로 그런 대답들이 나온다. 노출이 심한 여성은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식의 답변이 나오는 걸 볼 때는 (성폭력과 남성지배적 공동체가) 연관성이 있고 그 연관성을 밝힐 때 여성주의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리 대자보를 통해서 가해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해도 꿈쩍도 안하더라. 그랬을 때 압박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뭘까, 바꿔 말하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뭘까라고 할 때 간접적인 수단으로써 설문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고. 나 같은 경우는 설문지를 전제로 생각을 한다. 근데 설문지 이것 자체로 힘이 많이 드는 거라서 이걸 하다보면 다른 것에 집중을 덜 하게 되지 않냐는 비판이 있다면 그 부분은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딜레마라고 표현하게 되던데 단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우리 역량이 있는가라고 한다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리 시위를 하고 해도 지형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지형을 움직일 만한 힘이 필요하고 그것 자체를 만드는 것을 장기적인 사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하는 것이 약간 있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구체적 사건은 분명히 있으니까 우리가 했던 것이 신속하고 단호한 징계에 대한 촉구를 말할 수밖에 없긴 하더라 중간에. 그래서 관련된 대자보를 부착했고 지금은 징계가 일단락이 났다. 지금 하고 있는 피해자 지지엽서 같은 경우에도 사건의 구체성을 놓치지 말자는 그런 의미이다. 그리고 장기적 사업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라면 어쨌거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니까. 그런 사업을 벌이려고 했고.
다시 큰 맥락에서 볼 때 여성주의 문화제나 토론회 간담회 내지는 공동공약 같은 경우는 여성주의를 환기시키는 하나의 작용으로써 하는 것이고. 반성폭력 자치규약을 말할 때에는 그것을 명문화된 하나의, 나 같은 경우는 그것을 헌장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헌장을 마련해가지고 고려대가 이런 것을 지향하려고 한다,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좀 밝혀보자고 생각하고 있었고.
올해 안에 이것을 다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시작하면서 많이 벤치마킹했던 게 연세대학교 쪽에서 했던 ‘여성문제를 고민하는 연세대 자치연대’라는 게 있더라. 여기 활동을 보면 학교 측의 구체적인 제도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2차가해 방지라거나 최선의 경우 반성폭력 교육의 의무화, 다른 단위에서 대자보에 썼던 의견인데 지금은 영어수업이 의무화되어 있듯이, 다른 학교에서 채플을 의무화하듯이, 지금 이 상황에서는 성평등 교육 또는 여성주의 교육을 학사과정에서 의무화, 제도화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걸 하기 위해서 다른 대학 사례를 참조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여태까지 봐온, 학교 측의 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입장에서 굉장히 구체적인 수준에까지 이것을 들이밀어야지 그때서야 학교가 이것을 검토해보겠다고 나오니까, 추상적으로 해라라고 해선 절대 안 되는 것 같아서 좀 길게 보려고 한다.
연세대 ‘여연자연’ 활동을 통해 반성폭력 자치규약이 학교 제도화 된 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여연자연에서 마련한성평등 자치규약이 전체 학생자치차원에서 제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것의 용어를 ‘표준 반성폭력 자치규약’ 정도로 잡는다면 고려대에는 그런 게 부재하다는 거다. 각 과반 단위 내지는 학회단위에는 존재할 지라도 표준을 삼을만한 건 지금 없다. 물론 하나의 표준을 제정하다보면 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법대는 없어지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경영대나 국제학부, 이공계 쪽은 여성주의 쪽의 자치규약을 만들 수 있는 역량도 없고 의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과반 자체에 맡겨둔다면 그것을 방기, 방치하는 게 되지 않을까. 언제든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표본을 만들어놔서 그것을 확립 내지는 성립시킬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을 여연자연에서는 어느 정도 달성을 했다.
여연자연에서 하던 다른 활동을 보면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 혹은 개정하려고 할 때 연세대학교 측의 성폭력 상담센터하고 여연자연하고 학교가 삼자대면을 해가면서 조율을 하더라. 그런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구체적인 성과까지는 내가 잘은 모르는데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었다는 자체, 구체적인 제정안, 개정안을 마련해서 들이밀었다, 제시했다는 자체가 괜찮은 것 같더라.
