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 관련 책을 준비하는 중인데...
지역정당 관련해 썼던 글들을 모아서 책자를 내볼까 하는 중이다. 준비를 하면 할 수록 두 가지 측면에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게 있다. 하나는 책을 만든다는 건 글을 쓴다는 것과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는 것. 또 하나는 내가 아주 게으르다는 것.
글을 써제낀 분량으로 보자면 나도 지금까지 꽤나 많은 글을 써왔다. 글의 종류와 주제도 다양하다. 공적인 글을 쓴 것도 많지만 대부분은 논문 내지 논문과 유사한 보고서 등이었다. 여기 저기 날림으로나마 글을 보냈던 것까지 치면 글의 분량만으로도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 글을 보내든, 하다못해 내부 문건을 작성하더라도 분량과 질에 있어서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했다고 자부한다. 이건 지도교수의 영향이 큰데, 지도교수께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 글 하나를 보낼 때도 허투로 보내질 않으신다. 분량은 어지간한 학술논문 이상은 언제나 되었고 그 내용 또한 항상 생각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글을 쓰신다.
지도교수를 넘어서질 못하지만 그래도 그 제자된 도리로 쪽팔리지는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나름 간단하게 해달라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건 스스로 자부한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일이다. 이건 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질 않는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괴로운 고민을 반복했지만 결국 뭐 하나 그럴싸하게 기획이 되질 않았다. 목차는 아예 잡기조차 힘들고, 블로그나 페북에 쓰는 것에 비하면 재미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논문형식으로 하자니 대중서를 만들겠다는 목표 자체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그나마 부지런하기라도 해야 되는데 난 하여튼 일이 목밑까지 치고 올라오지 않으면 뭔가 되질 않는다. 그런데 혼자 궁리해서 책을 만들자고 하니 이건 뭐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옆에서 칼을 들이 밀고 독촉을 하는 것도 아닌지라 오늘 안 되면 내일 하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하고 모레 안 되면 관두자는 식이 되어버린다.
어째야 할지 모르겠네... 그런데 시기적으로 지금 시기에 말을 꺼내야 사람들이 눈길이라도 한 번 줄 주제라서 자꾸 늦어지면 안 되고. 하...
책 만드는 분들 대단하다. 만들어놓은 책만 냉큼냉큼 주워보던 입장에서 이렇게 상황이 바뀌니 똥줄이 타는데 머리는 안 돌아간다. 당해보니 알겠다는 건데, 책 만드는 사람들의 능력, 이거 정말 존경의 염이 솟구쳐 오르는 경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