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로스쿨 학원
행인님의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에 관련된 글.
거의 광적이라고 할만큼 그 맹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사교육 풍토에서 로스쿨은 학원가에겐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될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은 이미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로스쿨이 생기면 신림동 고시촌이 사멸할 거라는 로스쿨 찬성론자들의 호언장담은 개뻥이었음이 벌써 드러나고 있다.
이젠 초등학생들까지 로스쿨 학원을 쫓아다닌다고 한다. 소위 '주니어 로스쿨'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있고, 학원가에서는 너도 나도 이런 류의 학원을 설립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단다.
'주니어 로스쿨'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은 "논리적 추론, 분석적 추론, 독해력"등을 높이기 위한 강의를 듣는단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약 15년 후에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논리력, 분석력, 독해력에서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가지게 될 듯 싶다. 사실 지금도 이론적으로는 이미 그렇게 되었어야 한다. 한국의 중고등학생만큼 논술과외 많이 받는 학생들이 세계 천지에 어디 있을까?
며칠 된 뉴스긴 한데, 어느 블로거가 퍼다 놓은 기사를 보니 로스쿨 덕분에 '인문학'이 살아나고 있단다. 이게 진정 그런 효과가 있다면 높이 살만 하겠으나 내용을 들여다본 즉슨 코웃음만 핑 나는 수준이다. 예컨대 대학가에서 수강률이 높아진 '인문학'의 분류를 보니, "논리학, 논술의 이론과 실제, 토론과 논술, 논술지도론, 논리와 철학"이란다.
물론 논리학은 철학의 주요한 분야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 자체가 철학의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적어도 현재 대학가에서 이루어지는 논리학류의 강의 수준은 그렇다. 이거 수강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인문학'의 꽃인 철학이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 입시용 논술분야가 새로 확장되는 것 뿐.
"학원의 '역발상 마케팅'을 즐기고 'VIP마케팅'을 향유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수많은 부모들은 오늘 이 순간 '주니어 로스쿨'을 다니는 다른 집 애들을 보면서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한편 어느 초등학생 꼬맹이는 부잣집 '엄친아'의 '주니어 로스쿨' 수강기를 보면서 못사는 집에 태어난 제 신세를 한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학 논리학 강의를 수강함으로써 로스쿨 준비에 만반을 기할 수 있다고 믿는 안드로메다형 대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로스쿨 준비의 과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강의를 들을 뿐. 그러나 그렇게 몰려드는 학생들을 보며 일부의 인사들은 '인문학'의 부활을 이야기하며 희망에 부푼다. 손가락만 한 번 톡 튕겨도 뻥 터져버릴 몽상임에도 그들은 실낱같은 기대를 품으며 제 밥그릇의 확대를 계산한다.
현행 로스쿨 시스템은 앞으로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 내지 강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그럴 걸 뻔히 알면서 이따위 제도를 만드는 것은 닭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 닭들에 의해 지배되는 한국 인민들, 무척 불쌍할 따름이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도 논란은 분분하다. 예를 들어 진보신당의 경우 로스쿨 준칙주의와 변호사 정원 확대를 대안으로 걸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나 이것 역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광란의 로스쿨 열풍을 잠재우기에는 턱도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변호사 양성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거다. 그렇지 않고 무대뽀로 밀어부치는 현재의 로스쿨 사업은 2mB의 대운하급 피해를 남길 거다. 이게 너무 힘들다면, 제도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괜시리 "한국식 로스쿨" 운운하지 말고 전국의 학부 법학과를 일제히 폐지하고 로스쿨 준칙주의 도입하는 거다. 해서 로스쿨 졸업하는 학생들이 일정한 수준만 만족한다면 죄다 변호사 자격 주고.
초딩때부터 '주니어 로스쿨' 다니면서 중고등학교 내내 LEET를 준비하다가 대학교 가서 본격적으로 로스쿨 수험준비에 몰두한 후 결국 로스쿨 들어가서 연간 2000~300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변호사가 된다면, 얘네들 밑으로 들어간 본전은 누가 뽑아줄 것인가? 나중에 얘들이 수임료 허벌나게 비싸게 받는다고 해서 이들을 욕할 건가? 누가? 무슨 근거로??
세계적으로 미국식 로스쿨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캐나다, 일본 둘뿐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대한민국이 세번 째 대열에 들어서겠네요.
독일은 전국적인 따로 변호사 시험을 치르고, 프랑스는 그랑제꼴 중 하나인 국립사법관학교에서 법관을 양성하는 등 이른바 선진국들을 보더라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법관 양성 방법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은 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미국식 방법을 따라가는지 모르겠네요.
참군/ 한국의 로스쿨은 스스로 주장하길 미국과 일본과도 다른 "한국식 로스쿨"이랍니다. 지들 말로는 좋은 것만 따왔다고 하는데 들여다 보면 웃기지도 않죠. 뭘 믿고 이짓들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