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이 조승수를 비난할 자격이 있나?
민주노동당에는 대변인이 없다. 기가 막히지 않은가? 말로 밥벌이를 해야할 정당에 대변인이 없다니. 대신 "범 없는 산 중엔 여시가 대빡, 고래 없는 바다에 갈치가 대빡"이라는 각설이타령 한 구절처럼 대빡노릇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부대변인 황선이 그다.
조승수 전 의원이 민주노동당 주사돌이들에 대한 비난을 하다가 급기야 조선일보에 인터뷰까지 하게 되자 부대변인 황선, 노발대발하면서 조승수를 수구보수세력과 같은 인물로 까댄다. 그러나... 황선, 사실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나?
이 대목에서 황선이 지나날 썼던 주옥같은 시 한 편을 보기로 하자.
반미
이땅에서 반미를 외침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이고
죽마고우에 대한 의리이고
연인을 향한 사모의 마음이고
세상 아이들 모두를 귀애한다는 것이고
내게 진실로 자존심이 있다는 것이다.
2003년 10월 16일 황선
반미반전
-반미반전 농성을 결의하며 동지들에게-
전쟁 나면, 핵전쟁 나면
그 컴컴하고 추운 세상엔
어느 한 집 호주도 없고
어느 한 강 맑은 물줄기도 없고
보호해야 할 청소년도 없고
머리 조아려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십자가도 없고
전쟁나면
여성해방 남성해방
떠나서 인간해방 말짱 허삿일 이고
모피 벗겨 입을 짐승 하나 남지 않고
전쟁나면
애써 쌓아놓은 지식
자랑스런운 성적표 하나 소용없고
세상 주인인 나도 없고
전쟁나면, 핵전쟁 나면
앞서, 반미반전!
외치지 못한 자의 후회만
구천에 떠돌겠지
지금 내 주머니는 비었어도
지금 내 몸이 시름시름 앓기를 계속해도
지금 내 지식 부박해도
외쳐야지
반미반전!
전쟁나면, 핵전쟁 나면
다 죽을 목숨
목숨 걸고 지켜야지
그 수 밖 엔
반!미!반!전!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면 미국에게 더 큰 압박으로 될 것입니다.
시국 농성장으로 많이 방문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우리 민족은 지금 전 세계 민중의 가장 선두에서 제국주의의 역사, 침략의 역사를 끝장내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은 투쟁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하며 사는 사람을 우리는 투사라 하지 않습니다. 영웅이라 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친미세력들을 총동원해서 이남의 반미 감정을 눅잦히려, 그야말로 용을 쓰고 있습니다. 이남 사회에서 ꡐ반미열풍을 일으키는 것ꡑ, 그것만이 미국의 호전성을 다스릴 수 있게 하고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친미 반통일 세력을 폐퇴시킬 수 있게 하며, 미 대선에서 부시에게 참패를 안겨 세계정치무대에서 떠나게 하는 데 우리가 복무할 수 있는 가장 강위력한 일입니다.
항상 정확한 구호를 들고 남보다 높은 결의로 투쟁하는 것 그것이 이 땅 청년 투사들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지금 시기 반미반전 투쟁 선봉에 서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영웅들에게 맡겨진 둘도 없는 사명입니다.
동지들, 모든 과녁을 미제에게로!
폭탄보다 강력한 뜨거운 청춘의 심장을 앞세워 전진, 전진합시다.
2003. 10. 15. 반미반전평화수호를 위한 범청학련 시국농성을 결의하며
범청학련 남측본부 대변인 황선
"어느 한 집 호주도 없고" 이대목에서 완전 뒤집어 진다. 당시에는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시민사회세력들이 호주제 철폐를 위해 동분서주 하던 때.
이게 '시(詩)'로서 가치가 있는지 어쩐지는 둘째 치더라도, 황선의 이 시를 당론 개무시한 시로 비난한다면 황선은 기분이 좋을까 나쁠까?
"폭탄보다 강력한 뜨거운 청춘의 심장"을 가지고 있던 황선. 가슴은 뜨거운 폭탄, 머리는 텅텅... 이걸 당에서 대변인 대신으로 앉쳐 놓고 있으니...
행인님의 [황선이 조승수를 비난할 자격이 있나?] 에 관련된 글. 조승수가 무슨 말을 했는가에 대한 문제, 즉 조승수가 한 발언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라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정작 논란은 조승수가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느냐로 번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의 논평이었다. 행인은 이 웃기지도 않는 물타기를 비웃기 위해 황선의 예전 글 하나를 올렸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