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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한반도]2011년 : 평화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 분류
    The FocuS
  • 등록일
    2011/01/26 13:52
  • 수정일
    2011/01/26 13:52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천안함 이후 남북관계

 

작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천안함사건이 일어나기 직전만 해도 보스워스 미국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고 6자회담 재개와 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해빙무드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사건은 이 모든 것을 무로 돌려놓았다. 정부는 아직도 천안함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증거들에 대한 반증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천안함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된 바였다. 조중동 등 우익언론에서는 처음부터 이를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북풍몰이를 했지만, 실제로는 선거를 앞둔 의혹제기에 그칠 뿐 명확히 북한의 소행이라고 규정하진 못하리라는 것이 대다수의 예측이었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예상을 깨고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못 박는 무리수를 두었다. 때문에 남한정부는 끝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국제사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이후에도 남북관계 악화는 계속됐고 마침내 지난 11월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졌다. 12월20일 남한이 연평도 해상사격 훈련을 강행하면서 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 조성되었다.

 

 

오락가락하는 MB 대북정책

 

클린턴 정부에 이어 등장한 부시정권은 집권초기부터 대북강경 기조를 내세웠다. 부시정권은 클린턴 정부가 북한 핵에 대해 지나치게 무른 대응을 했다고 비판하며, 사실상 북한을 고립·압박·붕괴시킨다는 전략을 사용했다. 미국 정부는 인권단체들을 지원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불러왔을 뿐이었다. 결국 이라크 전쟁에 지친 부시 정권은 정권 말기에 들어 북미대화를 시작했다.
북미 화해무드는 2007년 영변 핵시설 폭파에서 정점을 이뤘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는 다음 정권에서 “북미정상회담→남북정상회담→남북평화협정 체결”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졌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 남한의 보수 세력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한나라당은 새로운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을 제출했는데, 이 정책은 ▲비핵평화체제 착근 ▲경제공동체 형성 ▲통행·통신협력체제 기반 구축 ▲인도적 협력·지원 ▲인권공동체 실현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여 햇볕정책의 내용을 상당부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명박이 후보시절 제시한 ‘비핵개방 3000’ 정책도 사실상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다. ‘비핵개방 3000’은 쉽게 말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회창은 이명박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를 출마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부시 정부나 조중동 등 국내 우익세력이 주장하는 붕괴론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주도자들은 자신들이 대북강경주의가 아니라 중도실용주의자라고강조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지지자들은 이명박의 대북정책이 북한 핵의 선(先)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비핵개방 3000’이 북핵의 선폐기를 배타적으로 주장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비핵개방 3000’은 2007년 당시 북핵의 단계적 폐기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서 핵 폐기 단계에 맞추어 북한을 지원을 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문제는 MB정권의 외교노선의 근간이 기본적으로 친미주의라는 데에 있다. 비핵원칙도 사실상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당시에 어느 정도 실용적으로 보였던 대북정책이 미국의 노선 변화에 따라 오히려 강경정책으로 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질서가 미국과 중국의 양강 대결구도로 재편되면서 한반도는 이들 양대 강대국 사이에 끼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노무현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점차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여전히 군사·경제·문화적으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군사·외교적인 독자성을 가지겠다는 노선이었다.
반면 현재 MB정권의 외교안보 정책담당자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태도는 결국 남한이 기댈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는 신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친미 노선은 결국 미중 대결구도가 강화될수록 점차 중도실용이 아니라 대북 강경책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 강화를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정책기조의 변화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조중동 등 우익언론은 즉각 북한정부의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고 몰아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하지만 이명박이 최초로 보인 반응은 신중하게 대처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조중동 등 우익세력과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남한의 우익세력은 사실상 미국 부시정권과 같은 북한 붕괴론과 흡수통일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사실상 네오콘의 노선과 동일한 것이었으며 부시 정권에서도 임기 말기에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철회한 것이었다.
세계 양대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한 북한 정권이 90년대 초반 동구권 국가들처럼 급작스럽게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와 직접 국경을 맞대기 싫어하는 중국은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 정권의 붕괴를 막고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하며 북한을 완충지대로 활용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았던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은 중국의 만주개발과 함께 엄청나게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 등 우익언론들은 줄기차게 북한 정권이 불안하다는 보도를 쏟아내 왔다. 그리고 최근 3대 세습이 결정된 이후 이러한 보도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보가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보도가 얼마만큼 사실일지는 거의 알 수 없는 일이다.
조중동 등과 MB정권의 차이는 결국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집권세력과 이데올로기 세력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연평도 사태이후 MB정권 역시 “주시해야 할 것은 북한 지도자들의 변화보다 주민들의 변화”라거나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이 잘 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중대한 변화. 통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북한의 급변사태를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정권의 태도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미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결과는 오히려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오바마 정권은 국내 문제에 있어서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대외정책, 특히 중국과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들은 카터 정권 이후 안보문제에 약하게 처신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화당에 주도권을 뺏기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민주당 안에도 북한·중국·이란에 대해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기류가 만만치 않게 존재하고 있으며,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클린턴 정권이 너무 밀린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면서 중간선거 패배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실제로 작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정권은 북한에 대해 압박으로 일관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집권 초기부터 인권문제를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중간선거는 민주당의 패배로 돌아갔지만,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경쟁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을 군사·경제적으로 견제, 압박하고자 하는 미국의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 중국-북한 vs 한미일 삼각동맹

