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부대 국회난입사건과 관련한 검토사항
(오밤중의 수정)
국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경향신문: 국회 '난장판' 만든 한국당 주최 집회 참가자들... '정치테러' 논란
일단, 저들 중에서 폭행, 협박, 손괴 기타 위법행위를 한 자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물리력 행사는 집회시위의 연장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조장 내지 방조된 차원의 폭력동원이기 때문이다. 자한당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우선 황교안 대표의 선동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권력의 공평한 행사의 문제다. 왜 공권력은 사안과 주체에 따라 그 적용의 범위와 강도가 달라지는가? 그러다보니 법의 적용을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 비교를 하면서 나는 이런데 너는 왜 그러냐고 따지게 된다. 예컨대
- 자한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유재수를 김기현만큼 조사했으면 김기현은 날라가고 유재수는 고위직을 돌아다닐 수 있었겠는가라는 불만이 나오게 되고
- 정권의 지지자들은 검찰이 나경원 자녀를 조국 자녀만큼 수사했으면 지금처럼 난장판이 벌어졌겠느냐고 언성을 높인다.
- 이번 경우를 보자. 왜 경찰은 민주노총이 국회 정문에서 시위를 할 때와 태극기 부대가 본청까지 난입했을 때 공권력의 발동에 차이를 두는가? 민주노총이 기껏 국회 담벼락 근처까지 왔을 때, 경찰은 마치 국가전복세력의 무력시위를 진압하듯 공권력을 동원했다. 그런데 자한당의 선동으로 이루어진 태극기 부대의 난동에 대해선 대응을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만 결국 본청앞에서 저 난장판이 벌어질 때도 별다른 위력의 발동을 하지 않았다. 야, 이거 너무하는 거 아녀?
암튼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검경의 조치를 주의깊게 지켜봐야겠다. 이건 뭐 어느 정도껏 해야지, 이렇게 편파적이라면 벌써 정권이 자한당에 넘어간 것처럼 보이잖은가? 검경이 보기에 더민당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부와 여당은 좀 쪽팔려할만한 사안이기도 하고.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조금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과연 지금 저 사태와 결부된 집시법은 지킬만한 것인가? 애초 민주노총이 되었든 저들 태극기 부대가 되었든 바로 저 본청 앞에까지 올 수 있어야 하는 게 법이어야 하지 않았나? 현행 집시법은 주권자들이 '민의의 전당' 바로 앞에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제한을 두고 있는가?
집시법 제11조 제1호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된다. 이외에도 법원이나 헌재, 청와대, 각부수장의 공관 등도 이 규정에 적용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적절한 법률인가? 국회의사당 정문이라는 곳의 위치를 한 번 보라. 본청 입구에서부터 정문까지 거리가 300m가 넘는다.
세상에 이따위 법이 어디 있나? 이러다보니 주권자가 자신들이 뽑아놓은 의원에게 집단적으로 항의를 하고 싶을 때, 현행 법에 따르면 정문에서도 100m를 더 떨어져서 집회와 시위를 하게 된다. 본청 입구에서부터 무려 400m가 넘는 곳에 가서야 여럿이 모여 목소리 한 번 낼 수 있는 거다.
법이 제대로 정비가 되어서 국회 본청 앞에서 집회시위를 할 수 있었다면 민주노총이 폭도취급 당하면서 진압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이들 태극기부대가 위력을 행사하면서 정문을 정면돌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집단적 민의를 400m도 훨씬 넘는 곳에 머물게 하면서, 그것도 경찰호송차를 동원해 벽을 만들어 아예 그 모습이 국회쪽에서는 보이지도 않게 만드는 지금의 집시법이 결국 범죄자들을 양산한다.
이번 태극기부대의 행위는 위법한 내용, 특히 그 안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다른 시위자-예를 들면 정의당 당직자들-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력으로 방해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반면에 국회 본청 앞에서 자기들만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이들 현직 정치인들의 몰상식과 몰염치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지들만의 리그로 만족할 것이 아니고, 애꿎은 주권자들을 수시로 범법자로 만들 것이 아니다. 저따위 집시법은 아예 폐지하는 게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