설문조사 사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처음 설문지할 때 문제의식은 고려대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여성하고 남성이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이는지 그것을 목표로 했다. 여성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할 때 이것을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학내 문화, 응원이라든지 FM, 과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차이가 있지 않겠냐 해서 그걸 드러내는 게 목표인데 여태까지 걷힌 걸 보면 학내문화 인식에서는 좀 실패한 것 같다. 다들 좋다고 해서. 그런데 인식부분에서는 (성별로 차이가 드러나서) 개인적으로 놀랐다.
질문의 편향성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거다. 순수하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기 위해 삼천 부씩 돌리는 건 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답변 자체를 우리가 미리 선정해 놓은 경우가 있기 한데 예컨대 주가 되는 질문들은, 정도를 물어보거나 그렇다 아니다를 물어보는 질문들이 거의 다수여서 문항 자체에 그렇게까지 소위 편향성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라는 것이 내 생각이고. 다만 처리과정 규정에 관련해서는 우리가 새로 만든 건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장담을 못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중립적이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고.
문항 뽑는 게 진짜 힘들었을 것 같다. 여성단체들과 연계해서 잘 하신 듯하다
설문지할 때는 여기저기 많이 물어봤는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여성가족부였다. 과거 석순을 검토하면서 언제 성폭력 실태조사가 있었는지 조사해봤는데 94년하고 97년 두 차례 있었는데 과거에 막 반성폭력 운동이 있었을 때. 그 때 이런 식으로 했구나 이런 문항들을 물어봤구나, 검토를 해서 참조했다. 여성가족부, 그리고 맥락적으로 물어보자 해서 개별적으로 만든 거다. 실제경험, 처리규정, 등 (설문조사를) 한 번할 때마다 문항을 굉장히 많이 물어보더라, 과거 설문지를 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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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폭력 연대회의가 기획한 피해자 지지엽서 (출처 : 반성폭력 연대회의) |
학내 여론과 활동
사건 경과하면서 학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게 변화하였나
초기에는 말씀드렸다시피 출교해라, 그리고 학교 명예를 더렵혔다, 명예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아까 빼먹었는데 명예를 더럽혔다, 그래서 회복해야 한다라는 그것이 정말 문제다라고 생각했다. 내 문제의식은 과거 성폭력을 가족의 명예로 보았던 것과 지금 학교 명예 문제로 보는 게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나, 내지는 분명히 유사하다라는 게 문제의식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명예로 보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피해자 치유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면 학교 명예를 회복한다는 관점 하나만 놓고 본다면 피해자도 같이 없어지는 게 가장 좋다, 내가 보기에는. 아예 사건이 없었다라고 보는 것이. 실제로 그래서 의대 자체를 고려대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정확하게 그 맥락과 일치하는 것이고. 그래서 명예를 중심으로 잡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 어쨌거나 지금까지도 그렇고 학내 여론은 명예문제로 많이 보고. 그러니까 이 사람들과 내가 같은 학교라는 게 부끄럽다, 그러면서 자기는 그렇지 않다라는 암묵적 전제를 깔고 있는 그런 반응이 굉장히 주가 되었고, 초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것은 일관된 하나의 큰 반응이고. 또 학생들 반응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굉장히 일치했는데 보도 되면 확 하고 잠잠하면 잠잠해지고 보도되면 또 하다가 그러다가 방학이 되면서 다 묻혔고. 내가 보기에는. 그러다가 퇴학이 될지도 모른다고 할 때 다시 달궈져가지고 출교되야 하지 않느냐라고 다시 출교문제로 대두가 됐다, 2학기 초에는. 한 3천 명 정도가 출교촉구서명에 찬성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
출교촉구서명운동은 어디서 주도한 것인가
표면적으로는 문과대에서 했고 실질적으로는 다함께 분들이 주도를 해서 출교촉구서명운동을 벌이셨고. 문과대에서 벌여서 문과대 과반 단위에서는 거의 다 참여를 했고 굉장히 많은 외부 단체에서도 지지서명을 해주셨다. 그건 어떻게 보면 학내 전체적으로 출교라는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공유가 부족해서 그렇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조금은 있고, 폭넓은 지지가 가능했던 게. 한편으로는 그만큼 성폭력을 거부해야 한다는 게 분명하지 않았나하고 생각한다.
