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가와 평화의 댐

뭐 씨앙 블로그 글 올리다가 날려먹는 게 한 두번이냐... 진득하게 앉아 다시 써본다. 줴길슨...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년 전. 29만원 인생 전대갈장군께서 전 국민으로부터 "성금"을 걷었다. 나라에서 까라면 국으로 닥치고 앉아 까는 것이 충성이라고 박정희시대때부터 세뇌를 받았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대갈장군께서 풀어놓은 개구라에 떨면서 쌈짓돈을 풀어 나라에 바쳤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평화의 댐" 성금사건이다.

 

위수김동, 즉 위대하신 아바이 수령님 김일성 동지께서 을지문덕 장군과 강감찬 장군의 신령이 씌어 그만 88 쎄오울 올림픽을 방해하고자 금강산에다가 어마어마한 댐을 짓고 때가 되면 그걸 터트려 서울을 물바다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셨단다. 남한 국민이 무슨 당나라 군바리냐 아니면 거란 군바리냐. 테레비전에서는 땡전뉴스시간마다 금강산 댐이 터지면 육삼빌딩 허리까지 물이 차들어가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성금 안 내면 수도서울 시민들이 죄다 물귀신이 될 거라고 개뻥을 치고 있었다.

 

동네마다 5호담당제 감시조장(통반장)들이 집집을 돌고 돌며 삥을 뜯었다.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 때 당시, 역사 20년을 자랑하던 학교앞 이발소에서 바리깡으로 스포츠 머리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500원. 자랑스런 대한 고삐리의 청춘을 불사르고 있던 행인은 소주값 450원, 이발비 500원을 계산하면서 가끔 1000원짜리 한 장을 들고 다녔더랬다. 잔돈 50원은 까치담배 살 돈이었고... 그런데 고등학교 학생 1인당 할당된 성금의 금액이 1000원이었다.

 

이때 동창 중 눈썰미 예리한 넘이 있어 테레비전 땡전뉴스에서 보여주는 북한괴뢰도당의 수공계획과 이로 인해 발생한 한강수위범람의 높이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였다. 이넘이 살던 곳은 한남동 산골짜기 달동네였다. 이넘은 TV 화면에 나오는 63빌딩과 그 빌딩 옆구리까지 한강물이 들어찼을 때의 수위를 세세하게 계산한 후 자신이 살고 있는 달동네의 해발고도를 대입하여 최종적으로 금강산댐에 물을 이빠이 채웠다가 터트리더라도 자신의 집은 전혀 물에 잠길 위험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달리 공고생이겠는가...

 

성금마감일은 다가오고 각 반마다 담임선생이라는 분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을 닥달하였다. 성금수금은 거의 예외없이 진행되었는데, 그넘의 반에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그넘 때문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성금을 다 냈는데, 이넘만 끝까지 안 내겠다고 버티는 것이었다. 당연히 담임선생과의 대치상태가 며칠이나 계속되었다. 담임선생은 조회종례는 물론 자신의 수업시간에도 수업할 생각은 않고 그깟 돈 1000원에 왜 목숨을 거는 거냐며 그넘을 닥달했다. 그러나 고집이라면 또 옹고집이 볼싸매고 도망갈 정도의 개고집을 가지고 있던 그넘, 끝내 자신은 성금낼 의향이 없다고 버티고 또 버텼다.

 

이 과정에서 그넘과 행인은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말다툼까지 했더랬다. 구로동 상습침수지구에서 반지하방에 살던 행인에게 금강산댐을 이용한 북괴의 수공작전은 생명이 오락가락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뭐 중뿔나게 애국심, 이딴 거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내가 살고자 하니 친구의 목숨을 위해 너도 1000원 좀 내주라 이랬는데 그넘은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 그러다보니 니가 친구목숨을 위해 1000원도 낼 생각이 없는 놈인줄 몰랐다는 둥, 그래 쒸바 나 원래 그런 넘이여라는 둥 하면서 말다툼을 아주 쬐끔 했던 거다.

