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꼰대를 육성한다
장규형이 레디앙에 글을 올렸네. 한 번 찾아가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는데, 언제나 안타까운 분이다. 건강이나 잘 챙기셔야 할텐데. 암튼 이런 글을 레디앙에 올렸다. 보아하니 페북에 막 찌끄렸던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글로 만들었나보다.
레디앙: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조국 사태를 돌아보며
추리력이 뛰어난 분이다보니 어떤 사회적 불안감의 존재와 근원, 세대별 및 계층별 층위에 따른 분열과 현상 등을 잘 정리했다. 하지만 역시 추리력에 근거한 것이다보니 상당부분 뇌피셜에 불과하고. 아무튼 글은 참 잘 쓴다.
그런데 역시 이러한 류의 글들이 내리는 결론이라는 건 누군가가 뭘 좀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건데, 이게 너무 도식적인 결론이 되고 만다. 예컨대 장규형도 이렇게 정리를 하는 거다.
"나이들어서도 사회적 발언권을 가진 이들의 대부분은 적어도 중산층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들은 더더욱 불안에 영혼을 잠식당한다. 이제 남은 날들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전에 뭔가 이후의 추락을 방지할 발판을 마련해두어야 한다고 더 강하게 집착하게 된다. 반면 젊은이들은 아직 미래가 많이 남았으므로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50대가 세대론을 내세우면서 청년팔이를 하는 것보다, 20대가 계급을 이야기하면서 50대 내부의 불평등 해소를 말하는 것이 훨씬 멋지지 않은가."
안 멋있거든요... 50대의 세대론이나 20대의 세대론이나 세대론은 세대론일 뿐이고, 50대도 하지 못하는 계급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20대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실은 바로 이러한 모습이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장규형도 스스로 인정하듯 "이 글 또한 사실은 50대가 청년을 호명하는 일종의 꼰대짓"인 것이다. 알면서 왜 꼰대짓을 하나?
서초동에 모인 중산층 장년세대가 지위의 존속에 대한 불안정때문에 조국수호투쟁을 하게 되었다는, 혹은 조국의 현실을 자신의 그것으로 내재화하게 되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는 논리지만, 기실 꼰대는 바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다. 꼰대는 자기 지위에 대한 인정투쟁을 하는 자들이다. 서초동에 모여 불안에 잠식된 영혼의 진면복을 보여준 자들이 꼰대라면, 다른 형태로 나타난 꼰대의 전형이 광화문이다. 이렇게 따지면 한국사회가 양분되어 서로를 적대한다고는 하지만 기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꼰대들의 인정투쟁이 다른 방향에서 분출하고 있을 뿐인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힌 꼰대들이 이렇게 또 꼰대스러운 글들을 내놓게 되고.
그냥 옛날에 그랬듯이, 이게 다 자본주의의 병폐이며 계급투쟁만이 우리의 길이며 노동해방의 그날을 위해 단결하자는 간명한 주장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세대고 86이고 20:80이고 뭐 이따위 이야기를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을 필요 없이. 그 과정에서 50대 중년이고 20대 청년이고 간에 싸워야겠다고 생각하면 싸울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