학교 측의 반응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굉장히 적었다. 언론에서 과장한 건 분명히 있는데 공식 반응이라고 할 때는 일단 ‘신중을 가한다, 적법절차에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전부였다. 퇴학조치 그런 건 다 새어나온 거고. 그러고 나서 ‘출교를 한다’, 딱 그 두 가지밖에 없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한편으로는 늦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명히 피해자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분명히 중징계를 내림에 있어서 충분한 절차를 거친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비난하는 것은 좀 어렵다는 생각은 있다.
다만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개개 교수의 발언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들, 예를 들어서 ‘가해자들이 곧 돌아올 테니 잘 해줘라’라고 한다거나,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교수들이 ‘이거 사실 별거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학교 측에서 단속을 해야 했고 미연에 방지를 했어야 되는데 그런 것에 대해 거의 터치를 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설문지를 돌린다고 했을 때 강력히 제재를 했어야 되는데 방치한 부분은 분명히 학교 측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지속적인 의견표명,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징계절차는 비공개가 원칙인 게 맞을 텐데 이왕 공론화된 사건에 대해서 비공개를 한다는 것도 좀 어색한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마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할 때 그것이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듯이 공론화가 된 과정에서 이것을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한테, 그리고 다른 학생들한테 소외감 내지는 경계 짓기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건 좀 학교 측에서 실수를 한 게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양성평등센터의 역할과 관련해 가지고는 이번 사건에 한정짓는다면 양성평등센터에서 일을 못한 편은 아니다. (사건 직후) 필요한 조치를 하려고 노력했고 (절차대로) 60일 내에 결론냈고 가해자가 재심 신청했을 때 그것을 거부했고 피해자 신상보호를 굉장히 잘한 편이고. 의대에서는 이게 어쩔 수 없이 알려지더라도 일반 학생들은 피해여성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그런 경우에 있어서는 일을 잘한 편인데, 그럼 사건이 왜 공론화가 됐느냐 할 때는 가해자가 설레발을 치다가 공론화된 적이 있는데 그것까지 다 양성평등센터가 막을 수 있느냐고 할 때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 상식적으로 볼 때 가해자 측은 공론화를 두려워하고 피해자는 공론화를 할까 말까를 망설이는 게 일반적인 양상인데 오히려 가해자가 공론화를 시켜버렸다고 했을 때는 그것까지 다 양성평등센터에 책임을 묻긴 어려운데, 그렇다고 양성평등센터가 여태까지 해온 활동양상을 볼 때 다 잘 해왔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는 최소한 원칙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는 없었다, 라고 개인적인 생각은 들더라.
의대 말고 다른 단과대 교수들 중에 피해자를 지지하는 움직임은 없었나
설문조사를 하면서 좋았던 게 그런 어떤 학내에서 이걸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좀 포괄적으로 볼 수는 있었다. 문대 쪽에서는 좋은 반응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교수들이 아예 이 설문지는 필요한 거니까 좀 하고 수업을 하자 내지는 끝나고 이 설문지 작성을 하자 이런 식으로, (그 교수들께) 아 정말 감사드린다. 글쓰기 수업 같은 경우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가지고 한 번 토론을 해 보자, 글을 써보자고 해가지고 이 사건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반면에는 대체로는 무관심하다. 일단은 일단락된 사건이기도 하고, 방학이라는 기간이 아무래도 좀 텀이 있었으니까. 대놓고 이 설문지를 못하게 하는 분은 한 분도 없었다. 직접 허락을 받고 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보면 수거는 되긴 한다. 그리고 수거가 된다는 건, 체크가 되어 있다는 건 적어도 교수차원에서 하지 말라고 말리지는 않았다는 거니까.
아, 학생들 반응하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의외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열심히 체크를 해주신다, 라는 생각이 있었다. 반대하더라도, 가끔 설문지에 그런 문구가 있다. 불편하지만 그래도 한다, 라는 그런 밑글이 적혀있다. 그런 걸 볼 때는 관심들을 다 정말 많이 가지고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
총학생회나 자치단위, 운동단체들의 반응이나 활동 중에 소개할만한 것이 있나
좀 가벼운 것부터 말하자면, 가볍지 않기도 하지만 의대학생회가 이제 거의 처음으로 학내 전체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 사건에 관련해가지고. 그러니까 의대 학생회 같은 경우 거의 활동을 안 하는 곳이긴 한데, 거의 서비스, 학생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거의 그런 식으로, 그만큼 무너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거기서 입장발표를 할 때, 인정한 가해자 두 명 출교시키고 인정하지 않는 한 명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출교조치를 해버려 가지고 좀 민망해진 것 같다. 특이할만한 건 그 쪽이 하나가 있고.
