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저절로 탄생하지 않는다"
제목이 좋아서 눈에 훅 띈다. 같은 주제로 두 칼럼이 동시에 올랐는데, 난 이쪽을 갈무리할란다.
경향신문: [학교의 안과 밖] 시민은 저절로 탄생하지 않는다
그렇지. 선거권 연령하향을 위해 뛴 어떤 청소년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문제니까요. 평생 헬조선에서 살긴 싫거든요." 훌륭하다.
황교안이었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찾아보기 귀찮으니 그냥 대충 이야기하자면, 암튼 그 누군가가 최근에 자기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하는 게 정상이냐는 식으로 비난한 적이 있다. 뭐 그 말도 어떤 맥락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살아가는 조건이라든가 뭐 이런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유독 '헬(hell)'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실 한국만큼 치안이 안정적이며, 꽤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더해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일처리에(관공서 포함)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쇼핑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나라를 그리 보기 쉽진 않다. 아직 폐쇄성이 강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종교전쟁이나 인종분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태극기와 촛불이 갈려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지만 그렇다고 유혈낭자하게 서로 뚝배기를 깨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대도시의 대중교통 꽤 잘 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타국에 비해 요금이나 시간 등을 보더라도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이젠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삼겹살 등 소위 '코리안 바베큐'의 맛이나 된장찌개는 뭐 국뽕이 아니더라도 최고고. 요샌 문화예술쪽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지 않나? 이렇게만 보자면 여긴 헬이 아니라 헤븐이 아닌가? 암튼 그런데...
문제는 이걸 누릴 수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의 간극이 날이 갈수록 전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거. 헤븐을 누릴 자격이 있는 자들은 점점 소수가 되어가고 있고, 헤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헬이어서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은 늘어간다. 무엇보다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는 현재의 상태가 헬이기 때문에 당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현실은 언제나 시궁창이 되어야만 한다. 욕구를 합리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특히 없는 사람들일 수록.
다만, 그 욕구를 이제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라는 어떤 사회적 기본구조에 대한 합의를 통해 만족할 수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뭐 그렇다고... 난 그래서 이 헬같은 현실이 "내 문제니까요"라고 확인하는 저 청소년의 말에 박수를 쳐주는 거고, 그래서 시민은 저절로 탄생하지 않는다는 이 칼럼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올바른 대안은 저절로 탄생하지 않는다. 다 뛰어들어서 박터지게 부딪칠 때야 어렴풋하게나마 길이 보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