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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북한의 은하3호 발사와 동북아 권력재편-2013년은 한반도 새판짜기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 분류
    국제
  • 등록일
    2013/01/23 13:26
  • 수정일
    2013/01/23 13:29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2012년의 해가 저물었다. 당초 2012년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질서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되었다. 6자회담 당사국 모두 동시적 권력교체기를 맞음에 따라 대북정책의 전환 또는 새로운 모색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질서의 향방을 놓고서도 북한의 움직임보다는 동북아 각국에서 진행되는 지배권력의 재편 흐름에 관심이 더 모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북한 그 자체였다. 일주일 뒤 남한 대선이 있었지만 북한이 위성발사를 주저할 만한 요인은 되지 못했다.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은 한반도 질서를 일순간 시계제로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북한발 변수는 이후 2012년 한 해 내내 한반도 정세에서 보이지 않는 불안요인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북한이 쏘아올린 은하3호는 마침내 그러한 한 시기가 마감되었음을 알려주는 마침표가 될 것 같다.


‘김정일 유훈통치’의 대미를 장식한 은하3호

김정일 사후 북한은 ‘김정일 없는 김정일 체제’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소위 ‘백두혈통’을 계승한다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실상은 집단지도체제에 가까웠다. 이러한 양상은 김정일 추모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전후로 강성대국 진입을 기념하는 행사가 집중될 때까지만 해도 흔들림 없어 보였다. 당시 발사된 광명성 3호는 비록 2분15초 만에 공중폭발하고 말았지만 대내외적으로 체제결속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후 북한은 대외적인 움직임보다는 내치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려되던 3차 핵실험도 결국은 없었다. 이때 그 귀결점은 역시나 김정은 1인을 중심으로 한 친정체제의 구축이었다. 김정일 생전에 ‘김정은 후계체제’를 위해 중용된 세력들은 차례로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7월 군부의 핵심인 리영호가 전격적으로 해임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것은 김정은의 권력토대가 당과 국가기관은 물론 군부까지 확고부동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정은 식의 본격적인 정책행보는 경제개혁 조치인 ‘6.28 방침’과 맞물려 보다 더 뚜렷해진다. 장기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지배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주체사상과 수령제로 집약되는 북한의 국가통치이데올로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제회생을 위한 자구책이 요청되었고 기업의 자율성 제고, 배급제와 시장가격제 혼합 등의 내용을 담은 ‘6.28 방침’은 그것을 위한 신호탄 격이었다. 리영호의 전격적 실각 역시 김정은의 군부장악 외에도 북한 군부의 각종 경제적 이권을 당으로 이전시켜 경제개혁을 위한 국가재정의 확충이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 사망 1주기를 맞아 ‘인공위성의 재발사와 그 성공’은 김정은 체제의 권력안정화를 위해 꼭 필요한 마지막 정치적 행사였다. ‘핵보유국과 위성발사’로 상징되는 김정일의 선군(先軍)정치를 완성함으로써 향후 군사우위에서 경제우위로의 김정은 체제의 차별화된 정책전환을 더욱 더 확고히 하기 위한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이후 불과 8개월이라는 짧은 준비기간과 12월의 혹한이라는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위성발사를 감행한 것이다. 이번에도 최우선적인 고려 대상은 결국 북한 내부의 정치적 환경이었다.


북한-중국-미국의 의견조율과 남북관계의 실종

북한은 은하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킴으로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확보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은 물론 남한을 제치고 세계에서 10번째로 자력 위성발사국가 대열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건 대북제재의 현실적인 키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들 양국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은하3호의 발사 직후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전에 이미 의견조율을 마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사실 미국은 2012년 내내 북한과의 이면접촉을 지속적으로 가졌다. 지난해 4월 광명성 3호 발사 때도 미국은 고위급 인사의 극비 방북을 성사시킨 적이 있으며, 이러한 비공식 접촉은 8월에도 계속되었다. 이와 관련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북미 간에 위성발사를 놓고 평화협정에 관한 논의를 연계시키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11월6일 대선을 의식해 북한변수가 오바마의 재선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북한에 위성의 발사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고,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되 연말 이전에는 위성을 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이 체제보장을 위해 요구하는 평화협정과 관련한 협상테이블을 놓고 수용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선 이후에도 한 달 가량 은하3호의 발사시기를 늦춘 것은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 출범과도 맞물려 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 11월 중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18차 당대회 기간에 북한의 위성발사는 분명 악재였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의 존재를 간과할 수 없는 북한은 이를 고려해 발사시기를 다시 미뤘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12년을 넘길 수 없는 자신들의 촉박한 내부일정 때문에 결국은 12월1일 위성발사를 공식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전날에는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의 특사 일행이 김정은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정황을 시기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북한의 은하3호 발사는 분명 대내적인 정치적 요구에 의해 추진되었다. 다만 시기의 선택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치일정이 고려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과정이었다. 북한이 자신의 선택과 판단에 있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직접 의견조율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핵심이다. 또한 여기에서 남북관계는 한반도 정세에서 실종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북한은 남한 대선에서 DJ-노무현의 뒤를 잇는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을 내심 바랐을 수는 있지만 그 전략적인 비중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었던 걸로 보인다. 북한 정권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태도이지 남한 대선의 결과는 아니었던 것이다. 또다시 실패할 수도 있는 위성발사라는 도박의 정치적 효과는 결코 남한을 향해 있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직접대결 양상과 북한의 선택