그건 가해자가 부정하니까 이 사람은 혹시 덜 잘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의미인가
그런 거다. (법원판결) 나와봐야 아는 거 아니냐. 사실 초기엔 세 명 다 인정을 했다. 했는데 나중에 가서 부인을 하는 게 분명히 있었다.
학생정치조직을 본다면 고려대에는 <한대련>하고 <다함께> <학생행진>이 있고. 한대련은 이 문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학내 여론이 워낙 드세니까 발언을 안 하는 것도 좀 웃기다 내지는 부적절하다 느껴서 출교를 말했는데 말하자마자 출교조치가 되버려가지고 결국엔 아주 잠깐 동안 활동한 게 됐고. 다함께 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8월 중순 말부터 출교촉구를 요청했고 학생행진 같은 경우는 반성폭력 연대회의에 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편이다. 나는 회원은 아니지만 같이 활동하는 입장에서는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행진이 반성폭력을 말하는 편이고.
뻔한 얘긴데 단과대들도 행진계열이나 다함께계열이냐에 따라서 같이 논평을 내더라. 다함께 쪽이 잡은 데는 개별논평을 내기보다 연서 형식으로 하는 게 좀 더 많고 학생행진 쪽에서는 같이도 하고 따로 또 내고 그러는 것 같았다.
인상적이었던 건 개인자보도 몇 개 붙긴 했다. 개인자보들은 주로 출교처분을 말하는 거긴 했는데 정대 후문 쪽에 몇 개 붙었다.
연대회의가 총학의 특별회의 기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과정은 어떠했나
처음에 연대회의를 만들면서 느꼈던 문제의식이 어떤 대표성이 필요하다, 공인을 받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총학생회 산하 특별회의로 인준을 받아보자, 대표성, 정당성을 얻자 해가지고 6월 말에 중앙운영위원회에 들어가서 인준을 받으려고 했는데 안 열려가지고 계속 안 열렸다가 9월달에 열린 첫 중앙운영위원회에 들어가서 그 땐 아직 출교처분이 내려지기 전이었는데 사실 이 문제는 출교처분에서 그칠 일이 다니다, 징계에서 그칠 일이 아니고 포괄적인 사업이 필요한데 지금 학생사회에서 도맡아 할 수 있는 기구라던가 모임이 있느냐고 한다면 지금 부재한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가 중심이 되어가지고 맡아보려고 한다, 그래가지고 그 때 특별회의로써 연대회의를 승인 받았다.
인준 받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지 않았나. 총학 또는 중운위에서 떠맡으라고 했으면 어려웠을 듯 우리가 맡아서 하겠다 해서 마찰이 없지 않았을까
회의가 열리지 않아서 그렇지 열리고 나선 어렵지 않았다. 그걸 약간 어필하긴 했다. 이 문제에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기에는 모두 다 일이 많고 그러니까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하니까 설득이 수월하게 되더라. 사실 반대할 명분은 딱히 없지 않나 이 회의에 대해서. 그래서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기구인가
총학이 바뀔 때마다 들어가서 재인준을 받으면 된다. 광의총학생회 산하인 거지 지금의 집행부 산하는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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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18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발언하는 반성폭력 연대회의 김푸른솔. 반성폭력 연대회의는 10월12일 현대자동차 성희롱 피해자가 농성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앞에서 문화제를 연다. |
쟁점들 - 출교, 반성폭력 운동
파렴치한 가해자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출교’가 적극적으로 제기되었고 이루어졌다. 그러나 학생들이 스스로 반교육적인 ‘출교’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다라는 논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출교라는 쟁점에 대해 이어지는데 학내 구체적인 당사자로서 구성원으로서는 출교를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라고 해서 우리는 유보를 했다. 입장 차이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첫째로는 출교라는 것이 분명히 학교 명예회복이라는 차원과 굉장히 강하게 맞물리는, 쟁점이 있었고. 또 하나는 문과대에서 주도한 출교운동은 2006년 당시에 학생탄압으로써 출교를 사용했는데 왜 이들은 출교시키지 않느냐, 형평성 문제로 나온 거다. 두 가지가 가장 주된 쟁점이었다. 명예회복 그리고 형평성 문제.
