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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대구, 새로운 노동운동 중심지 꿈꾼다”

경향신문_

보수의 아성서 좌파 무크지 ‘레프트 대구’ 창간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대구, 새로운 노동운동 중심지 꿈꾼다”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좌파’를 전면에 표방한 종합지 성격의 무크지가 나왔다.

‘레프트 대구’이다. 대구라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점, 좌파의 위기 담론이 지속되는 상황에 서울에서도 발행·유지가 힘든 좌파·노동·지역·현장 중심의 무크지가 지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계간지를 목표로 5월 창간호를 발간한 ‘레프트 대구’는 해방 이후 한때 좌파 운동의 근거지였던 대구의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레프트 대구는 “대구 지역을 통해 새로운 노동운동, 새로운 사회변혁 모델과 그것이 전국적으로 공유되는 미래를 꿈꾼다”고 창간 일성을 밝혔다.

창간호 목차를 보면 레프트 대구가 지향하는 목표와 아우르는 지점, 편집의 주체들이 분명하다. 특집좌담은 ‘21세기 좌파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차이의 발견, 연대의 발명’이란 주제로 열렸다. 김무강 학생행진 대표, 김용철 민중행동 대표, 김형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 이석범 사회당 대구시당 위원장, 이태광 노동운동가, 조명래 진보신당 대구시당 위원장, 함철호 인권운동연대 대표 등이 참여했다.

‘정당정치의 역사적 변천과 한국 진보운동의 전망’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노동자 농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전국 사안을 다루지만 대구 지역 이슈가 중심이다. 대구 성서공단을 중심으로 최저 임금투쟁을 평가·분석하는 장을 마련했고, 대구 지역의 빈곤, 의료, 교육, 장애인, 재개발 문제를 좌파 관점에서 두루 짚고 있다.
 

 

 


레프트 대구는 좌파(세력)와 진보(세력)의 혼용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김용철 편집인은 “이제는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텅이가 되어버린 보수에 대칭되는 통칭 좌파에서, 살을 발라내듯 자유주의, 개혁주의, 민족주의, 사민주의, 개량주의들과 이데올로기 논쟁을 벌이고, 좌파의 실천적 연대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위원장인 이득재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지금 진보세력은 국가라는 틀 안에서 움직인다. 또 반자본을 이야기하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며 “레프트 대구를 통해 좌파 주체는 누구인지, 노동운동의 주체는 누구인지 심각하게 되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 운동 영역을 확보한 대구의 지형도 레프트 대구 창간을 이끌었다. 이득재 교수는 “통념과 달리 대구에는 많은 좌파 활동가들이 있다. 대기업 노조나 민주노총 중앙에 기대거나 휩쓸리지 않고 지역 의제를 갖고 투쟁하고 있다”며 “이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이념적 구심을 마련하기 위해 창간했다”고 말했다. ‘보수의 아성’에 대항하고 대구의 좌파 전통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도 있다.

창간호는 800부가량 찍었는데, 노동 현장과 현장 활동가들을 통해 대부분 소화된 상태다. 물론 창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구 지역 출판사에서 내려 했으나 책 내용을 부담스러워한 출판사가 막판에 거절해 서울의 메이데이출판사에서 냈다. 창간호 비용은 이득재·노태맹 등 편집위원들이 갹출했다. 이 교수는 “지금 계간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비용 문제 등을 보면) 지속 발간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장과 활동가들이 레프트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서로 끌어준다면 탄탄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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