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사는 싫다
어떻게 하다보니 4년 동안 매 해 책 이사를 하게 되었다. 책 욕심이 많다보니 모아놓기는 해도 버리질 못해 쌓아놓은 책이 상당해서 이사할 때마다 곤욕이다.
이것도 버리기가 뭐하고 저것도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될 수 있는 한 그대로 짐을 싸서 이사를 다녔다. 그렇다고는 해도, 짐을 옮길 때마다 못해도 리어카 하나씩은 책이랑 자료들을 버렸다.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짐을 쌀 때마다 항상 그 짐을 그대로 싸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이번에도, 이사에 준하는 집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실은 이사 자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부 한답시고 아지트 하나 만들어놓은 게 있었는데, 이래저래 일은 못잡고 작년 한 해 몸 아프고 정신 아파 돈 쳐 들이다보니 그나마 공부방 유지하는 게 영 어려워졌다. 원래는 그 곳에서 공부를 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서 전기세, 수도세, 은행이자 등은 어떻게 해보려고 한 건데 아예 땡전 한 푼 어떻게 건질 방법은 없고 빚은 쌓여가고 해서 방을 정리하고 짐을 싸서 집으로 옮겨놓게 된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책을 꾸러미로 만들고 있는데, 이건 뭐 수도 없이 책짐을 싸봤지만 이짓은 해도 해도 적응이 안된다. 암튼 그건 그런데, 다만 이번엔 다행인 것이, 앞으로 학교 강단에도 서지 않고 뭔 연구랍시고 얽매여 글 모으는 짓도 안 하기로 결심을 했더니만, 아 글쎄 버릴 것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거다. 그동안 생고생을 하면서도 버리질 못하고 싸짊어지고 다니던 각종 자료들이 이젠 뭐 영 필요없게 되어버렸다는 거. 드디어 이 천생의 짐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힘든 것도 절반으로 줄고. ㅎ
대충 옮길 책이 한 3천 권 정도 되는 듯한데, 버릴 책과 자료가 아마 그 정도 분량이 나온다. ㅎㅎ 잘 됐다. 내놓으면 동네 폐지 수거하는 분들 다만 몇 천원이라도 보탬이 될려는지.
아무튼 그렇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간에, 다시는 책 짐 싸서 이사가는 거 하기 싫다. 사는 꼴이 비루하다보니 언제 또 짐 싸서 정처없이 흘러갈지 모를 처지지만, 내 어쨌든 이젠 좀 어찌어찌 작전을 짜서 다시 이사를 가거든 그 이사가 마지막이 되도록 해봐야겠다. 거듭, 책 짐 싸는 건 이제 그만 두고 싶다.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