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대론이 불러오는 헷갈림에 대하여
밤 샐 일이 있는데 할 일은 안 하고 계속 웹서핑만...ㅠㅠ
경향신문 홈페이지 들어갔더니 메인화면이 이렇다.
결국 세대론이다. 이해한다. 왜냐하면 너무 간단하고 간편하니까. 물론 이건 기자들의 잘못은 아니다. 이런 구도를 설정하고 줄기차게 써먹은 소위 먹물들이 세대의 대립을 고정적 상수로 만들어놨으니까. 그건 지식인들이 게을러서일 수도 있다. 이것 저것 따질라니 귀찮기도 하고 머리도 딸리고 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식인들의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다. 자신들이 속한 계급과 대립하고 있는 다른 계급의 알력을 감추기 위한 전략. 대부분의 지식은 잃을 게 많은 자들이므로.
그런데, 재밌는건 저 세 기사들이 모두 궁극적으로 그 행간에는 계급대립이 오늘날 현존하는 문제의 핵심임을 알게 모르게 건드리고 있다는 거다. 이런 기류는 조만간 세대구분론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사회현상들의 본질이 드러나게 될 징후이다. 즉 지금은 행간으로밖에 나타나지 않지만 조만간 세대론을 대체하여 계급론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본격 개인주의 세대"라는 기사도 들여다보면 세대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걸 세대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는 '민주화세대'와 '개인주의세대'를 구분하면서, 개인주의세대도 '80년대생'과 '90년대생'을 구분한다. 그런데 왜 이런 구분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선 당대의 경제적 및 문화적 배경을 원인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원래 어느 시대든 당대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군부독재시대에는 민주주의가 압살당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민주주의의 회복이었다. 2000년대는 IMF 등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부자 되세요'로 대변되는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이 되어버렸던 때다. 2010년대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퇴행과 집단주의의 폐단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었고 전 세계적인 미투 열풍과 페미니즘의 약진 등의 현상이 벌어졌다. 당연히 그동안 당연시되어왔던 어떤 고정적 틀거리들을 깨는 것이 시대정신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각 시대에 20대였던 사람들은 어떤 시대정신의 세례를 받았을까? 그렇다면 그 때 그 20대 외에 다른 세대는 그 시대정신의 세례를 받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꼭 당대의 20대가 그 시대정신을 대표할까? 이 기사에서는 왜 70년대생들이 빠졌을까?
"세대론 연구에서는 1980∼90년대생 개인주의 세대에게 여러 가지 명칭을 붙였다. 후기산업화 세대, 포스트 민주화 세대, 정보화 세대, e세대, 탈정치 세대, 월드컵 세대, 촛불 세대, 웹2.0 세대, W 세대, 광장 세대, 88만원 세대, IMF 세대, 삼포 세대, N 세대, G 세대 등이다. 이들은 20∼30대, 2030 세대, 젊은 세대, 청년 세대로 통칭되기도 한다."고 하는데 저렇게 분류된 세대구분으로 오늘날 조국 후보자 사태를 설명하는데 어떤 소스가 될 수 있을까?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듯한데,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세대론이라는 건 허구다. 90년대 생들이 온다고? 뭐 어쩌라고? 이 기사 역시 그냥 억지 분석이 지나치다. 예를 들어 "민주화세대는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기 때문에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부분적인 결함을 감내하려고 하지만, 젊은 세대는 사회적 맥락과 관계없이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분석은 뻥구라닷컴의 뇌피셜을 능가하는 희대의 뇌피셜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세대론이 가지고 있는 함정은 그 세대를 전수조사할 수 없다는 거다. 그리고 설령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거기서 나온 결론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당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일 뿐 그것이 세대의 특수성이라고 할 근거는 전혀 없다. 이제 세대론 좀 그만 울궈먹었으면 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을 먹게 되고 언젠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