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시작될 수 있을런지
왼날의 기본소득론.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을 듯.
우선, '기본소득'을 재분배가 아니라 분배의 측면에서 사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전제.애초부터 기본소득론은 재분배 아닌 것을 재분배의 구조로 이야기함으로써 혼란을 야기.
다음으로, '사회적 노동'의 의의와 내용. 왼날이 말하는 '사회적 노동'은 그 실체가 뭔지 모호함. 마르크스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적 노동인지, 또는 사회적 필요노동인지, 아니면 임노동에 포섭되지 않으나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노동인지, 아니면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활동, 운동'과 구분되지 않는 노동인지 잘 모르겠다.
임노동체계 안으로 포섭되어 있는 '사회적 노동'을 말한다면, 그 임노동에 대한 임금 외에 부가적인 임금체계가 필요한다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냥 임금인상으로 해결될 문제 아닌가?
다음으로, '정당한 사회적 노동에 대한 정당한 노동소득의 지급'. 여기서 '정당한'의 기준은? 사회적 노동은 그 존재의 형태에 관계 없이 선별되고 차등될 수 없는가? 만일 차등이 가능하다면, 그렇다면 자본주의체제에서 요구하는 차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만일 차등이 필요 없다면 그 이유는?
다음으로, 기본소득이 "사회화의 이상"을 복원하는 경로일 수 있는 이유는? 난 예전부터 기본소득을 사회주의 이행경로라고 하는 분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대답을 들은 바가 없고, 그렇게 주장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더민당 브레인이 되던지 기소당에서 더민당 위성정당으로 가든지 아니면 이런 혼란상에 대해 입 다물고 있는 모습만 봐왔다. 왜 대답이 없는지 궁금했는데 앞으로 왼날이 그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다음으로, 양적완화가 기본소득의 재원일 수 있는지 여부. 자본주의체제의 존속을 위한 기본소득제도라면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 어차피 돈 찍어낸다고 한들 시장이 박살나지는 않을 것으로 봄. 그런 의미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양적완화에 기댄 현찰살포를 요구하는 건 의외.
그런데, 생산수단의 사회화 없는 분배차원의 기본소득 지급이라는 건 어떻게 가능할지. 뒤집어 말하면 사회주의의 실현 결과물로서 기본소득은 존재가능할지라도 기본소득이 사회주의 이행경로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
그리고 이건 앞으로 논의할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하는 이야긴데, "불과 몇 년 전까지 '기본소득'이란 공상에 가까운 정책으로 치부"되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현찰복지에다가 이름을 뭘로 붙일 것인지의 문제였을 뿐이다. 뭘 공상이고 나발이고...
아닌 말로,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충분성, 정기성, 현금지급의 원리"로 이루어진 기본소득이라는 거는 이미 기본소득론자들 스스로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 아닌가? 아, 그러고보니 공상은 기본소득론자들의 정신상태를 제대로 표현한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원리에 충실한 기본소득이라는 걸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그냥 필요에 따라 현찰 주는 걸 죄다 '기본소득'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었던 것일 뿐이었던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