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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태가 이런데 형식주의는 이렇게 구멍 하나로 내는 소리와[1] 추상적인 보편성이 절대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단언하기를 그런 단음과 추상적 보편성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입장을 취한 다음 거기다 말뚝을 박고 그 말뚝에 자신을 매어 놓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데카르트의 경우][2] [의심의 여지가 없는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서] 뭔가에 대한 사상을[3] 반박하려면 그 뭔가를 다른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다는 공허한 가능성만으로 충분했다.[4] 그리고 이와 같은 가능성 자체, 즉 일반사상이[5] 그대로 실재적인[6] 인식이 갖는 모든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 받았는데, 우리가 이제 와서 접하는 것은 이런 방법을 이념에[7] 적용하여 위와 같은 비실재성의[8] 형식을 취한 보편 이념에 온갖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구별되고 규정된 것들을 해체해 버리고, 아니 그보다는 구별과 규정을 공허한 심연에 내던지는 행위가 그대로, 다시 말해서 그런 행위를[9] 더 발전시켜 전개된 구별과 규정 안에서 자기 정당성을 부여 받지 않은 행위가 절대적인 것을 바라보는 양식으로[10] 통용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절대자의 입장에 서서 현존자의[11] 존재양식을 바라보는 행위가 여기서는 다음과 같은 것 이상의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즉 현존자가 ‘어떤 것’이라는 술어부로 규정되지만, A=A라는 형식의 절대자의 양상 속에서는 이와 같은 [술어적인] 규정은 있을 수 없고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똑 같은 것이[12] 된다. 이런 절대자 안에서는 모는 것 다 똑같다는 단조로운 지를[13] 구별가운데 충만을 획득한, 아니 충족을 모색하고 요구하는 인식에 대치시키는 행위는 절대자를 칠흑 같은 밤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속담에서나 볼 수 있는 <한밤중에는 소들이 다 시커멓다>라는 천박한 삼척동자의 텅 빈 인식과도 같은 것이다. — 형식주의는 최근의 철학이 그렇듯이 규탄하고 <물러가라> 외친다고 해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다. 우리시대의 철학 한가운데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이 형식주의는 비록 그의 불충분함이 알려지고 느껴지더라도 절대적인 실재에[14] 대한 인식이 자신의 속성을 완벽하고 명료하게 알아보기 이전에는 학문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학문을 전개하는 것이 당면과제이긴 하지만] 학문에 대한 보편적인 관점을 그 관점을 속속들이 전개하는 시도에 앞서 미리 다루는 것이 후자의 이해를 손쉽게 하는 면이 있다는 차원에서 먼저 그런 보편적인 관점을 대략적으로나마 제시하는 것이 유용하겠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철학적 인식에 장애가 되는 몇 가지 습관적인 형식을 제거하려는 의도도 있다.
[1] 원문 <Eintönigkeit>
[2] 원문
[3] 원문
[4] 데카르트의 제2성찰에서 데카르트가 한 말이다. §7 주석4 참조.
[5] 원문
[6] 원문
[7] 원문
[8] 원문
[9] 즉 이념을
[10] 원문
[11] 원문
[12] 원문
[13] 원문
[14]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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