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머리 반대서명
새삼스럽게 개방형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지는 않으려 했으나...
다시 한 번 안타까운 것은 도대체 이 개방형경선제라는 것을 제대로 검토도 해보지 않은 채 당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거창한 꿈에 젖어 강행을 원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이다. 미국 선거에서 나타나는 예외적인 현상을 한국의 민주당이 냉큼 빌려다 썼다. 그걸 지금 민주노동당이 하려 한다.
여기엔 미국이 왜 이런 제도를 채택했는지, 민주당이 왜 이 제도를 도입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미국 안에서 이 제도가 얼마나 문제가 되고 있는지, 민주당이 이 제도 가져다 쓴 후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을 하지 않는다. '진보정치'라는 이름의 당 내 찌라시는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하자는 측을 "개방"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반대하는 측을 "폐쇄"라고 표현하는 파렴치한 짓을 자행한다. 그러나 그 '진보정치' 어디에도 이 제도 자체의 원류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함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개방형경선제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끝내자. 혹시라도 진보 블로그 안에서 여기에 대해 논의를 하고픈 분이 계시다면 트랙백을 걸어주시면 되겠다. 아무튼 갈수록 엉망진창이다. 개방형경선이니 무슨 진보대연합이니 하는 덜떨어진 짓들을 하는 통에 정작 당에 희망과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조차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잘 하는 짓들이다.
당 게시판에 드디어 개방형경선제 도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되었다. 벌써 100명이 넘는 당원들이 동의를 표시했다. 진작에 이 논의에 뛰어들까 고민했던 행인으로서는 누군가가 벌려준 이 판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직접 실행에 옮기지 못한 소심함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이 논의가 좀 더 생산적인 형태로 발전되기를 바래본다.
그런데, 당원들의 이러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번 당대회에서 개방형경선제에 대한 찬반투표가 벌어질 것이다. 개방형 경선제가 채택될 것이라는 희망을 공공연하게 설파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박 모 최고위원은 "중앙위에서 61%로 통과됐고, 민주노총 및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다양한 대중세력들이 개방형의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 대회에서)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 모 최고위원에게 묻고 싶은 것은 자신이 사용하는 용어, 즉 개방형경선제가 어떤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하는 점이다. 미국은 개방형경선제가 위헌이냐 아니냐의 논란을 계속하고 있다. 개방형경선제, 즉 오픈프라이머리의 종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왜 그런 문제가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건가?
민주당이 탄핵사태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공모공동정범의 역할을 자임하게된 이유가 개방형경선제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이해를 하고 있는 건가? 그 이후 민주당이 쑥대밭이 되어버린 점에 대해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민주노동당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건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결국 정당정치의 근간인 당원중심성이라는 것이 완전 무색하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 과연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더군다나 이번 개방형경선제 도입은 당헌 개정사항이다. 그런데, 당헌 개정의 형식이 대선후보선출방식을 규정한 본문규정의 개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부칙개정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건 심각한 문제인데, 법률이고 당헌이고 간에 부칙이라는 것은 시행에 있어 유예기간을 둔다거나 본문에 규정되지 않은 절차상의 흠결을 보완하거나 또는 다른 규정들과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장치이다. 당원직선의 후보선출방식은 민주노동당의 운영체제를 직접적으로 규정한 본질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바꾸기 위해선 당연하게 본문의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본문의 규정은 그대로 둔 채 본질적인 내용을 정하는 사항을 부칙규정의 개정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편법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개방형경선제를 주장하는 측에서조차도 당원중심성을 정하고 있는 본문을 손대기가 꺼림칙해서이다. 본문을 건드릴 경우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적 사항 중 하나인 당원중심성을 훼손하는 것이 너무도 명확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을 피하고 싶은 거다. 이게 조삼모사지 뭔가?
다양한 대중세력 좋아하지 말고 차라리 그 다양한 대중세력을 당원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개방형경선제 해서 몇 십만의 표를 모아봐야 그 표가 대선에서 우리 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10개월이나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당의 이념을 선전하고 이 이념에 걸맞는 정책을 제시하고 그럼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당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더 현명한 방식이며 다양한 대중세력을 포섭하는 길이다. 정당정치는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개방형경선제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아무 망설임 없이 동참했다. 그것이 행인이 당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당원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인님의 [오픈프라이머리 반대서명] 에 관련된 글. 위 포스팅 댓글에 뎡야핑님께서 오픈프라이머리의 위헌성에 대해 날로 드시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신 바, 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 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