 

암튼 수금만기일이 다가왔는지 그넘 담임선생께서 그넘을 불러놓고 쇼부를 치게 되었다. 상황이 여사하니 그렇다면 니가 조금 내고 내가 조금 보태마. 담임선생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그넘도 결국 한 발 양보하여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그넘이 500원, 담임이 500원. 이렇게 해결을 본 것이다. 물론 다른 넘들의 심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나 기왕 다 낸 걸 도로 토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 그넘만 전교에서 특별히 500원 성금을 낸 기록을 내며 성금수금은 마감되었다. 이 때 이후 우리 동기생들은 뭔 일이 생겨도 끝까지 개기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전혀 근거없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두둥~! 온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금강산댐에 필적할 평화의 댐은 완성되었고 88올림픽은 무사히 치뤄졌으며 반지하방 신세의 행인도 생명의 위협을 해소하게 되었다. 그것이 모두 위대한 29만원 전대갈장군의 덕분인줄 알았더랬다.

 

그러던 어느날 멸치잡이 어선을 떠나 마빡에 피도 마르지 않았던 시절부터 책상머리에 "미래의 대통령"이라는 글을 써붙여놓고 ㄷㄷr을 하고 있다가 홀연히 등장한 뻥삼옹이 평화의 댐 감사를 단행했다. 그랬더니 아 글쎄 금강산댐이 무너지면 한강이 어쩌구 63빌딩 옆구리에 물이 들어차고 어쩌구 했던 것들이 죄다 개뻥으로 드러났다는 거 아닌가? 이런 쒸부럴...

 

평화의 댐이 완전 개구라사기에 씨잘데기 없이 돈만 퍼지르고 그 중 몇 백억을 국민들의 쌈짓돈 털은 걸로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행인. 500원에 성금을 쇼부쳤던 그넘이 급 존경스러워지면서 앞으로 정부에서 어떤 개쉑이 성금을 내자고 하더라도 절대 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끝까지 버티다가 끝내 성금을 내지 않으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공분실로 끌고가 게거품을 물 때까지 간지럼을 타겠다는 협박이 나오면 대충 절반으로 쇼부치겠다고 마음먹었다.

 

뻥삼옹이 국정은 팽개친 채 뻥만치고 돌아다닌 후 5년만에 암에푸가 터졌다. 날벼락같은 공황상태가 벌어지면서 도처에 사람들이 자빠지고 쫓겨나고 생 난리가 아니었더랬다. 천연덕스레 개뻥을 치면서 독자를 우롱하던 엉덩이로 보는 신문 조선일보는 난데없이 태극기를 온 천지에 쳐발르면서 생뚱맞은 목소리로 "다시 뛰자"고 설레발이를 쳤다. 뉜장 그동안 뛴 것도 콧구녕으로 신물이 넘어오도록 뛰었는데 뭘 또 뛰자고 쥐랄이여 쓰벌... 그러고 말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TV에서 금모으길 한다고 생 난리를 치더라. 이게 무슨 현대판 국채보상운동도 아니고...

 

세상이 어지럽다고 하니 마음을 앓으시던 모친. "에혀... 나도 금붙이나 있으면 저기 좀 낼텐데..." 하시는 소리를 들은 행인, 버럭 버럭 하면서 금덩이가 방구석에 켜켜로 쌓여서 썩고 있어도 저기 갖다줄 일 없다고 난리를 쳤다. 세상에 저렇게 나라생각 하지 않는 넘이 내 자식이라니 하는 표정으로 행인을 바라보시던 노인네가 금모으기 운동이 기업들 배불리기 운동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 때 행인은 확신했다. 성금모으기 운동, 이거 제대로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정부에서 어떤 개쉑이 성금을 내자고 하더라도 절대 내면 안 되겠다는 그런 확신 말이다.

 

사는 게 힘들다보니 잊고 있었는데, 국가차원에서 주접 싸면서 성금 걷는 일이 어떤 게 있었는지 그 이후에는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태풍불고 물난리났다고 했을 때 뭐 이럴 때는 성금도 조금 냈고, 집회현장마다 투쟁기금 모을 때는 여력이 닿는 대로 쬠씩 내기도 했는데 그건 전대갈장군 지휘하에 있었던 성금모금이나 암에푸 터졌을 때 육시럴 기업들이 뺑끼치면서 금붙이 갈취했던 거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일이었고. 그러다보니 성금이라는 단어조차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해지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전대갈장군과 뻥삼옹이 급거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경천동지할 성금모금이라는 소리를 질러대는 환상에 사로잡혔으니...

