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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도 죄가 되는 세상
지난 3월 27일 서울 서초경찰서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26일 오전 10시 <기아자동차 구속․해고․고소․고발 현장대책위>(이하 ‘기아차 현장대책위’) 대표 이상욱 조합원이 체포된 것에 항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아차 현장대책위와 구속노동자회를 비롯해 10여개의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여 경찰의 이상욱 조합원에 대한 체포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상욱 조합원은 지난 2008년 기아차 사측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염두에 둔 일방적인 전환배치에 항의해 해고․구속까지 된 바 있으며, 작년엔 비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사측의 고소․고발과 임금 가압류에 맞서 양재동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수개월간 진행했다. 정규직이지만 ‘노동자는 하나다’ 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늘 함께 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상욱 조합원은 또 다시 체포되었고, 이번에는 어이없게도 ‘1인 시위’를 했다는 게 그 사유였다.
경찰은 1인 시위를 했을 뿐인 이상욱 조합원에게 집시법 위반을 들먹였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서도 집회와 시위는 2인 이상을 말해 1인 시위는 애당초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뿐더러 ‘20m 이상 떨어진 장소는 동일 장소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여러 사람이라도 20m 이상의 간격만 유지해 1인 시위를 하면 어떠한 법률적 제제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최근 경찰은 집시법을 확대 해석해 1인 시위에 대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거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1인 시위를 할 경우라도 피켓의 내용을 가지고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1인 시위를 가장한 집회 아니냐’는 식으로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상욱 조합원의 1인 시위를 가지고도 동일한 잣대로 ‘미신고 집회’를 했다고 추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 체포는 명백히 공권력의 표적수사에 따른 것이었다. 기아차 현장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주형 비정규직 조합원은 “현대기아 본사가 이상욱 조합원을 1인 시위를 이유로 직접 고소고발 했고, 검찰과 경찰이 나서 느닷없이 체포해 갔다”고 말했다. 공권력이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다행히 이상욱 조합원은 서초경찰서에 구금된 지 이틀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은 결코 적지 않다. 자본의 입맛에 따라 공권력의 법집행이 언제든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집회·시위의 자유는 말할 것도 없고 1인 시위와 같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수단까지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민주적 기본권의 후퇴를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건이 사노련 유죄판결, 자본주의연구회 국가보안법 적용 등 최근 공권력이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탄압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공권력의 탄압 공세를 결코 좌시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김성렬 (tjdfuf@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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