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예전에 뭐 들은 이야기이긴 하나 고급 술집에서 양주에 이것 저것 양주 아닌 것을 섞어 팔았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왔다. 술이 떡이 된 취객들에게 보리차 사구려 양주를 섞어 주거나 아예 보리차로 희석시켜 주거나 했다는 거다.
개념을 아스팔트에 버리고 뇌 속에 들어 있던 단어들이 한꺼번에 용출할 정도가 된 취객들이 비싼 술 처먹자고 돈을 퍼지르는 것을 보면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는 법. 만취상태에서 그 술이 발렌타인인지 캡틴큐인지 분간도 못할 정도로 맛이 갔다 할지라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도리상 가짜 양주를 주면 안 되는 법.
그리하여 이미 몇 천 년 전에 함무라비는 술에 딴 걸 섞으면 손모가지를 잘랐다던가? 박카스의 귀신이 붙은 함무라비의 후예들은 지금도 술에 물 탄 자들을 사법처리한다. 시덥잖은 짓이기도 하려니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이런 행위를 전문용어(?)로 물타기라 한다.
술에만 물타는 것이 아니다. 사안이 명백하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 은근슬쩍 양비론을 펼친다거나 본질적인 것이 아닌 엉뚱한 사안을 들씌워서 진짜배기 논의할 거리를 가리는 일들이 있다. 이것 역시 광의의 물타기 전술.
그런 의미에서 프레시안에 기고한 김민웅의 글은 전형적인 물타기다. 예컨대 이런 부분.
"지난 대선에서 대중적으로 문제가 된 바가 없던 "종북주의" 논쟁" 운운.
강정구는 아예 각잡고 그게 뭔 문제냐고 받아치는 깡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김민웅은 예전 노빠시대를 빠져나올 때처럼 이번에도 은근슬쩍 물타기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블로깅에서 다 이야기한 거라 일일이 이야기하기도 뭐하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민주노동당 분당사태의 와중에 제기된 "종북주의"는 대선과정에서 대중적으로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 8년의 역사를 경과하면서 진보정치의 성과를 완전히 말아먹은 원인이 "종북주의"였다는 것이고, 그 결과가 2007년 대선의 참패였다는 거다. 수차 언급했던 것처럼 남한의 진보는 언제나 휴전선 앞에서 주저 앉았다. 그 명확한 예가 바로 민주노동당이었다.
대선에서 대중이 종북주의를 가지고 뭐라고 했냐고? 대선에서 대중들은 민주노동당에 관심이 없었다. 코리아연방이라는 것도 몰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왜 그토록 중요한 국체논란이었던 코리아연방을 대중들은 몰랐을까? 답은 바로 앞 구절에 있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종북"이었다. 행인의 표현대로라면 종교집단(주체교도)의 정치세력화(당 패권 장악)고.
이 부분을 김민웅은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꾸 "어떻게든 내부에서 치열한 쟁투의 과정에서 정리해야 하는 사안이지" "분당의 한 이유로 삼은 것은 옳지 않다"고 딴 소리를 한다.
명확한 것은 이거다. 진보신당의 주축세력은 민주노동당 내에서 벌어진 "치열한 쟁투의 과정"에서 패배했다. 패배한 자들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죽은 척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이념이고 뭐고 다 버리고 그 안에서 사는 것, 다른 하나는 신념을 부여 안고 찬바람 부는 동토의 벌판으로 홀로서기를 하는 것. 진보신당을 창당한 사람들은 두 번째 선택지를 택한 거다.
김민웅은 양 당 모두를 얼르다 패다가 하다가 진보신당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진보신당이 정강정책 제안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고,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 "미국의 제국주의 지배와 북한의 핵무장"을 같은 비중으로 거론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진실을 유기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진보신당이 유기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김민웅이 목회자의 신분으로서 왜 계속 정치적 발언권을 유지하기 위해 되지도 않는 물타기 신공을 발휘하느냐 하는 거다.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필요가 없다. 진보신당, 총선준비도 바쁘다. 김민웅의 물타기신공의 비밀까지 파헤칠 여력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확실한 것은 진보신당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어도 목회하느라 바쁜 김민웅보다는 훨씬 "국제적 진실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도 김민웅은 마치 자신이 가장 국제적 진실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건 거의 서울대 교수들이 대운하를 비판한 것에 대해 실용정부관료가 비전문가집단이라고 비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민웅은 좀 주제파악부터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김민웅의 결론은 안 봐도 비됴인 "진보대연합"이다. 그만하자, 대연합. 걍 각개약진하자. 게다가 민주노동당이 진보대연합의 대상이 되는 존재라면 행인은 걍 진보 안할란다. 걔들이 더 이상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기 어려운 존재임을 확인했기에 떨구고 나왔는데, 이제 다시 걔들하고 무슨 "대연합"씩이나...
기왕 힘쓴 거, 김민웅이 계속 힘써서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주체교 신자들과 신문팔이 피라미드 조직을 어떻게 해준다면 그 땐 생각을 달리 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렇게 확연한 각을 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김민웅의 물타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물타기로 민주노동당을 정상화시킨다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한 때, 사랑했고 몸과 마음을 바쳤기에 하는 소리다.
당수님! 사무총장님! 대변인님! 김민웅이 어떤 넘인지 맹랑좌파당 당원인 산오리도 모르는데, 유기적으로 파악하시느라 괜히 시간 낭비 하지 마시고, 그냥 냅두시는게 편할거 같습니다. 맹랑좌파당원 스트레스 받습니다.ㅋㅋ
산오리/ 넵. 냅두는 게 여러 모로 좋겠죠? ㅎㅎ
아 김민웅 진짜 너무 짜증나요. 이역만리 미국땅에서 감 내놔라 배 내놔라 일 있을 때마다 얼굴 드밀고 나중에 책임져야 할 때는 쏙 빠지고 말입니다. 얌체도 저런 얌체가 없어요 참.. 저게 한국 어디에서 한 자리 도맡아 살고 있었다면 그 때도 저런 소리 찍찍 했을까요? 아! 너무 싫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