그동안 미국은 급부상하는 중국을 놓고 직접 맞부딪치기보다는 북한 문제를 빌미로 해서 우회적으로 견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한반도의 안보현안을 부각시킨 이면에는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정치군사적인 개입의 명분을 마련하고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한미일 3각동맹의 출범을 예고하며 서해상에 항공모함까지 동원한 일련의 무력시위는 미국의 이러한 중국견제 방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커진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일대에서 팽창전략을 가속화했다. 중국은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제적인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특히 서태평양 지역으로의 해상진출을 필수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군사력을 강화하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불사하는 것도 이러한 목적에서다.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전략을 버리고 대국굴기(大國崛起: 큰 나라로 우뚝 선다)의 면모를 공공연하게 드러낼수록 아시아 각국이 체감하는 중국발 안보위협은 점차 실제상황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은 오늘날 중국의 위상을 실감하게 하였다.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무력충돌을 제외하고 외교, 경제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며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일본은 곧 수세에 몰렸고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일 간에 힘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자 미국은 직접 나서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센카쿠열도가 미일 방위조약의 적용대상임을 강조하며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을 배치하는 등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가중시켰다. 천안함 사태 때와는 달리 미국은 중국을 직접 겨냥하며 힘겨루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위협론’을 고리로 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방식 역시 변화하게 되었다. 미국이 중국과의 직접대결 양상으로 ‘아시아 복귀’를 실행에 옮기면서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를 쟁점화하며 한반도 질서로 우회할 필요성은 크게 낮아졌던 것이다. 또한 중국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아시아 각국이 새로운 안보의 축으로 미국을 선택함에 따라 미국이 굳이 북한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더라도 중국과 관련한 안보문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더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한반도 문제의 외교 군사적 중요성이 동아시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 속에서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의 전략적인 비중이 감소된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정세지형 속에서 한반도 질서 내의 쟁점으로 제한되지 않으면서도 향후 대외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위성발사였다. 이는 이미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도전하고 시험받게 될 2013년 한반도 질서

따라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내놓은 정치적 카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위성발사의 성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소망대로 위성발사는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대외관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올해 평화협정 체결을 공론화하면서 현재의 한반도 안보구도에서 질적인 변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위성발사와 동북아 권력재편으로 숨고르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일단은 사전 정지작업으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남한의 대선 결과를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보도한 북한은 차기 박근혜 정권을 상대로는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지금의 파행된 남북관계가 향후 미국과의 협상돌입에서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우선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한대로 동아시아 정세흐름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안보경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달궈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은하3호 발사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시선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향해 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에 반대하자 이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호기로 삼고 있다. 그것은 한일 친미 보수정권의 집권과 맞물려 중국견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장 일본은 중국과의 센카쿠열도 분쟁을 명분 삼아 미국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베트남 등과 ‘중국 포위망’ 외교를 선언하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적극 편승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미국이 북한변수를 정책적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다시 말해,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통제불능으로 치닫지 않는 한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마바 정권 2기 행정부를 맞아서도 급진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2.29 북미합의 이후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던 북미 직접대화를 올해 재개할 수도 있지만 그 성격은 북한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 일대에서 ‘중국위협론’이 직접적으로 가시화됨에 따라 북한 문제의 전략적 활용가치가 줄어들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일 3각동맹의 완결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존재와 그 위협은 여전히 현실적인 명분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2013년 한반도 질서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북핵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은 낮다. 이는 핵문제에 강경자세를 취하는 미국 오바마 정권 2기 행정부와 처음부터 극한 대립을 각오해야 하고 동북아의 핵확산을 바라지 않는 중국과도 등을 돌려야 할 만큼 위험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국지적 무력도발 또는 대외적인 관계개선 조치로 이중 북한의 판단이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올해 한반도 정세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대응방식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선택과 무관하게 올해 동아시아 질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역시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과 갈등 양상이다. 더구나 동북아 권력재편의 결과 주변 국가들에서 하나같이 보수적이고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정권이 잇달아 집권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지배층이 자국의 경제위기와 사회불안에 따른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외관계에서 ‘강한 국가’를 표방하며 군비증강에 나서는 움직임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여전히 한반도는 남북간 군사적 대치는 물론 동북아 신냉전 질서에서도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지점이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이 더욱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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