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맡길 일이 아니라
이번 떨거지 정당들 사태들이 간직한 법적 문제를 상당히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글이다.
NEWSTOF: 비례정당은 어떤 상황에서 선거법 위반이 되나
"당원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정당가입 또는 탈당이 강요되었는지... 강요했다는 것이 위계,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인지가 관건이다. 실제 부정한 방법임을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입당강요죄의 경우에는 그것이 강요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위성정당 만든 것들이 서로 강요하거나 강요받지 않았다고 하면 아무 하자 없다. 그걸 뭘로 증명할 것인가?
"기존 당원의 탈당 절차를 명백하게 하지 않은 경우... 처벌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중당적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자들에게나 문제가 되지 일반당원들은 이중당적 여부를 확인할 이유나 방법이 없다. 선관위가 그거 다 할 정도로 한가하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하자가 있다. 결국 공직선거 출마자나 위성정당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당을 옮기는 자들은 절차적으로 기존 정당에 반드시 탈당계를 제출할 것이므로 법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만일 탈당계도 제출하지 않고 당을 옮겨 의원직을 마감하거나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자가 있다면 그의 뚝배기 안쪽이 진공상태일 것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2중당적 문제는 현행 정당법이 얼마나 뭣같은 법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주제이므로 따로 논하기로 한다.
공직선거법 상 타당 선거운동죄와 정치자금법상 타당후원요청 혐의 등에 대해서는 어차피 일 터지면 검찰과 선관위가 해당 법에 따라 처벌할 문제이므로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당사자들이 조심하면 될 일이다.
이 칼럼에서는 주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과 관련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데, 칼럼을 작성한 변호사도 주지하고 있다시피 이런 시나리오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시나리오다.
우선 정당해산은 정부가 이를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해야 하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그럴 가능성 제로다. 달리 말하면 아예 정부에 의한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는 없을 거다. 현 정권이 집권여당의 위성정당을 해산하자고 나서게 되면 그건 오히려 그런 정당들에 의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사안이 된다.
위헌정당임을 문제삼는 측에서는 주로 위성정당이 헌법 제8조 제2항과 정당법 제1조와 제2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심정적으로야 얼마든지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그걸 증명할 수는 없다. 뭘로 증명할 것인가? 관심법으로?
유사명칭사용문제도 그렇다. 지금 문제되는 건 정당법 제41조 제3항 관련일 뿐인데, 솔직히 말해 그 유사성을 이유로 제재한다는 거 자체가 문제다. 동일명칭만 아니라면 미래한국당이든 미래한나라당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이든 더더불어민주당이든 뭐가 문젠가? 이걸 법으로 해라마라 정해놓고 선관위에게 관리권한 부여하고 있는 게 더 코미디지.
말 나온 김에 2중당적 문제도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 도대체 내가 당적을 2중 3중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걸 국가가 제한할 이유가 뭐가 있나? 내가 노동문제에 대해선 노동당을, 조세문제에 대해선 정의당을, 녹색생태 문제에 있어서는 녹색당을 지지해서 각 정당의 당적을 다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뭐가 문젠가? 그게 왜 법률위반이 되어야 하며 더구나 내 정치적 지향과 정당활동은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이걸 단지 법적규제에 맞추기 위해 선관위라고 하는 국가기관에 일일이 보고할 것인가? 이미 현재도 선관위가 각 당으로부터 의무적으로 당원명부를 가져가고 있지는 않다.
선관위가 정당등록을 승인한 것도 법률상 문제될 것이 없다. 요즘 선관위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은데 아니 선관위가 애초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권한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난리를 치는 게 더 웃긴다. 우선 선관위가 형식요건이 구비되었는지 여부를 넘어 등록허가를 요청하는 정당에 대한 가치판단까지 한다면 그거야말로 선관위가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된다. 선관위 해체할 사안이다.
또한 최근 위성정당이 모정당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다는 선관위 판단에 대해서도 불만들이 많은데, 선관위가 이걸 할 수 없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법률상 '차입'에 대한 어떤 규제도 없고, 다만 정치자금법상 국고보조금에 대해선 용처가 정해져 있으므로 그 돈으로만 차입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선관위가 그런 차입은 내부거래이니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 이거야말로 해당 정당이 위성정당임을 선관위가 선언하게 되는 것이다. 선관위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면 다시 어디로 문제가 돌아가냐 하면 선관위가 정당의 설립에 대한 가치판단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고, 그럼 선관위에게 지금보다 더 엄청난 권력행사를 요구하게 되는 거다. 이게 도대체 뭔 악순환인가?
지금 혼란스러운 부분은 다른 게 아니다. 잘못된 법을 들이밀며 왜 법대로 하지 않느냐는 건데, 애초 법이 잘못되어 있으니 적용 자체가 이상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잘못된 법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법이 있는데 법대로 하자고 주장을 하다보니 앞뒤맥락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는 거다.
그럼에도 이런 일에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안달복달을 하다보니 뻑하면 고발장 고소장 만들어서 검찰로 선관위로 달려가고, 보도자료 뿌려서 언론에 내달라고 하고, 카메라 앞에서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이런 훌륭한 일을 하고 있으니 제발 좀 알아달라고 한다.
그 결과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는 뭘까? 장차 당원명부는 공공연하게 공개하라고 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럼으로써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면서 감당못할 피해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선관위가 더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대통령 이하 기초의회 의원들까지도 선관위 한 마디에 벌벌 떨게 되고, 선관위는 그 권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정치관계법을 더 빡세게 만들고... 그럼 결국 주권자의 정치적 자유는 줄어들고.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깨어 있는 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자 전 세계에서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추적시스템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어찌나 효과적이고 철저한지 중국이 감시카메라 기반으로 구축한 천라지망보다 더 철저하면 철저하지 부족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이걸 방역체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에 적용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거다. 게다가 각 정당이며 깨시민들이며 한결같이 선관위에게 더 쎄게 움직여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일이 이렇게 빈번해지면 이제 때가 되었으니 슬슬 정치판 천라지망을 구축하려 하는게 뭐 어려울까.
그런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젠 좀 앞 뒤를 가려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