 

중국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만난 가장 강력한 적수로 성장하고 있다. 소련은 애초부터 경제적으로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결국 무리한 군비경쟁 끝에 붕괴했다. 한때 경제력에 있어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했던 독일이나 일본은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어 있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플라자 합의 같은 인위적인 환율조정을 강요하여 이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을 둘러싼 중미의 대립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중국은 독일·일본과 달리 중국은 미국에 고분고분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현재의 추세라면 중국경제는 15~20년 내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군비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경제에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더 성장하기 전에 최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 놓으려 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미사일방어체제(MD)를 고리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판 나토(NATO)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유라시아 대륙의 양끝에서 잠재적인 적대국들인 중국·러시아·이란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 단계로 한일군사협정 체결 등이 필요하지만 반일정서가 강한 남한에서 유사시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등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한일군사협정이 사회적 동의를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강화는 미국에게 있어 그러한 구상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다. 만일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어 남한 국내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등의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천안함 사태이후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에 대해 일체의 회담을 거부하고 계속 압박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여오고 있다. 최근 군사적 긴장이 극에 오른 상황에서 한일군사협정 체결 논의가 오고가고 있다는 것은 한반도 긴장 강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미국정부의 이러한 태도야 말로 북한으로 하여금 연평도 포격과 같은 강수로 군사·외교적 압박에 대응하도록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과 중국의 유착관계는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북한 정권의 핵에 대한 집착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까

 

하지만 미국과 남한의 입장에서도 이런 식의 대결구도를 계속 밀어 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미국의 <폭스뉴스>는 북한이 이란과 공동으로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중동이나 다름없는 <폭스뉴스>의 보도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보도는 북한의 핵기술이 이란으로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불안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자체는 미국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지 못할 수 있지만, 북한이 이란에 핵시설을 제공하여 이란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이는 여전히 중동에 우선적인 전략적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남한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의 불안과 안보문제의 부각은 오히려 보수파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미 6·27 지방선거 결과는 북풍이 더 이상 먹히지 않으며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정권 인사들 대부분이 군면제자인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의 강화는 정권의 안보무능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에서조차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한자본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이미 개성공단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음에도 노동력과 시장을 중국에게 뺏기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또 남북관계의 불안은 시장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게 하여 주가가 폭락하는 경제적 혼란을 빚을 수 있다.
북한의 평화공세 역시 부담이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회담 재개를 주장해왔고 남한과 미국이 여러 가지 이유로 회담을 거부해왔다. 1월5일 북한은 다시 한 번 무조건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거듭된 북한의 외교 공세는 현재 한반도 불안의 원인을 미국과 남한의 책임으로 돌리는 효과를 낳고 있다.
전쟁 각오를 다지던 이명박이 6자 회담 수용 입장을 갑자기 밝힌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역시 일단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긴장관계가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1월19일로 예정된 중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련된 모종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평화에 대한 열망

 

MB정권은 원래 작년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남북관계의 극적인 반전, 국내 정치권과의 통 큰 화합을 통해 이명박을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부각시켜 집권 후반을 화려하게 장식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내일신문>에 의하면 “보수인사 중심이었던 대통령 외교안보자문단도 중도나 개혁적 전문가까지 포괄해 개편하는 안을 확정짓고, 명단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남북관계가 안정화될 때, 남한자본이 얻는 이득은 상당히 크다. 남북관계의 불안 때문에 남한의 주가가 항상 실제보다 저평가 되어 있다는 소위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한반도의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평화를 요구하고 있을수록, 평화에 대한 갈망이 높아질수록, 북한문제가 대선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미국이다.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계속 바라고 있는 한 남북관계가 당사자들의 이해만을 가지고 풀리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이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정권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과 평화회담 공세 등 당근과 채찍 전술을 통해 대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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