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별 게 다...

점입가경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오마이 신나서 민주노동당 내분사태관련 글들을 주저없이 올리고 있다. 뭐 나쁜 일은 아니다만 적어도 당 문제에 대해서 감놔라 배놔라할 생각이면 수준 좀 올리고 이야기를 해야하지 않겠나?

 

이번엔 김갑수다. "민노당 대선패배가 권영길만의 책임인가"라는 제목으로 "'종북'도 포용 못하면서 진보를 입에 담아서야"라고 대갈일성 한다. 이젠 별 게 다 깐죽거린다.

 

사실 쥐뿔이나 민주노동당에 대해 할 말이 없는 입장이 김갑순데, 지도 지 처지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보니 눙치고 뺄 자리는 미리 만들어 놓는 영악함마저 보인다.

 

진중권이 손석춘을 향해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했던 부분을 거론하면서 김갑수는 "나는 손석춘보다도 더 민노당과 관련이 없으며, 손석춘보다도 더 민노당을 알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민노당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는 진중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진중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진중권에 대해 말 한 마디는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설레발이를 치고 있다.

 

누가 말하지 말라고 했나? 말 열심히 하라. "대~한민국"에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의사표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다. 따불 줄 의사도 없으면서 야밤에 택시운전사를 향해 손가락 두 개 내밀고 흔드는 거, 이거 정확한 의사표시가 아니다. 따블 주는 줄 알고 세운 택시운전사에게 손가락 두 개가 이문동 가자는 뜻이었다고 하면 당장 택시운전사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다. "쒸바 이게 누구 놀리나..."

 

김갑수는 당내 종북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을 두고 이렇게 묻는다.

 

"대관절 남조선의 실업 비정규직 사태와 고려연방제, 미군 철수가 무슨 관계라는 말인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행인 개인적인 의견은 접어두고라도 당장 지난 대선에 제시되었던 "코리아연방 10대 강령"인가 뭔가 함 찾아봐라. 그거 민중의소리가장개소리찌라시에 이용대 이름으로 올라와 있으니까. 거기 보면 코리아연방이 만병 통치약이다. 코리아 연방 되면 무상교육 무상의료 걍 되고 비정규직 문제 알아서 해결된다. "코리아 연방으로 대동단결"하면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사회문제가 알아서 사라지는 거다. 그렇게 따져보면 정작 코리아연방 주장했던 사람들이 "남조선의 실업 비정규직 사태와 고려연방제, 미군철수가" 엄청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던  거다. 이거나 알고 주절거리는가?

 

이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채 "'종북'도 포용 못하면서 진보를 입에" 담느냐고 호통치는 김갑수, 전형적인 마타도어를 한다. "이것이야말로 <조선일보>가 애용하는 어법이 아닌지?" 웃기고 자빠졌다. 안 되면 빨갱이~! 지금 "<조선일보>가 애용하는 어법"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김갑수 본인이다. 자기 논리가 딸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저 딱지붙이기. 코연방 비판론자들이 언제 코연방 논의를 "남조선의 실업이나 비정규직 사태 하에서는 절대 제기되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 왜 하필 코연방이냐고 물을 때 정작 코연방 이야기했던 측은 그게 국가비전이기때문이라며 악을 썼다. 지금 뭐가 문젠지 김갑수 잘 모르고 있다. 이뭐병...

 

손석춘보다 김갑수가 조금 나은 부분은 그래도 자기 기준에 따라 진보가 뭔지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갑수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인간의 힘으로 역사를 새로이 만들 수 있다는 신념", 둘째, "다원론을 인정하는 균형 잡힌 가치관"이다. 듣기에는 그럴싸한 기준이긴 하나 김갑수식 논리대로 보자면 이 두 가지 진보의 기준이 결국 손석춘식 닥치고 대동단결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첫째 논리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전제가 분명해야 하는데, 즉 도대체 "인간의 힘으로""새로이 만들 수 있"는 "역사"가 뭐냐는 거다. "김일성민족"으로 대변되는 민족지상주의가 우리가 "새로이 만들 수 있는""역사"인가? 그걸 같이 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나, 갑수씨?

