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어차피 일이 일인지라 아침부터 언론기사탐색하는 것이 하루의 순서. 희안하게도 항상 포털을 먼저 들여다보게 되는데, 처음 메인화면을 열자마자 눈에 띄는 뉴스가 이거다.
"구속 민노당원, 총기구입 계획... 일부 인사 주변 답사"
제목만 봐도 삘이 쫘르르 오지 않는가? 조선일보의 장점은 일단 제목만으로 그 내용을 50%는 보여줄 수 있는 편집의 기술. 예전부터 항상 조선일보를 볼 때마다 감탄해마지 않았던 것은 왠만한 광고 카피보다 더 선정적이고 더 직설적이며 매우 핵심을 잘 보여주는 그런 기사제목을 조선일보가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건 행인도 좀 배워야 한다.
300만 조선일보 애독자들과 그 주변에서 조선일보 같이 보는 사람들과 조선일보를 보수의 바이블로 여기는 이 땅의 애국애족 시민들, 이제 민주노동당 당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시위를 벌여야할 참이다. 아, 글쎄 민주노동당이 요인암살까지 계획했다는 거 아닌가...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노원구 지역위 대의원활동을 하던 박씨,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주요인사 테러계획을 세운다. 그게 소위 '통일사업 계획'이다. 테러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이건희, 황장엽, 방상훈 등 총 40여 명에 달했단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을 갖고 있다가 2003년 밀입북을 했다. 북한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았단다. 그런데, 얼래? 이 위대한 혁명전사가 벌금을 3000달러나 내고 추방당했단다. 북조선의 입장에서 남조선 "혁명"을 위해서는 이 꼴통분자들의 목을 따야 할 것이고, 그 일을 해주겠다는데 공작금에 테러용 무기에 기타 등등 "혁명활동"을 하기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북한정보기관이 되려 벌금까지 물려가며 추방을 했다는 거다.
영민한 대~한민국 검찰, 이걸 그냥 그렇구나 하고 앉아있을리 없다. "북측이 박씨에 대해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추방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박씨가 지령을 받고 귀국했을 가능성도 있어 행적을 주시했다" ... 문제는 그게 다라는 거다. 박씨라는 사람이 귀국한 이후 한 행동이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벌인 친북 사이버활동. 요인암살을 지령받은 공작원이 인터넷에 "나 간첩이에용~~" 이러면서 글을 올려?
박씨가 계획한 요인암살테러. 조사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냥 지 혼자서 짱구를 굴려본 정도에 불과하다. 총을 사러 남대문시장 등을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북한으로 밀입국을 할 정도로 결행능력이 있는 박씨가 왜 부산항에 돌아다니는 로스케들을 만날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이런 정도의 능력이니 북한 정보당국의 입장에서도 지령은 커녕, "이거 또라이 아임메?" 이러고서 기냥 내쫓은 거일 뿐이다. 뭐 통일된 세상에서 봅세다 이러면서 등 몇 번 두들겨 줬겠지.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얼마전 있었던 조선일보 방상훈 명예회장 테러사건을 박씨가 수행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검찰의 입을 통해서다. 방상훈이 박씨의 테러대상자 명단에 있었고, 박씨의 주거지가 테러발생지역과 가까운 곳이라는 점이 근거다.
조사를 더 진행해봐야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일단 박씨라는 사람이 상당히 뛰어난 공상을 하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물론 그 공상은 어차피 공상, 지 머리속에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이것 저것 궁리를 하다가 거기서 끝. 누구하고 공모를 한 적도 없고, 실제 범행을 위해 총기를 구입한 것도 아니고, 범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것도 아니라서 예비음모죄를 만들 수도 없는 상태. 북한까지 갔다 와서는 기껏 한 일이 택도 아닌 찬북 인터넷 자판활동. 현행법으로는 범죄자일지 모르지만 일반상식적 차원에서 박씨는 그저 '또라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자는 박씨의 범죄'사실'을 열거하면서 기사 제목에서부터 교묘하게 민주노동당을 얽어 놓는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면서 대의원까지 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물론 당 내 주사돌이들이 박씨 비슷한 '또라이' 수준이지만 박씨라는 자는 저 혼자 그 짓거리 한 것일 뿐 박씨가 한 일이 민주노동당하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하긴 뭐 그런 또라이들의 숙주노릇을 하는 죄가 있으니 이렇게 싸잡혀 욕을 먹어도 변명거리가 궁색하긴 하다만...
암튼 남한, 북한, 중국을 경유하는 장쾌한 스케일의 이 초 서스펜스 스릴러 첩보물 기사의 작성자는 조선일보의 최경운 기자다. 난 이런 사람들이 왜 기자질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 뛰어난 작문실력으로 소설가나 하지.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이 문학청년은 소설가가 되고자 했던 자신의 꿈을 기사라는 형식으로 조선일보라는 찌라시에 올림으로서 성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행인이 보건데, 이정도 실력이면 김성동이나 김진명보다 뛰어난 문장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 최경운 기자, 소설가 최경운으로 나서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것 같다.
으하하하 조선문집 최고로군요 >_
뇌구조가 매우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전혀 다른 생물체라는 느낌이 ... ... ... ...
초딩때 이미 민민투의 핵심이었던 자도 있는데요 뭘~ -_-ㆀ
에밀리오/ 얘들은 기냥 나가서 지들끼리 동호회 하나 만들어 '문집'내는 편이 성공의 지름길일텐데 말이죠.
손윤/ 저도 그 느낌에 한 표~~!!
not/ ㅋㅋㅋ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