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는 X끼리 모인다"는 명언의 현실태-페북의 음모론자들과 그 주변
하드유저는 아니더라도 제법 페북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편이다. 탐라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나름 빠르게 정보를 얻을 때도 있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 덕분에 공부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물론 그런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페친을 가린 탓에 많은 페친이 있진 않고, 또 페친을 맺기 전에 나름의 기준에 따라 살펴본 때문에 담벼락 물관리는 그럭저럭 잘 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어디나 구멍은 나게 되어 있다.
간혹 예상치 못하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저열한 모습을 보이는 페친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가차없이 페절해버린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근 10년 페질하면서 아마 두어차례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그보다는 좀 많은 경우는, 확증편향에 빠지거나 자기실현적 예언에 충실한 자들이다(예컨대 최근 크리스탈트리나 부산외대의 모 꼴통 교수 등). 웬만해선 이런 사람들이라고 해서 관계를 끊어버리진 않는다. 세상에는 여러 경향의 사람들이 있고, 그 나름대로 보면서 얻을 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도 때로는 역겨움이 솟구치고 정신이 산란해져서 결국 정리해버린 사례가 있다. 지난 조국 사태 과정에서 몇몇은 그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절연해버렸다. 페북에서 절연이라고 해봐야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더랬다. 관계를 맺는 것도 그렇지만 그 관계를 끊는 건 더 어렵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끝내 페친관계를 유지하는 '확증편향'에 빠져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오늘은 이 사람이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굳이 찾아보기도 한다. 역시나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음모론에 가까운 글들을 쏟아내고들 있다.
이들의 담벼락을 방문하다가 상당히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들이 올리는 글에 타래로 얽히는 사람들의 반응인데 여기 묘한 공통점이 있었던 것이다.
확증편향과 자기실현적 예언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말에 토를 달거나 비판하는 꼴을 보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페친들을 잘라내는데 매우 신속하고 과감하다. 그것이 나름 자기 담벼락을 청정지대로 유지하는 비법이긴 하겠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거의 '음모론'에 가깝거나 음모론 자체인 글을 주저없이 올림에도, 그 글들에 엮이는 다른이들의 글타래들 거의 절대 다수가 교주에게 충성맹세를 하는 듯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 현상이 매우 흥미로워서 최근에는 덧글을 다는 사람들 중에 매우 적극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의 페북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발견하게 된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이들은 매우 유사한 인식구조를 공유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비슷한 분노들이 있었고, 그 분노 가운데에는 얄팍한 선민의식 같은 것도 보이고,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셀럽들 중 비슷한 경향을 가진 사람에게 쏠리고, 그 셀럽의 담벼락에 모여들어 비슷한 동류들끼리 서로 도닥거리고 빨아주고...
이런 현상들이 매우 흥미로워서 한동안 추적활동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더랬다. 이젠 거의 도식화된 구조라는 걸 알게 되니 흥미도 떨어지긴 했다만.
아무튼 이 과정을 거치다가 문득 깨닫게 된 건, 내 탐라가 그나마 청정관리된 건 나 역시도 비슷한 경향의 사람들만 찾아다녀서가 아닌지 모르겠다는 거다.
원래 SNS라는 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역시나 SNS를 공론장으로 승화시킨다는 건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편향성이 강한 구조에서는 사람이 편향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마련일 테고.
그리하여 언제나 그렇듯이, 부정적인 경향성을 극복하기 위한 결론은 페북 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페북을 끊어야 한다는 거지만, 그게 안 되는 거 보면 의지박약이 심각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이러니 요모양 요꼴이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