정작 소외된 것은 이것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라는 그 쟁점은 소실되었다, 출교에 대한 요구에서. 그걸 너무 당연한 전제로 깔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왜 출교시켜야 하느냐, 반드시 왜 출교라는 최고 수위여야 하느냐라고 할 때는 그나마 그 쟁점은 있었다. 출교만이 가해자가 이 공동체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한다, 그래서 그걸 통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치지 못하게 만든다라는 피해자 보호라는 관점도 있긴 있었는데 이 쟁점이 확 부각될 때에는 적어도 이 관점은 부각이 안 됐었고. 그래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출교가 필요하다, 피해자 분께서도 말하신 거였고, 몇몇 여성주의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출교를 요구하신 분들께서 말하신 쟁점이 피해자 보호라는 쟁점이었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피해자 보호라고 말할 때 포괄적으로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칠 가능성을 차단해야하는 것과 동시에 2차 가해도 같이 방지하는 것이 포괄적인 피해자 보호라고 해야 할 것인데. 출교처분이 그 모든 것을 다 보장해주지는 못하는 건 분명하다. 오히려 출교처분을 시킴으로 해가지고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보완 같은 것을 완전히, 출교처분이 블랙홀처럼 다른 모든 쟁점을 다 빨아들여가지고 다른 것을 쟁점화시키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하나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징계수위를 정할 수 있느냐 라고 한다면 그것은 약간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면 거기에 대해서 이론적 실천적 무력감이 있는 것 같다. 구체적 징계에 있어서 뭘 말할 것이냐라고 한다면 출교는 곤란하다라고까지만 말하게 되고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정답이냐라고 말하는 데 있어서는 약간 무력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말하기도 좀 애매한 것도 있고.
다만 문제의식이 있다면 출교처분이라는 것이 분명히 고려대학교 구성원의 자격요건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분명한 전제 내지는 담론이 있는 것인데 그것이 여태까지 여성을 배제시켜온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군국주의를 말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일등시민이란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군대 갔다 오고 건장한 남성이 일등시민이고 거기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여성은 그러므로 동등한 시민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우리가 나와 같은 지위에 있는 인격체로 다룰 필요가 없다, 그래서 발생한 것이 성폭력 사건이라고 보는데.
6년 동안 동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적으로 대상화가 되고 함부로 만질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시피 출교라는 것은 같은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구성원이라 함은 이러이러한 자격요건이 있다고 할 때 이것이 여성을 배제하는 그 논리하고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차원으로 간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엔 이런 유사성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학생사회에 설득을 하느냐 문제에 있어서는 설득이 잘 안되는 게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보에서 그것을 전면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약간 피해가려고 했던 게 있고. 어쨌거나 나는 출교를 유보가 아니라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인데 그런 하나의 쟁점이 분명히 있고.
또 하나는 출교처분이라는 것은 학생의 입학기록을 말소시킨다고 할 때 그것은 분명히 거짓이고 사실왜곡이다라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이 공동체에 들어온 적이 있다는 것은 이 사람도 공동체의 일부였고, 그러므로 이 사람이 잘못, 특히 구조적 성격을 지닌 잘못, 성폭력이라는 것은 개인이 변태성욕자라거나 내지는 주체하는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의 소유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폭력 교육의 부재가 있는 것인데. 그 개인이 공동체에서 속했던 적이 없다, 입학기록을 말소시키겠다는 상징적인 의사표시로서 출교를 한다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는 게 적어도 내 입장이다.
