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망법이 잡은 블로거

하는 일의 특징상 행인은 웹서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주로 언론사나 정당, 가끔가다가 개인적인 희열(?)을 맛보기 위해 수구꼴통 사이트나 '위수동김'하는 사이트들도 심심찮게 돌아다닌다. 게다가 진보블로그 말고도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이렇게 돌아다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가진 블로거들을 만나게 된다.

 

진보블로그 안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진보블로그에서는 주로 일과 관련된 지식 또는 행인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분야에서 뛰어난 내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널리고 쌨다. 일단 그분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그런데 어디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진보블로그에서 만날 수 없는 종류의 글들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무수히 많은 블로거들이 각양각색의 내공을 보여주고 있는 판이라 일일이 거명을 할 수는 없지만,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블로거는 자신의 분야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쌓아가며 행인으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기발한 센스를 보여주는 블로거였다.

 

그분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바로 "짬지닷컴"이다. 제목이 좀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있을 거다. 이 분은 독특하게도 성인용품 몰을 운영하면서 직업과 관련된 용어를 빌어 재기발랄하게 사회의 현상에 대해 나름의 풍자와 해학으로 풍부한 식견을 보여주는 블로거였다.

 

그런데, 이 밤중에, 머리 좀 식힐려고 웹써핑 하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보게 되었으니, 바로 이 "짬지닷컴"이라는 블로그를 영구폐쇄하겠다는 주인장의 고별사가 그것이었다.

 

이유인 즉슨, 누군가가 "짬지닷컴" 등 일부 사이트에 대해 야한 사진이나 글, 그림이 올라와 있다고 신고를 했고, 그래서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벌금을 때리겠다는 황당한 소리를 듣고 결국 사이트 폐쇄는 물론 운영하던 성인용품 몰까지 그만 두게된 상황이 발생했다는 거다.

 

글 보자마자 대강 짐작이 간다. 정통망법 제42조의2에 따르면 청소년을 보호한답시고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올리려면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짬지닷컴"은 그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을 걸어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운운하며 난리를 쳤을 것이다.

 

도대체 이넘의 나라는 청소년 보호한답시고 엉뚱한 사람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나? 행인이 그동안 들락거리며 그 블로그를 재미있게 봐왔지만, 사실 청소년들에게 '유해매체물'이 될만한 콘텐츠는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접근하기 힘든 '성(性)'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거나 성을 소재로 하여 세상 돌아가는 일을 풍자하는 매우 뛰어난 글들만 있었을 뿐이다.

 

세상 풍파 시달리면서도 이런 글들을 보는 재미로 위안을 삼아온 행인은 물론, 행인과 비슷한 심정으로 "짬지닷컴"을 드나들던 많은 사람들이 이 밤중에 분노하고 있다. 신고한 사람이 어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식으로 공권력에 기대 자신의 주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짓을 하는지 어이가 없다. 게다가 신고가 들어간 이후 대~한민국 최고 포털이라는 네이버는 본인이 사이트를 닫기도 전에 지들이 알아서 폐쇄를 시켰단다. 하여튼 이것들이 누구 덕에 먹고 사는지 모르고...

 

청소년 보호 운운하면서 "짬지닷컴"을 폐쇄한 정부가 왜 행인의 뻥구라닷컴은 폐쇄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건 뭐 허구한 날 정부비방에 북조선 사이트 관람한 얘기에 벼라별 불온한 이야기를 다 싣고 있는데, 하다못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더라도 걸릴 것이 널린 이 뻥구라닷컴은 상대적으로 외부인의 접근이 적은 진보블로그에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 그런가 아직도 멀쩡하다.

 

뻑하면 빨간색 도색질로 세상을 물들게 하는 이 극우의 파라다이스 대~한민국의 발작적 좌익경계심리도 "섹스"라는 단어 하나로 청소년들의 정신이 피폐해질 것을 걱정하는 초극강의 윤리심에는 무릎을 꿇는 것인가? 원 더러워서...

 

낼 아침에 당 정책논평이라도 하나 낼까 생각 중인데, 그거 올렸다가는 아무래도 당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엄숙한 분들에 의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도매급으로 욕처먹을까봐 못할 듯 싶다. "짬지닷컴"의 블로거가 이런 거지같은 일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힘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보다도 밝게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한 사람을 졸지에 범죄자취급하는 이 개념 상실한 나라가 또다시 우습게 보이는 밤이다.

 

정보통신망법? 청소년 보호법??

엿이나 먹으라고 해라...