 

김갑수가 두번째로 이야기하는 진보의 기준만 보더라도 그렇다. "동성애는 자본주의체제의 퇴행적 산물(이용대)", "외국인과 혼혈 등은 피의 순수성을 헤치는(북한)", "김일성민족(북한 및 주사파)" 이따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진보가 "다원론을 인정하는 균형잡힌 가치관"으로 포용해야 하나? 천만에 말씀이다. 이런 논리들은 진보세력이 반드시 극복해야할 퇴행적 가치관이다. 반만년 순수혈통 단일민족의 우리민족 제일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소수자의 인권과 보편적 인류애와 세계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포용하라는 것은 얘네들이 교양과 교화의 가능성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행인이 진작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얘들은 같이 얼싸안고 진보를 할 대상이 아니라 일단 진화부터 시켜야할 부류들이다. 김갑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이럴까봐 홍세화가 똘레랑스를 지극히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앵똘레랑스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한 거다. 김갑수는 지금 레지스탕스에게 네오나치를 포용하라고 요청하는 거다. 도대체 지가 뭔 소리를 하는지 알고 떠드는지 모르겠다.

 

이젠 뭐 dog이나 cow나 가릴 것 없이 민주노동당 한 번씩 씹고 가는 게 유행인지 모르겠다. 사태가 이지경까지 오게 된 과정에서 그 안에 몸담고 있었던 행인 역시 죄라면 죄, 지은 게 많아서 낯 들고 다니기 계면쩍은 요즘이다. 그러나 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사태는 단지 대선결과에 대한 책임전가싸움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분당을 주장하는 측이나 내가 뭘 잘못했냐고 주장하는 쪽이나 비판받아야할 지점은 수량상 거의 비슷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더 크게 더 구체적으로 벌어져야 한다. 그래서 어떤 넘이 어디서 뭔 짓을 했는지를 평당원들도 알고 인민들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서로 그 이야기들만은 하지 않는다. 대충 어떤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공방을 하면서도 정작 '누가' 그랬나에 대해선 양측 다 피하고 있다. 기왕에 개싸움 된 거 다 드러내는 것이 속이 시원하겠다만, 행인이 알고 있었다면 진작에 다 풀어냈을텐데 아쉽다.

 

계산할 것은 계산을 하고 다음 수순으로 가야한다. 지금 민주노동당은 그 과정을 처음으로 겪고 있는 거다. 그동안 계산하지 않고 대충 뭉개고 오다가 지금에 와서 호미로 막을 거를 불도저로 막아볼라고 이러고 있는 거다. 불도저도 없으면서... 그런데 이제 겨우 서로의 색깔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단계가 되었는데, 손석춘 다음 타자로 등장한 김갑수, 역시나 손석춘과 똑같이 닥치고 대동단결하라고 요구한다. 잘못 짚었다. 그러면 안 된다. 남한사회 진보진영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젠 진짜와 가짜, 정도와 사도를 구분해야 한다. 세상 어느 나라가 민족지상주의를 진보라고 포장질해서 설치는 나라가 있나? 그걸 또 좋다고 포용하는 진보도 있냐?

 

이런 인류들이 진보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땅의 진보가 항상 휴전선 앞에서 멈추고 비지론에 비지땀을 흘리는 거다. 김갑수는 어디 가서 진보 어쩌구 하면서 설레발이 치지 말고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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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2 16:28 2008/01/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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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1/02 23:39
    Subject: 사과공지

    행인님의 [이젠 별게 다...] 에 관련된 글. 앞서 포스팅한 &quot;이젠 별게 다...&quot;라는 글에서 문제제기한 오마이 김갑수 기자는 제가 아는 그 김갑수가 아닌듯 합니다. 해서 제가 아는 그 김갑수와 관련하여 작성된 부분을 삭제합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1. 으하하 ^^ 오마이뉴스는 보통 저는 안 보는데...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은 줄은 또 몰랐네요 ^^ 그나저나 올 때 마다 배우고 가는게 많아서 참 기쁘답니다 ^^*

  2. 김갑수는 누구지..했습니다.
    종북도 포용 못하면서..라니.. 한심하군요.. ㅠㅠ

  3. 갑수씨 때문에 피식하다가, 논쟁 촉발하는 행인님 보면서 브라보~! 잘 읽고 갑니다. 우리나라 계급정치 첩첩산중이네요. 이젠 뭐 저런 것들까지..

  4. 에밀리오/ 오마이에 재밌는 사람 진짜 많죠. ㅎㅎ

    펄/ ㅠㅠ

    삼/ 갑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