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행인, 법을 전공했고 그걸로 먹고 살고 있으나, 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는 것을 매일 매일 절감한다. 특히 법이 가지고 있는 계급적 한계라는 것은 때때로 행인을 절망적으로 만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바로 그 계급간의 모순이 충돌하고 부딪친 결과물이고 상호의 이해가 반영된 타협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이 피지배계급의 착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수단이라고 할지라도 그 법을 무작정 전복의 대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행인은 머리와 가슴 간에 일정한 간극을 둔 채로 살 수밖에 없다. 머리로는 법의 해석에 의한 지배질서의 전복을, 가슴으로는 지배질서의 전복을 통한 새로운 법의 창조를... 어찌 보면 공존할 수 없는 사고체계가 복잡하게 행인을 지배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그러한 모순이 내 삶 자체인 것을. 상황이야 어쨌건 간에 그래서 법이라는 것은 내게 있어 하나의 화두이자 "먹고사니즘"을 충족시킬 도구이다.

 

그런 입장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착잡한 심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모순만큼이나 사회가 가질 수 있는 모순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거니까. 문제의 사진은 이거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물리력으로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입구 바닥에 깔고 있는 종이들 위에는 "헌법"이라고 떡 하니 씌어져 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가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하는 것이 헌법파괴행위라는 퍼포먼스다.

 

문제의 발단은 당근 노무현이다. 선무당 사람잡는다더니 정권안보차원의 꽁수를 부리려다가 그만 제 발을 밟고 말았다. 그 다음 원인제공자는 전효숙 본인이다. 사법부의 최고수장이 될 사람이 행정부 수반의 요청에 따라 사표를 덜렁 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해버렸던 거다. 노무현이나 전효숙이나 욕 먹어도 쌀 짓을 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저 "헌법"이란 것을 이토록 소중하게 받드는 모습을 보면서 헌법을 전공한 입장에서 반갑기는 커녕 왜 뿔따구가 나는 걸까? 그건 저들이 평소에 보여줬던 모습이 바로 헌법파괴적인 모습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그 소속 의원들이 보여줬던 헌법파괴행위는 뻥구라닷컴 여기 저기에서 하도 많이 소개를 해놨기 때문에 별도로 설명이 필요 없을 거다. 하긴 어떤 경우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헌법파괴행위를 하고 있다고 고백하진 않았다. 오히려 헌법수호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치 체육관에 지지자 모아놓고 "호헌"을 장담하던 29만원짜리 인생 전두환의 87년처럼... 하긴 뭐 그 씨들인데 다를 게 있겠냐만은...

 

오늘 또 아침부터 내가 왜 헌법을 전공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1/16 11:14 2006/11/16 11:14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675
  1. 짜식들... 귀엽구마...

  2.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백무산의 시에 이런 말이 있더이다. <삶에 대한 의문이 강하면 삶을 상하게 한다>고... 그냥 곰탱이(이 곰탱이는 제가 아닙니다!^^)처럼 쭈욱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3. 허허... 헌법이라.. 이 나라 경찰은 그런거 있는줄도 모르던데... 한나라당 애들도 마찬가지 일꺼 같구만. 말씀대로 귀.엽.군.요. ^^;

  4. 산오리/ ㅎㅎㅎ

    곰탱이/ 그쵸. "곰탱이"처럼 앞을 보고 달려야겠죠.

    에밀리오/ 그거 잘 모르는 인간들도 많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