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표연설 중에서
좋은 말을 다 모아모아 좋은 말 백화점 식으로 나열한 연설문이다보니 그냥 죄다 좋은 말이라고 퉁치고 넘어가도 될 정도이긴 하나... 물론 따지고 보면 영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뭐 비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논문 수준의 디테일을 원하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 그런 건 따로 필요할 때 조목조목 하기로 하고.
뷰스앤뉴스: [심성정 연설 전문] "국민의 비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다만, 이전에 포스팅했던 국회의원 정수증원과 관련하여 심블리 연설 중에 나온 대목만 좀 짚어보자. 심을 비롯해서 국회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심정이나 방향은 아마도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거다. 나도 계속해서 국회의원 증원을 이야기하려면 이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는 여론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왔으니. 그런 의미에서 심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의당은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국회개혁 5대 과제를 제안합니다. 첫째,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 5배 이내로 제한합시다. 둘째, 의원실 보좌진 수를 현행 9명에서 5명으로 줄이고, 대신 국회 내에 보좌인력풀제를 도입합시다. 셋째, 셀프 세비 인상, 셀프 외유성 출장, 제 식구 감싸기를 금지하는 셀프 금지 3법을 통과시킵시다. 넷째,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도입하여 공직자윤리법을 대폭 강화합시다. 다섯째,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합시다."
쉬운 것부터 좀 보자. 일단 네 번째 제안, 공직자윤리법에 이해충돌방지조항도입 부분. 심이 말하는 "이해충돌방지조항"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에 따른 벌칙조항을 만들자는 것인지, 아니면 제2조의2 규정을 개정하자는 건지 확실치 않다. 정의당 정책자료에 이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거까지 찾아보는 건 귀찮으니 생략. 아무튼, 뭘 집어넣자고 그러는지 몰라도, 현행 공직자윤리법만 제대로 가동해도 이해충돌방지의무를 강제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정작 문제는 공직자윤리법의 제 규정들이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에 의해 빈번하게 위반되고 있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법 바꾸면 뭐하나? 어차피 제대로 적용하지도 않을 건데. 그러니 이 제안은 그냥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자들을 실명거론하고 특검하자고 하는 게 낫지.
다음, 국민소환제도. 이건 법을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은 국회의원의 선출에 대한 방법과 징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나머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는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국민소환제도를 부정하거나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헌법규정이 없는데다가, 국회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사법부 법관 등에 대한 탄핵을 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한다면 법으로 국민소환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가 개헌사항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웃기는 얘기다. 이미 주민자치법 제20조가 주민소환제를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주민소환에관한법률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는 법으로 소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면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이를 개헌사항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민소환제 도입은 여론화가 가능하다.
세 번째 제안항목 역시 마찬가지. 법률사항이므로 얼마든지 법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이걸 누가 법으로 만드냐고 하면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국민소환제만큼이나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클 거다. 대놓고는 못하지만 결국 미적미적 거리면서 시간 끄는 수법으로다가 결코 진행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이것 역시 여론화를 통해 사회운동으로 전환해야 가능할 거다.
첫 번째 제안도 마찬가지. 이것 자체가 벌써 셀프 돈 처바르기의 대표적 사례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법률 자체가 개판이다. 심이 제안하는 것처럼 뭐 구차하게 최저임금 5배 운운할 사안이 아니다.
일단 국회의원 수당, 소위 세비가 어떻게 지급되는지를 간단하게 보면, 국회의원들은 매월 120만원의 '입법활동비'를 수당으로 받는다(6조). 뭐 구체적인 내용이고 자시고 없이 그냥 받는다. 아니 원래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입법하라고 있는 직업이고, 그 직업 수행한다고 월정 세비를 지급하는데, 애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120만원씩 따로 수당을 받는다. 이게 뭔 개소리여.