다른 입장에서는 아까 말씀드린 학교 명예문제, 학교 명예문제는 문과대 측의 논리는 아니었고 일반적인 학생의 여론 내지는 외부 여론은 고려대학교 명예를 위해서는 출교시켜라하는 게 분명하게 있었고 형평성 문제가 있었고 피해자 보호 문제가 있었는데. 반드시 응답해야 할 부분은 피해자 보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명예문제는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고 형평성 문제는 좀 과하게 말하자면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출교생 본인들도 2007년 당시에는 출교조치 자체를 학칙에서 삭제시키자고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는 출교를 시키자고 말을 하는 것은 분명히 내재된 모순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경우는 그분들도 논리적 허점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국엔 피해자 문제가 필요한 것인데 정말 구체적인 처벌문제로 들어갈 때에는 언제나 피해자 보호는 필요할 것인데 모든 성폭력에 있어서 출교를 할 수는 없는 거잖나. 이 경우는 소위 중대한, 성 폭력에 있어서 단계가 있다고 말하기는 우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단계를 구분 짓는 게 있을 때 예를 들어서 통상적인 표현을 빌자면 단순 추행이라든가 성희롱 같은 경우도 분명히 피해자 보호가 필요한데 그걸 다 출교시키자고 할 때는 안 될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
피해자 보호라고 할 때는 오히려 제도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예를 들어서 같은 수업을 듣지 않도록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한다거나 가해자에 대한 필수적인 반성폭력 교육 이수과정을 신설하는 게 피해자 보호에서 실질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고 대신 사건이 중대하다고 한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학교를 다니는 시기를 분리시키는, 그러니까 5년 동안은 가해자가 학교를 못 다닌다거나 그런 측면을 집어넣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은가. 무조건 출교만을 말하는 것이 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분명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 같지만 많은 스펙트럼 상의 사건을 본다면 오히려 한계적이다라는 것이 하나가 있고.
이건 정말 개인적인 의견인데 나 같은 경우는 사회변혁이라는 것을 말할 때는 개인의 변화가능성을 전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할 때는 가해자들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그러니까 (가해자를) 반성의 주체로 봐야지 여성주의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확보를 포함하지만 한편으로는 남성주체의 반성도 포함해야지 그래야지 관계맺음이 성립된다고 할 것인데 남성주체의 반성을 출교조치는 완전 차단을 하는 거다. 너는 반성의 여지가 전혀 없으니까 이제 일말의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표현이라고 본다. 그래서 물론 반성이라고 할 때 저는 반성합니다라는 한 마디를 하면 바로 복귀시킨다 그런 게 아니라 충분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이 사람이 정말 변화가 있다고 한다면, 변화가 없으면 그냥 다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데. 변화를 보이려고 할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끌여들여주는, 가능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영구적으로 공동체에서 배제시키는 그런 조치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것이 정말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약간 하게 된다.
많은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 교육을 강제할 때 단위가 그것을 얼마나 강제할 수 있느냐 문제도 많이 있었고, 그것을 설사 가해자가 받아들인다고 했을 때에도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진짜 반성이나 변화가 있는지 굉장히 의문스럽다
나도 좀 구체적인 사건들을 접하면서 정말 안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거기서 느낀 건 교육이라는 것은 개개인에 대한 교육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결국에는, 너무 궁극적이고 추상적인 목표들만 말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사회전체에 대한 어떤 재교육 내지는 재구성이 있어야지, 그래야지 재교육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가해자 한 둘 데리고서 이렇다 이렇라다고 설명을 해봤자 그들이 사회에 돌아왔을 때 다시 어떤 성폭력적이고 여성억압적인 분위기가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도 가해자가 잠시 반성의 뜻에서 조용히 지낸다거나 하고나서 다시 공동체 복귀나 발언을 하려고 할 때 무리 없이 그걸 사회에서 받아들이니까 오히려 가해자 입장에서도 다시 (성폭력적 행동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진보넷 블로그 상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쟁점으로 논쟁이 된 바 있는데 그 중에서 운동권이 의미있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학내 지형이나 구도를 유의미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그런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비판하시는 분은 출교처분을 사건 종결로 보시는 것 같다 사실. 그리고 이후의 활동은 다 무의미하다라고가 보시는 건데. 입장 차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출교처분 나올 때 까지 유의미한 결과를 못 이끌어 냈다, 그건 맞는 것 같다. 출교처분에 대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데 있어서 반성폭력이라는 추상적인 내지는 멀 수도 있는 목표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학교 측에다가 이런 걸 해라, 또는 학생사회에다가 이렇게 이렇게 해야한다고 해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한 건 맞다. 시도를 하기는 했는데 안 움직인 건 맞으니까 못했다라고 평가를 하면 맞으니까 그 비판은 맞는데. 앞으로도 무의미할 거다라고 말하는 것은 해봐야 안다고 생각하는데, 해봐야 안다라는 대답을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것 같더라.
