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자력갱생?
언론에 나오는 모습만 가지고는 그 내밀함을 알 수 없다. 예측이 번번이 삑사리를 낸다. 어차피 정치평론씩이나도 안 되고, 하물며 예언을 할 푼수도 아니니 예측이 틀리는 거야 그게 더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 참, 이 역동성과 인간군상들의 이합집산엔 도저히 내 머리로는 생각지도 못할 뭔가들이 작동한다.
더민당이 대놓고 양아치짓을 하는데, 난 그래도 쬐끔은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명분을 지들이 만들어놓은 것이고, 판을 짜도록 유도했고, 그랬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어느정도는 감수하지 않을까 했던 거다.
예를 들어, 미한당이라는 공공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응되는 위성정당을 만들고자 했지만, 적어도 미통당이 그랬듯 위성정당이 아닌 정당연합의 형태를 원하는 척 했던 것이 더민당이고, 그에 호응한 집단이 정치개혁연합인데, 그렇다면 최소한 정치개혁연합이 기어들어올 구멍정도는 뚫어주는 게 강호의 도리가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더민당은 그따위 생각도 하지 않고 어차피 버린 몸 갈 데까지 가겠다는 막가파의 정신으로 짓쳐나간다. 명분이고 의리고 개나 줘버린 형국이다. 어쩌면 나조차도 이런 더민류에게 일말의 기대심리가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모두까기인형처럼 이들이 이미 옳고 그름의 기준을 바꿔버렸다고 규정하기엔 내 마음이 꽤나 여렸나보다.
뭐 어찌 되었든, 이제 더민당은 조무래기들 따위 어차피 말도 듣지 않을 것들 내가 챙길 이유가 없다는 걸 확실하게 선언했다. 그 결과 낙동강 오리알은 커녕 아스팔트에 쏟아진 메추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정치개혁연합이나 녹색당, 미래당은 처참한 몰골이다. 어떻게든 꼽사리 껴볼라고 비비적거리던 민중당의 행색 역시 구차하긴 마찬가지고.
이제 남은 건 그냥 자력갱생 뿐인데, 과연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다. 미래당이야 기왕에 존재감 자체가 없던 조직이니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영향은 없을 것이니 패스. 원래 이럴 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녹색당은 책임 질 사람들이 결연히 책임을 진다면 내부수습은 가능할 듯싶다. 하승수나 이유진은 당원들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는 짓 그만 두고 자신들이 한 짓에 대해 뚝배기가 깨지도록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거다. 그런데 지금 하는 거 보면 별로 그런 생각도 없는 듯하다. 알리바이 만들기 위해 당원총투표를 폭풍처럼 몰아치더니 이제와서는 당원들에게 묻지도 않고 철회를 하는 행위하며, 그런 짓들을 하고서도 정작 이 모든 것이 당원들의 뜻이었다는 식으로 책임회피하는 모습들을 보이니 글쎄다, 녹색당이 이 파고를 넘어서 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 물론 이번 선거는 종쳤다. 녹색당은 그나마 자세유지만 했더라도 3%까지는 못되도 2%는 얻을지 몰랐던 선거를 홀랑 말아먹어버렸다.
민중당은... 그냥 안습이다. 워낙 이들의 조직문화가 조직보위를 위해서라면 입 닥치고 국으로 가만 있는 것도 불사하는 것이어서 내부의 문제들이 크게 밖으로 나오진 않을 거다. 알아서들 해결하겠지. 하지만 바로 그러한 태도로 인하여 민중당 역시 이번 선거 종쳤다. 아마도 지역구 한 석도 날아갈 거다. 그러고 나면 또 죄다 기어나와 제대로 된 진보좌파연합정당 건설해야 하지 않겠냐며 여기 저기 기웃거리겠지.
다 이렇게 된 마당에 그럼 이제 정치개혁연합은 어찌할 것인가? 정치개혁연합이 그나마 자기 명분을 세우고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스스로가 정당이 되어 이번 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드는 거다. 단 한 석이라도 좋으니 비례의원 하나라도 만들면 더민당에게 빅엿을 먹일 수 있다. 어쩌면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이처럼 복수의 칼을 갈며 와신상담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들은 이미 3월 3일에 선관위에 창준위 등록을 했고, 지금도 해산하지 않은 채 모처에 모여서 쑥덕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국수호당과 나란히 등록표기가 되어 있는 이 그림은 아주 그로테스크하다. 그러면서도 꽤나 어울리는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자력갱생모의는 시작하기 전에 그냥 끝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솔직히 거기서 돈 긁어 모으고 몸으로 땜빵할 수 있는 사람이 하승수 빼고 뭐 몇 명이나 되겠나? 다 조만간 상조회사 신세들 지실 분들인데. 그냥 오기로 총선 돌파 하겠다고 선언해봐야 아마도 배신당해 쓰라린 가슴 위에 패배의 몸서리까지 얹어야 할 거다.
그러니 이제들 쪽팔림을 감수하고 그냥 물러서는 게 그나마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라도 늘린다. 다들 그동안 수고들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