다음으로 매 회기 중에 특별활동비를 받는다(7조). 이게 쉽게 말해서 무슨 돈이냐하면 헌법에 정해져 있는 회기 중에 출석하면 수당 주는 거다. 그 금액이 입법활동비의 30%, 즉 40만원의 30분의 1에 회기일수를 곱해서 주는 거다. 간단히 계산하면 헌법상 국회의 회기일수는 정기회100일과 임시회 30일 * 3회(통상) = 120일 총 220일이니, 연간 약 300만원 정도 된다. 세상에 출석수당이라는 항목이 따로 있고 여기에 300만원이라니... 그 외에 입법 및 정책개발비가 따로 지급되는데 이건 기준도 지들 맘대로 만들 수 있다(제7조의2).
만일 어떤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맺고 취업하여 업무를 수행하는데, 근로계약에 따라 책정된 임금 외에 원래 해야 하는 일을 한다고 수당 주고 출근해야 하는 날 출근했다고 수당 준다면 이거야 뭐 땡큐겠지만, 그렇게 해주는 사업주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 세비만 최저임금 5배 운운하는 건 좀 남새스럽다.
2019년 최저임금은 주40시간, 월 209시간 기준 1,745,150원이다. 그 5배면 8,725,750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1억이 훌쩍 넘어가고 여기에 현행법에 따라 기타 등등 합치면 5배가 뭐여 5배가. 그러니 실제 대중에게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하려면 5배 운운 해서는 안 된다. 현행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중 월정수당지급에 대한 규정 외에는 다 삭제하고 월정액 역시 해마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법개정을 통해 재책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5배가 될지 최저임금수준이 될지는 그러한 과정에서 정해져야 하는 거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아마도 두 번째 제안이 아닐까 싶은데, 심은 현재 인턴 포함 보좌진 9명의 수를 5명으로 줄이자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 인턴 포함 5명은 아닐 것이고. 그런데 그 숫자도 많다. 현재 국회는 국회 안에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하기 위한 조직들을 갖추고 있다. 입법지원조직이라는 것인데,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가 그것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는데, 국회 내의 이들 입법지원조직은 그 규모와 권한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에 있어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예컨대, 입법조사처 같은 경우 국회의원실에서 이러저러한 입법기획에 대해 검토를 요구하면 해당 안의 합헌성, 법정합성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은 물론이려니와 해외사례, 비교법적 분석, 입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점 정리까지 다 해준다. 다른 지원부서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은 자기 당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정무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정책적 지워도 받게 되는데, 그 지원 또한 모두 정당법이라든가 정치자금법과 같은 법에 의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는 말은 국미의 세금이 다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보좌진의 숫자는 사실 5명도 많다. 한 명이면 족하고, 그 한 명 역시도 국회의원 개인을 보좌하는 사람이라면 그 임금 등 보좌진 운영을 위한 경비를 국회의원이 책임져야 한다.
뭐 이정도 되어야 하는데 아마 심도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을 거다. 왜냐하면 보좌진을 옆에 거느린다는 그 자체가 힘이다. 어느 정도의 힘이냐 하면, 현행 인턴포함 9명의 보좌진이라면 이게 기실 의원실 하나가 하나의 정당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정당정치라는 게 개판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기 의원실 안에서 돌리는 인력만으로도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데 굳이 당의 지도지휘를 받을 이유가 뭔가? 재선에 도움이 된다면야 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의원이 당을 휘두르는 일이 가능하다. 정의당만 봐도 답 나오지 않는가? 그러니 정당이 사당화(私黨化)되는 게 비일비재한 거다.
심이 자신의 발언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려면 최소한 보좌관 다 내보내고 내보낸 보좌진을 당이 흡수하여 활용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 정의당 의원 6명이 하나의 의원실 쓰는 모습도 보여주고. 뭐 이정도 되어야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거지. 그냥 말로만 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국회의원 늘리는데 찬성할 거라고 보면 안 된다. 물론 저정도 이야기하는 것도 다른 의원들에 비해선 낫다고 봐야겠지만.
아무튼 갈 길은 멀고, 그럴싸하고 화끈하게 먼저 저지르는 의원은 없다. 20대 국회 입법기는 다 지나갔고, 낼 모레면 오늘 있었던 이 발언이고 뭐고 간에 다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기대를 접고 다 기냥 죽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