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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정부의 전략
2011년에는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고용전략 2020’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 하나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전략 2020’의 목표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률 70% 이룰 것”이라는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서 잘 드러나듯 비정규직의 전반적 확대이다. 명시적 실업률을 낮추는 동시에 노동유연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기존 비정규직이 주로 기간제나 파견제 위주였다면 노동시간을 자본의 입맛에 맞게 쪼갠 시간제 일자리는 노동시간 감축에 비례해 임금도 감소한다. 결국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귀결된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과 여성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에서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질질 끌어왔던 비정규법 개정을 통해 기간제한 없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업종을 확대하고, 불법파견이 활발한 업종을 파견허용업종으로 변경하여 파견·간접고용을 전 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불법파견 투쟁의 근거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법·제도 통한 노조무력화 공세 이어질 듯
작년 타임오프제 강행을 통해 보여주었듯이 정권 차원의 노조무력화 공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새해벽두부터 타임오프를 이면합의한 노조간부들을 형사처벌하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12월31일 단체협약 시정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포항·경주 지역 7개 금속노조 지회가 입건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적처벌은 기아자동차와 같은 대공장노조를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단순한 압박용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1천명 이상인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타임오프 이면합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며 관련한 사이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내부고발 및 제 3자의 고발을 받을 계획이다. 이외에도 ‘3대 쟁의질서 개선과제’로 ‘생산라인 점거, 불법 피케팅, 공격적 직장폐쇄’ 집중지도를 통해 현장투쟁을 직접 통제하고 탄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1년 노사관계의 핵심, 복수노조 허용
올 7월1일부터 기업별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97년 민주노총 합법화와 함께 초기업별 복수노조, 즉 산별노조는 인정되었으나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은 14년째 유예되어왔다.
노동자들의 복수노조 요구가 거셀 때 자본은 복수노조 허용의 문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서로 맞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법 개정안 논쟁이 한창이었던 2009년 말에는 자본가들 사이에서도 복수노조를 둘러싼 이견이 존재했다. 당시 경총은 “복수노조로 인한 혼란과 폐해는 노사관계 불안을 조장하고 기업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진다며 완곡하게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복수노조 허용을 찬성하며 ‘복수노조 3년 유예’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경총의 입장에 반발해 경총을 탈퇴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친자본 성향의 이경훈을 지부장으로 한 노조를 두고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현재의 노사협력 분위기를 깰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자칫 사측에서 다른 노조를 지원했다가 현재 노조 내 온건·합리파까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자본가들은 복수노조 시대에 대응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여기서 핵심은 교섭창구단일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노사관리 비용상승과 혼란이 우려되었지만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통해 일정정도 해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가들 사이에서는 노조설립의 최소요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가 실시되면 우선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단일화를 하게 된다. 하지만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과반수이상의 노조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과반수노조가 없을 때에는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리게 된다. 그러나 조합원 수가 10% 미만인 노조는 공동교섭 대표단에서 제외되므로 소규모노조는 설립되더라도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보장되기 어렵다. 또한 개정된 노동법에 따라 지금과 달리 초기업노조 역시 이러한 조건을 따라야 하므로 금속노조나 보건의료노조 등의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가 교섭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조직노동운동
민주노총은 큰 틀에서 2011년을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둔 시점으로 파악하고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민중복지”를 핵심사업 목표로 잡고 있다. 상반기에는 최저임금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하는 임금투쟁’을 집중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과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등 노조법 재개정을 위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노동관련법 전면 재개정 범국민본부’(이하 ‘범국본’)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제출한 계획에는 기층을 조직하고 투쟁을 지원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대신 상층중심의 이슈화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노총이 5월까지 구성할 예정인 범국본은 사실상 시민사회단체, 야당을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현장에서 교육과 투쟁을 조직하는 계획보다 야당과의 연대사업이 핵심이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일정은 2012년 대선을 준비하는 흐름 위에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연대에 편승하여 대선 이후의 위치를 보장받을 심산인 듯하다. 때문에 상반기에 집중하는 최저임금투쟁 역시 ‘대국민 캠페인’을 통한 이슈화에 그칠 것이다.
대공장 정규직 운동
지난 1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점거파업을 진행할 당시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아름다운 연대”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투쟁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정규직 집행부 몇 명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지부의 연대파업 찬반투표 부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규직 조합원들 내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통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올해 현대차지부는 단협갱신을 앞두고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를 한꺼번에 직면하게 되었다. 남은 임기동안 “혼란보다는 안정을 위한 집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이경훈 지부장의 발언이나 2년간 무쟁의로 임단협을 마무리한 것으로 볼 때 타임오프를 이면합의한 기아차지부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대공장 정규직노조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법 개정 논란이 한창이던 2009년 말,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소식지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어용노조가 설립되어 기존의 ‘건강한 계급적 노조’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복수노조를 찬성하는 민주노총의 입장과 반대되는 것으로 대공장노조가 안정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임오프제와 마찬가지로 복수노조에 대한 대공장노조의 불만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안정된 교섭력을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및 투쟁사업장
2010년 7월,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은 그 동안 침체되어 있던 대공장 사내하청 투쟁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열망은 폭발적인 노조가입과 자발적인 현장투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동성기업 노동자 해고로 촉발된 1공장 점거농성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사내하청노조로 이어져 현대차 비정규직 공장점거 직후 GM대우비정규직지회는 부평공장 정문 위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독자적인 교섭력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규직노조 통제의 벽을 뚫지 못했다.
때문에 2011년 대공장 사내하청운동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아직 대중적 투쟁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현대차에서 노조를 확대강화하고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과를 쟁취한다면 이후 비정규직 투쟁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생존 위한 대기업 구조조정
한진중공업 부산공장에는 2009년의 쌍용자동차처럼 정규직의 정리해고가 예고되어 있다. 2년 동안 선박을 수주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사측은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노조에 통보한 상태며 5일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노사협상 재개로 연기한 상태다.
한진중공업은 2010년 초에도 4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발표했으나 노조는 인위적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선박수주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다. 하지만 이후 3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해고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정규직 정리해고가 추진되고 있다. 이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집중하여 세계 조선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으로 철회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현재 노조의 입장은 투쟁보다는 야당과 연계한 정치적 압력을 통해 구조조정 규모를 최소한으로 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다시 대공장 정규직의 투쟁이 터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조직분야에 노조건설 흐름 이어져
최근 몇 년 동안 공공기관과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결성과 그에 따른 투쟁이 활발했고 2011년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동국대 미화노동자들이 본관점거와 삭발투쟁을 통해서 복직했다. 최근에는 홍익대에서 용역업체 계약해지로 해고된 174명의 미화노동자들이 본관농성을 하고 있다.
한편 전북에서는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버스노조들이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근로기준법 준수를 쟁취하기 위한 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노총 간부들이 자신들의 급여만 인상하고 조합원들을 무시한 것에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직장폐쇄와 시도 관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농성과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장기투쟁사업장
G20 국면에서 기륭과 동희오토 투쟁이 정리된 이후 수도권에는 GM대우비정규직지회와 학습지노조 재능지부가 남아 있다. 기륭과 동희오토의 경우 복직에 합의가 되긴 했으나 유예기간이 길기 때문에 향후에 합의내용을 강제하는 투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GM대우비정규직지회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현재 벌이고 있는 공장정문 고공농성과 지회장 단식을 진행 중이다. 재능지부의 투쟁은 3년을 지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사측은 노조의 뿌리를 뽑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있다는 이유로 해고를 일삼고, 현장에서 노조탈퇴를 위한 공작이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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