 

 

덧 : 우쒸... 블로그를 자세히 읽어보니 아무래도 블로그가 아니라 회원인증하고 들어가게 되어 있는 쇼핑몰 사이트가 문제가 된 듯 하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더욱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거 뭔가 잘 못 된 듯 한데...

 

암튼 넘 흥분해서 블로그와 쇼핑몰사이트를 헷갈린 거 같기는 하나 어쨌든 문제의식은 똑같다. 아니 되려 더 이상해진다. "짬지닷컴" 쥔장을 도울 방법이 없을지 괜히 혼자 안타까워지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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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6 01:57 2007/01/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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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7/01/31 14:50

    #. 짬지닷컴과 짬지닷컴 블로그가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 짬지블로그 댓글 중에서       [pp외전] 레드 + 섹스 콤플렉스 ; 짬지닷컴 고발 사건에 ...

  1. 고것들에게 맛있는 엿을 줄 수는 없지!
    그래도 고것들을 엿으로 바꿔주는 엿장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2. 행인 동지, 짬지닷컴 주인장한테 진보넷으로 옮기라고 조언을 해 주삼~!! 유사시에는 같이 싸우겠노라고도 하구요...

  3. 말걸기/ 헉... 실시간...
    그렇군... 그것들에게 엿을 주는 것도 아깝군.
    KIN 이나 쳐 드삼~~~!! 이게 더 적절했겠다. 뒌장...

  4. 감비/ 앗... 이 밤중에 오셨군요. 그렇게 하면 짬지닷컴 쥔장께서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진보블로그에서 활동하면 좋겠는데...

  5. 정작 그분들이 그렇게도 보호하려드는 청소년들은 그런 과감한(?) 정보쯤이야 눈감고도 찾아낼 수 있을텐데 말이죠; sex의 s만 들어가도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그 정도의 과민반응이면 정신병리학적으로도 분석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ㅎ

  6. 엇 이 블로그 저도 종종 다녔던...미디어몹에 걸려있어서 가봤는데...저런저런...

  7. 앗.. 나의 사랑하는!! 짬지닷컴이..!!! 이런 분노가.
    (내 주변 지인들은 이 블로그를 사랑한 나머지 물건을 다량 구입하기도 했소 ㅡ.ㅡ)
    짬지닷컴 살리기 ㅡ.ㅡ 운동이라고 해야 겠구랴!!! ㅠ,ㅠ

  8. 정말 화나는 소식이면서,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ㅠ.ㅜ;;

    아직 종결된 사건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모쪼록 많은 건전한 양심블로거들이 뜻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룸살롱 뻔질나게 드나드는 거룩한 양반들은 빼고 말이죠.

  9. NeoPool/ 애들이야 사실 짬지닷컴 같은 곳은 가지도 않죠. 더 자극적이고 재미진 곳이 많은데, 아무리 정통부가 사이트를 막아놔도 우찌 아는지 기가 막히게 이곳 저곳 잘 찾아다닌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애들 핑계로 어른 잡겠다는 거죠. 걔들은 정신병리학적인 분석이 필요한 게 아니라 뭔가 일하고 있다고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이 문젭니다. 아... 또 욕나오네여... ㅎㅎ

    스밀/ 참 환장할 일입져...

    삼순/ 난 앞으로 연애질이나 장가가게 되면 이 블로그 쥔장에게 물건을 구입하려던 예정이었는데, 아무래도 행인은 연애질이나 결혼질은 하지 말라는 계시가 아닌 듯...

    민노씨/ 뜻을 함께 하시게 될 때 저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저도 "룸살롱 뻔질나게 드나드는 거룩한 양반들은" 사양합니다. 그 쉑덜 끼면 더 문제가 심각해지겠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

  10. 스포츠 신문에 실리는 광고 '오빠 넣어조' '오빠 나 젖었어'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러면서 지들의 종합일간지에선 근엄한 도덕적 자세...이거 이거 이런 이중잣대가 우리 사회의 *같은 윤리의식이지요.

  11. 비올/ 내 말이요... 낮에는 청소년 선도한다고 어깨띠 두르고 돌아다니는 넘덜이 밤에 요사시런데 가서 영계찾는 짓 하는 것하고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왜 이런 어이 팔아먹는 짓들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니까요...

  12. 이제서야 트랙백 보냅니다.
    물론 공감과 작으나마 연대의 의미로요.

    : )

  13. 민노씨/ 아, 감사합니다. ^^

  14. a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