과거 대학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성폭력 사건 ‘대책위’를 꾸려 활동한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연대회의는 이러한 활동방식과는 어떤 점이 같고 다른가
우리 같은 경우는 대책위원회나 특별위원회라고 이름을 짓지 않고 연대회의라고 이름을 지은 데서는 그렇게 구체적인 사건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것보다는 좀 더 거시적으로 보자라는 게 하나 있었고. 현실적으로 보자면 학생사회에서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자가 여학생위원회로 가져오지 않는 다는 거다. 오히려 양성평등센터에 가거나 과반에서 처리를 하거나. 그럴 때 우리가 도맡아서 하는 게 가능하지 않고 연계가 잘 안되는 게 있고. 실제로 한분한분이 오신다고 할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업무과중이 될 거 같고. 그래서 그건 오히려 양성평등센터나 과반 단위에서 그걸 해결해나가는 게 더 맞지 않는가 한다. 특히 연대회의라고 한다면 학생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거라서 구체적인 과반, 가해자와 피해자가 맞닿아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반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대책위라는 것을 결성해서 활동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서는 분명히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지금 잘 되고 있느냐라고 한다면 약간 구분하자면 개인들이 못했다기 보다는 그만큼 지금 학생사회에서 자체적으로 무언가를 해내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 의과대에서 자체적으로 한 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의대생들 개개인이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맡아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안타까운 면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우리 같은 경우는 넓게 길게 봐서 궁극적으로는 대학생 자치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는 나을 수 있다. 노동운동 부분에 대해서 학생들이 공감대를 결여하고 있으면 여성주의로 강하게 밀고 나아가가지고 다시 그걸 연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입장이 될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여성주의하고 노동운동은 뗄 수 없다고 생각해서 한 쪽에 관심사가 일어나면 다른 쪽도 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대두되고 있는 이슈들을 볼 때 학생사회 내에서는 노동분야가 관심을 잃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가치 평가를 하는 게 아니고 아쉬움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러고 있다는 것은 인정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계속 학생사회에서 여성 남성 관계에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니까 여기를 오히려 파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은가라는. 특히 학생사회 내에서는 반성폭력 기구 내지는 활동을 통해서 포괄적인 학생사회의 재구성을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대책위라는 것도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정말 긴 얘긴 것 같긴하다.
과거 97년 <안암성폭력 근절하기 연대회의>가 있었는데 아쉬운 점은 활동하셨던 분들하고 우리하고 하나의 단절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활동을 하셨는지 기록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간신히 찾은 것을 보면 그 분들이 하신 게 반성폭력 학칙, 자치규약이 아니라 학칙을 마련하는 운동을 하셨는데 그 당시로는 그게 최선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성과를 남겼기 때문에 <양성펑등센터>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도 이 사건이 피해자 보호라는 것이 최소한이라고 이루어졌다고 생각을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 때 활동하셨던 분들의 개인적인 한계라기보다는 그 이후에 지속되지 않은 한계에 대해서는 궁금하다 왜 지속되지 않았는지. 자료가 부족하다.
최근 가해자 처벌 중심에 대한 비판 등을 반성폭력 대책위 운동의 한계로 들며 대책위 활동을 하지 않는 경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원칙적으로는 동의를 하는데 이론적 실천적 무력감이 분명히 있다 구체적 사건에서. 그것을 다른 단어로 ‘그게 중요하지 않다 내지는 핵심적이지 않다’라는 표현으로 피해가는 것은 오히려 부정직한 것 같고 무력한 부분이 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대책위 활동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히 필요한데 한편으로는 분명히 대책위를 하다보면 징계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것이 있지 않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것 같은데 확실한 해결책이 있는가라고 하면 아직 없다라고 인정하고 들어가고.
