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지성과, 권력과 그리고 미래와
인생 리셋 방안 중 하나는 다시 글을 써보는 거. 물론 지금도 글이라면 주구장창 쓰고 있다만, 지금과는 완전 다른 그런 글을 쓰는 걸 직업으로 해볼까 하는 궁리도 하고 있다. 강력한 리셋 후보자 중 하나.
요즘도 글을 쓰긴 한다. 강연원고라든가, 발제문이라든가, 논문이라든가... 생산량을 꽤 되는데 그닥 영양가는 없는 게, 강연원고나 발제문이야 행사 끝나면 땡이고, 논문은 쓴 놈과 심사하는 놈만 보는 지라 뭐...
암튼 그런데, 그래도 내가 왕년에 말여... Latte is horse... 아, 아재개그는 좀 심난쿠나... 암튼 그래도 어릴 때 나는 나름 문학소년이었던 것이다.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그랬다, 이거다. 생각해보면 언뜻 소질도 좀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뭐 여러 사정에 의하여 한동안 그 꿈을 잊고 있었는데, 최근 인생 리셋 프로젝트 구상을 하는 와중에 이거 함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거. 아직 문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환상도 좀 있고.
그런데 문학이 요즘 어렵긴 한가보다. 작가들께서 영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갑다. 왜 그래도 예전에는 작가들이 시국에 대해 입을 연다는 건 지성인의 용기이자 권력에 대한 도전이었는데, 이젠 뭐 그딴 거 없고, 지성 그까이꺼 생각할 필요 없이 권력에 도움이 되는지 가릴 것도 없이 막 생각나는 대로 지르는 게 트랜든갑다. 공지영이 난장을 치더니 이번엔 아주 걍 떼로...
오마이뉴스: "촛불 굉장히 감동적" 황석영, 작가 1276명 "조국의 검찰개혁 지지"
황석영은 필생의 역작 장길산 인지대나 받아먹으면서 말년을 즐길 일이지, 잊을만 하면 뜬금포 날리면서 튀어나오는 건지... 뭐 1276명이나 되는 작가들이 이제는 권력의 핵심을 위하여 일어나는군. 거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무튼 이 지경을 보고 있자니, 문학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일단 백리 밖으로 달아난다. ㅆㅂ 개나 소나 다 하는 문학, 게다가 지성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권력에 짜응하는 걸 무슨 감투마냥 여기는 작가가 1276명이나 된다 하니 이거 뭐 물이 이래서야 뭘 하겠나 싶기도 하고...
저들이 지금 지지한다는 '조국'이 '祖國'이 아니라 '曺國'인 바에야 더 할 말이 없다는 거다. 문학이 죽고 작가가 죽고... 이 세계의 앞이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