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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두고 볼수록 좋은

이 글은 미갱님의 [땅으로 내려온 십자가] 에 관련된 글입니다.

몇 년전 종로의 중심가에 우뚝 서 있는 종로타워(삼성증권)에 혹해서 그 건물주변을 지날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 건물은 건축학도들에게도 유명해 건축관련 잡지마다 그 건축설계디자인을 분석 소개하는 글로 넘쳐났던 것도 기억한다.
내가 그 건축물에 넋이 나갔던건 기존 한국건축물에서 볼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와 건축재료때문이었다. 약간 안개가 낀 어슴프레한 저녁이면 그 건물은 <블레이드러너>영화안에 나 자신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황홀해 하곤 했던 것이다. 종로타워는 SF영화에 나올법한 미래지향적 건물이라 판단하고 한국내 건축의 예술성을 한단계 끌어올린 건축디자인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종로타워의 낮과 밤 (Naver에서 이미지퍼옴)

 

그런데 최근 본 그 건물은 종로의 흉물처럼 보인다.
나의 시각이 바뀐 이유는?

시각이 아니라 사고가 바뀐거겠지...
주변환경과 건축물의 어울림,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 건축물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건물하나만으로는 여전히 훌륭한 건축이겠지만 건축이란 자고로 주변경관과의 어울림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

 

종로의 종각과 종로타워

 


자연과 인간의 조화는 인류역사이다.
건축이란 무릇 그 중심에 있다. 100층이 넘는 건축물을 인간이 지을 수 있다는 건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통해 이루어낸 것이고 그 안에는 인간의 삶이 녹아있으므로 종합예술물의 대표라 칭하기에 넘침이 없다.
건축가들은 911테러에서 건축방식의 중요한 발견을 했다한다.
철근 골격이 녹아 한꺼번에 주저앉을 수 있다고는 911이전에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했었고 그럴 수 있다 상상도 못했었다 한다. 그래서 철근의 연결방식을 층층마다 달라하는 건축방식과 고온에도 녹기 쉽지 않은 철근재료들을 새로 고안해내는데...911이라는 정치적 사건으로 또 하나의 건축방식의 기술적 진화가 이루어 진 것이니..인간은 대단하다.

또 엉뚱한 데로 새고 있나?ㅠ_ㅠ

 

정신다잡고...

 

건축학과 후배가 가르쳐준 덕분으로 알게 된건데 현대 건축물의 재질은 돌, 벽돌, 대리석에서 스틸(Steel)과 유리(Glass)로 넘어왔다 한다. 마천루(skyscraper. 사전적 의미는 하늘을 찌를 듯이 아주 높이 솟은 고층 건물)라 하여 권력의 끝간곳을 하늘에, 신에게 과시라도 하듯 현대적인 빌딩은 높이전쟁이다. 건물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건축재질이 전통적인 것에서 현대적인 것으로 이전하는 건 새로울 것도 없겠지.

종로타워는 철저히 현대식 건축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케이스이다. 지진에도 끄떡하지 않는 건축공법과 유리, 스틸재료로 만들어진 최신 건축 설계디자인, 대기업 삼성의 경제적 권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의 중심가 종로위에 거들먹 거리며 오롯이 서 있는, 자본주의의 상징물이다. 그러나 철근은 기본 골격으로는 훌륭한 건축재질이나 바깥으로 드러내면 의리번쩍한 화려함에 놀라지만 시간이 흘러 자연에 의한 마모의 정도는 흉물스럽고 추해진다. 물론 그걸 의도로 재료를 사용하는 건축가도 있지만 종로타워는 볼수록 주변환경을 헤치는 괴물같아 보인다.

 


강남 교보타워 (Naver에서 이미지퍼옴)

 

강남대로에 몇년전 교보빌딩이 들어섰다.
초기 건축되어질때부터 눈여겨보았지만 단순하고 빨간색의 벽돌 재질은 내눈을 잡아끌지 못했다. 하지만 건축이 들어선지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건축물은 내마음을 정화시켜주며 영감을 불어일으키는 예술작품중의 하나로 바뀌었다.
스위스의 유명한 건축가 ‘마리오보타’(작년에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건축 설계도 디자인했다 함)에 의해 설계된 강남 교보빌딩은 구조의 단순함과 건축재질의 자연스러움이 주변 환경들과 아주 훌륭하게 어울리면서도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1층 로비의 공간과 어울리는 미술작품, 양쪽의 기둥을 이어주는 공간의 여백을 나무들로 장식하여 벽돌과 나무의 자연스러움이 한층 돋보인다.
또한 야간의 조명은 간접조명으로 직접적이고 강한 드러내기보다는 있는 듯 없는듯한 슬쩍미학으로 주변의 빛들과 조화를 이룬다.

 


 

강남 교보타워 (Naver블로거가 찍은 이미지 약간 조절해서 퍼옴)

 

볼때마다 행복해한다.
볼때마다 새로운걸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볼때마다 감동한다.

 

이런 원리는 나의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첫인상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
첫인상이 좋았던 느낌의 사람과 오래가지 못한 개인적 경험때문인건지는 몰겠지만..
여튼 첫인상은 첫인상일 뿐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진실이 아닌거다.
옷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의 계급, 관상학적 차원에서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 행동거지는 그 사람의 인격. 이런 것들은 상대방에게 살짝 사기를 치면 오해하게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들이다. 물론 40살이 넘어간 사람들에게는 얼굴에서 인생이 드러나는게 맞을 가능성도 높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인상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 전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다.

취업할때 동등한 조건일 경우 첫인상으로 적격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건 그래서 신뢰하지 못한다.


개인적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첫인상은 별루고 재수없다 판단내린 사람들 중의 몇명과의 관계가 오히려 지금까지 오래오래 소중하게 유지되고 있다.
내가 가진 선입견과 편견들을 일시에 깨트려버리는 사람들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더 좋아지고 더 소중한 건데..왜 그런지 이유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첫인상에서의 기대가 무너지면 오히려 실망감이 커서 그 감정을 오래 유지하지 못해서인건지...

실망감으로 끝나는 관계보다는 기대감을 채워가는 인간관계가 훨씬 좋은 거 같다.


오래두고 볼수록 그 사람의 진가를 하나둘 발견할 때의 그 즐거움.

그건 건축물이건 예술작품이건, 영화이건 모두에 적용가능한 소중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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