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감시하는 검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현재의 검찰에게 요구한다는 건 그냥 맘씨 좋은 검사님들로 검찰이 구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망상이다. 그래서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얹고싶으면, 현재의 검찰조직은 완전히 해체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 하나가 검찰이 행정부의 일원으로 남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형 대통령제 하에서 검찰을 행정부의 일원으로 둔다는 건 그냥 검찰에게 손 대지 않겠다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어쨌든 이 구조를 전제한 상태에서 검찰개혁이 논의되고 있고, 그 와중에 검사장 직선제 내지는 검찰총장 직선제 이야기가 얼핏 튀어 나온다. 아유, 걍 사탄의 등에 제트엔진을 달아줘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총장직선제 해서 민주적 정당성까지 검찰에게 얹어주면 그냥 대통령 둘 뽑는 것과 같은 일 벌어진다. 이것도 만만찮은 일이다보니 시민들로 이루어진 무슨무슨 위원회를 설치해서 감시하는 방안이 마구 나온다. 이건 옛날부터 약방의 감초같이 나온 이야기인지라 이젠 뭐 식상할 정돈데.
난 예전부터 청와대니 총리실이니 각부 등 행정부처 전반에 걸쳐 뭔놈의 위원회를 그렇게 많이 두는지 의문이었다. 이게 무슨 의결기구도 아니고 진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사회적 명망가들 고루 앉혀놓고 의견 수렴하는 척 하다가 결정적일 때는 그냥 기관장 멋대로 하는 그런 위원회 뭐하러 두는지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사람들 모여서 알맹이도 없는 회의 몇 번 하고 받아가는 돈이 도대체 얼만가?
이런 판국에 검찰을 감시하는 '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리겠다니, 아유 걍 차라리 검사들 뽑지 말고 시민들 한 1000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구성하고 거기에다가 기소권 줘서 일하라고 하지. 인민재판도 좀 하고. 게다가 지금 서초동이니 광화문이니 몰려다니는 그 '시민'들이 검찰 감시하는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생각해봐라. 소름이 돋는다.
개혁한답시고 자꾸 일만 벌리지 말고, 그냥 검찰에게 공소유지권이나 주고 사법부가 관리하게 바꿔버리는 것이 답이다. 검찰을 행정부에 둔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한 검찰에게 힘 빼는 건 요원한 일이다. 대통령이 뭣같은 게 나와서 검찰 부려먹자고 맘 먹으면 지금껏 한 '개혁' 따위 말짱 도루묵이다. 검찰이 사법부의 관리를 받게 되고 공소유지권한, 즉 국가측 대리인 역할만 하게 되면 정치적 중립이고 뭐고 다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