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것도 계급에 따라...
경향신문: [커버스토리] 꿈마저 현실에 맞춰 꾸는 10대들
경향신문: [커버스토리] "한국도 '문화자본' 공고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 어려워"
내 sns...라고 해봐야 페북인데, 암튼 그렇고. 온라인에서 만나게 되는 페친들 중 상당수는 나름 '진보'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과거 이 페친들의 경향이 거의 일정하다보니 내 인간관계의 편향됨이 심히 걱정될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계기로 말미암아 내 페친들 역시 다종다양한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으니, 그 사건은 '조국사태'다.
스펙트럼이 그리 다양한 건 아니다. 페친들 대부분이 '앗쌀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은 양 극단의 어느 한 지점에 머문다. 한쪽은 "조국이 뭘 잘못했는가"라며 조국을 옹호한다. 이분들 중에는 급기야 "내가 조국이다"라고 커밍아웃하면서 서초동에 촛불을 들고 달려가기도 했다. 다른 한 쪽은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조국기부대"라고 비난하며, 조국사태가 야기한 불평등의 구조에 대해 우려한다.
따지자면 난 후자쪽이다. 물론 전자의 경우에도 그 '억울함(?)'의 일단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 땅에서 그나마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사람들은 죄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뭘 그리 새삼스레 그걸 도덕적으로 비난할 일이며, 지금 그렇게 못하더라도 뭐 다들 그렇게 살기 위해 아둥바둥 하는 건데 얼마나 깨끗하게 살겠다고 조국을 욕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나도 검찰 수사의 일단을 보자면 어떤 측면에서는 상당히 무리다라고 여겨지는 부분들이 없지는 않다. 게다가 난 특히 그 조국의 자녀들과 연루된 사건들 대부분은 '사법적 처분'이 가능할지조차 잘 모르겠는 사안들이라고 생각할 지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국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링크 건 기사들을 보라. 이미 청소년 세대는 꿈을 마음껏 꿀 수 있는 계급과 꿈도 가려가며 꿔야 하는 계급이 나눠져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부모들의 계급이 사회적 기득권을 향유하는 지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녀들의 '꿈'-인지 아니면 부모들의 꿈을 자녀들에게 투사한 건지 모르겠다만-을 위해 서로 논문도 품앗이 해주고 인턴경력도 품앗이 해주고 하다 못해 힘 빠질까봐 장학금도 품앗이 해준다.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이 이렇게 펼쳐진다. 아, 그래서 박정희가 국민교육헌장에 그렇게 집어넣었었나보다.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문제는 이 상부상조를 생활의 신조로 실천하는 계급이 자신들의 그 지위에 대해 아무런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거다. 그들이 행하는 그 상부상조는 그들에게 있어서 그저 산소를 호흡하거나 물을 마시는 것과 다를바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다. 그 자연스러움에 어떤 의문이 제기되자 그들은 그 의문이 제기되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게 뭐가 문젠가? 그래서 예전부터 그렇게 노래해왔던가? 억울하면 출세하라...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 중 조국사태의 당사자 혹은 그 근처의 사람들은 과거 이 땅의 특권계급과 그들이 유발하는 계급적 불평등에 대해 분노했었던 사람들이다. 분노할만한 불평등의 구조 속에는 교육이 있었다. 그 교육의 불평등이 계급적 불평등을 고착하고 재생산한다는 점을 그들은 비판했다. 그렇게 비판하던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과 지위를 얻고, 다른 이들이나 마찬가지로 자녀들을 보았고, 그 자녀들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그 와중에 유학도 보내고 인턴도 시키고 어디 대회도 내보내고 논문에 이름도 올려주고 그랬다.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어라, 이 구도는 과거 그들이 그렇게 신랄하게 비판했던 어떤 구도 아니었나? 그런 계급적 불평등의 고착 내지 재생산의 구조를 깨부수자고 목소리 높였던 거 아닌가?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를 하는 데 그게 뭐가 문제냐고 불만을 표시한다. 뭘까? 왜 이렇게 되는 건가?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람을 싸잡아 그릇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녀가 잘 되는 것이 같은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세대가 구세대 혹은 기득권계급의 사고와 마찬가지로 내 자녀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혹은 비슷비슷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심전심으로 서로 도와주면서 그 바운더리 안에 있는 자제들을 곗돈 돌리듯이 봐주면 서로 좋은 거 아니냐는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을 보는 건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그런 생각들의 저변에서, 오늘 우리의 청소년들은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계급과 꿈도 가려서 꿔야 하는 계급이 벌써 나뉘어지고 있다. 링크 건 기사를 아침에 신문으로 보고 계속해서 게름칙한 마음을 벗지 못하고 있다가 또 들여다보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