 

바로 차기 대통령 이메가바이트가 지난 밤에 홀라당 타버린 숭례문을 복원하는데 국민성금을 모으자는 이야기를 했다는 뉴스를 듣고야 만 것이었다. 이런 뉘기럴... 그넘의 성금은 무슨 세금이냐?? 아니면 특별당비냐... 어떤 네뤼즌이 아주 적절한 표현을 했던데, 유조선 터지면 몸빵이고 문화재 불타면 돈빵이고 그거 죄다 국민에게 부담시켜놓고 정부는 도대체 뭘 한다는 건가? 아예 대운하도 국민성금으로 한다고 하지.

 

이리저리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명박의 성금발언이 도처에서 주어 터지고 있더라. 이거 뭐 공분을 사지 않을래야 않을 방법이 없는 일이다. 문화재랍시고 제대로 관리조차 하지 않다가 난리가 나니까 니탓 내탓만 하더니 결국 생각하는 것이 국민성금. 이메가바이트의 한계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업그레이드도 심하게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성금내서 복제품 만들어 놓으면 재난방지시설도 해놓지 않고 공무원 죄다 없애고 경비업체에 용역이나 맡겨 놓은채 또 조명 설치해놓고 관광상품 한다고 난리치다가 불타고 없어지면 또 성금모으자고 할라나?

 

해도 해도 좀 너무한다는 생각 안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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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23:59 2008/02/1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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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2/14 02:39

    영국의 국회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신궁전'은 의원 숫자보다 좌석의 숫자가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늦게 도착한 의원은 서있을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게다가 의회 정치의 발상지라고 자부하는 영국의 국회의사당이 왜 이토록 불편한 것일까?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16세기 이후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된 웨스트민스터 궁전은 1834년에 소실된 것을 1940년부터 20여년의 공사 끝에 재건하였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의 무차별 미사일 공격으..

  1. 에... 저는 집회 나가서 성금 낸거 말고는 모금에 참여해 본 역사가 없는지라... (사수대 뛰다가 고대 분들한테 지갑 꺼내서 모금함에 모금한 적도 있었습니다만서도...) 거참... 이메가바이트는... 지부터 돈내서 대학생들 등록금이나 해결할 것이지 뭐 다 국민동원인...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고 있습니다 ㅠ.ㅠ

  2. 업그레이드가 심하게 필요한 존재이긴 한 것 같아요. =ㅂ=
    이거 참 말마다 분개를 해야 하는지 개그라고 넘겨야 하는 것인지 나 원 참. -_-+

  3. 이메가바이트를 명랑좌파당의 고문으로 모시는 것이 어떠할런지요..
    상당히 명랑하지 않습니까?ㅎㅎ

  4. 에밀리오/ 이메가가 사회에 기부하겠다던 300억이면 복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동동이/ 그쵸. 20년 전 CPU수준으로는 영 딸리는데 역시 어쩔 수가 없네요. 많은 분들이 지적을 하고 있던데, 그저 단시간 내에 복제품 하나 덜렁 만들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 저 역시 의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참 애착이 많은 건축물이 숭례문이었던데다가 알게 모르게 국보1호라는 의미가 머리속에 박혀 있어서인지 영 허전하고 아쉽긴 합니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복제품 조기건출을 논할 때가 아니라 전면적인 사회안전시스템의 점검이 있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산오리/ 헉... 저건 명랑이 아닙니닷~! ㅎㅎ 사람들에게 허무감만을 안겨주는 자들은 명랑좌파당의 적이에용. ^^;;; 그나저나 이러다가 한나라당이 명랑좌파당의 가장 대적하기 어려운 적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ㅡ.ㅡ+

  5. 으으... 포도당은 현재 명랑좌파당만큼의 예리한 정세분석을 통해 한반도 격변의 대 사변기를 헤처나갈 역량이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 친구분이 정말 '급' 존경스럽네요. 따꺼!!!

  6. 성금 낼 돈이 있다면 ... 그냥 명랑좌파당에 특별 당비를 내는 쪽이 보다 유익하지는 않을지 ... 라고 생각합니다. ^^

  7. laron/ 그넘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ㅎㅎ 포도당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대 사변기야 머 같이 헤쳐나감 되지 않겠습니까? ㅎㅎ

    손윤/ 호곡... 특별당비 감솨용^^

  8. 왜 아니랍니까,,,국민성금으로 하는거나 마찬가지죠,,

  9. 날필/ 그쵸. 일단 재산헌납 하겠다는 거나 다 하고 이야기함 좋겠어용.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