근데 우리는 알리바이가 있는 게 학생사회에는 너무 많은 게 무너져가지고 ‘실질’적으로 뭔가를 못한다고 변명이 가능하다 뿐이지 실제로 이게 활발하게 잘 되가지고 대책위가 여기저기 형성되어 있다고 할 때 연대회의란 게 따로 있을 때, 일단 따로 있는 게 과연 맞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고. 연대회의가 과반과 적극적으로 연계해서 과반에 여성부가 있다고 한다면 여성부가 모인 게 연대회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회복이 된다고 할 때 오히려 그렇게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대책위들의 모임이 연대회의가 되는 그런. 1차적으로 가해자가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것이고 피해자가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인데 좀 고민을 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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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폭력 연대회의에서 기획한 피해자 지지엽서 |
고민과 이후 활동계획
앞으로 연대회의에서 교육도 할 생각이 있나
지금도 여학생위원회에서는 주체학교라고 해서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정말 넓게 잡으면 (교육을) 제도화하는 걸 목표로 잡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검토 내지는 분석이 들어가야 한다. 지금 현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육을 굳이 연대회의에서 하기보다는 다른 단위에서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제도를 만든다든지 이런 게 더 목표가 될 수 있겠다
과반단위에 그 과제를 부과하는 거다. 이런 걸 보장해라. 내가 생각하는 건 영상제작 같은 걸 고려하고 있다. 이걸 올해 내에 다 하겠다는 건 아니고. 로드맵이 좀 필요한 것 같더라. 영상이라는 건 어떤 측면이 있냐면 예컨대 단과대에서 이걸 설명할 수 있는 아무도 능력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대신 설명해야 한다, 그땐 영상을 틀어야 한다는 게 있다. 내 딴에는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건데 일이 많아지기는 하고. 우리가 다 해야 하냐라고 했을 때는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실질적인 고민이고. 진보넷 논쟁에서 끊임없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생운동의 역량이 생각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많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공동체로 안전하게 복귀할 것인가, 치유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사건처리 과정과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데 부족했다. 현재 그런 고민은 어떤 차원에서 되고 있나
치유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치유한다고 할 때 개인 차원에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자체의 변화 없이는 치유와 과정 역시 완결됐다라고 말하는 것이 기만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길게 보면 이 모든 활동이 필요한 건데.
그럼에도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어떻게 할 거냐고 했을 때 어려움에 대한 토로일 수도 있는데. 의과대학 쪽은 사실상 학생자치가 다 무너졌다고 해도 될 텐데, 그쪽하고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그래서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 피해자 지지엽서이고, 대자보를 붙이거나 설문조사를 할 때도 반드시 의대를 포함시키는 거다. 평소에 학내 자보를 붙일 때는 1개나 2개 를 붙인다면 별거 아닌 걸 수도 있는데 의대 쪽에 필요 이상으로 우리가 붙이고 신경을 쓸려고 노력하는 건 있는데 그것 이상으로 뭘 했냐고 한다면 우리도 부족한 게 있었던 것 같고 워낙 상황자체가 어려운 것도 있었던 것 같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도 있었던 것도 있다.
피해자 지지엽서는 어떻게 받고 있나
강의실 가서 수거하는 것도 있고. 행사 참여해서, 얼마 전에 여성가족부 앞에서 현대차 아산 성폭력 피해자 투쟁하는 곳에 가서 문화제 같은 거 있을 때 가서 지지엽서를 받기도 하고 부스 차려서 학교 교양관 앞에서 받기도 하고 해가지고 100~200부 정도 받아가지고 전달해드리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활동계획과 고민을 말씀해 달라
10월12일에 여성가족부 앞에서 전국학생행진하고 같이 문화제를 하려고 한다. 굉장히 구체적으로는 그게 있고. 설문지는 계속되고 있다. 자랑이긴 한데 74%정도 끝나가지고 5천부 중에 3천부 수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2천2백부 정도 수거가 되가지고 서로 좋아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 중간고사 끝나고 나서 설문조사 결과 발표, 할 때 문제되는 지점들 부각해서 그 결과를 토대로 해서 성폭력 간담회나 토론회를 10월 말에 한 번 열어보자고 단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구체적 사건에서는 환기되는 효과들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해서 관련될 수 있는 활동을 짜고 있다면, 이번 학기가 지나면 이렇게 빽빽하게 활동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고.
여태까지 무슨 활동을 해왔는지 검토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여학생위원회가 어떻게 활동해왔고, 왜 총여학생회에서 여학생위원회로 넘어갔는가, 여태까지 있어왔던 반성폭력 활동은 어떻게 해서 시작이 되었고 끝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를 해가지고 방학이나 그럴 때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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