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할 것은 합격자 수가 아니다
법무부가 변시 합격자 수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단다. 갑갑하다. 법무부가 제시하고 있는 안이 어떤 안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기껏해봐야 현재 로스쿨 입학정원의 75%, 약 1500명 수준의 변시 합격생 수 수준을 20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될 뿐일 터이다. 이것조차도, 안이 저정도 나오게 되면 변협 등 이해관계인들과 협의 하에 한 1700~1800 정도 맞추는 선에서 끝나는 게 최선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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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발 들여놓은 곳이 관계가 있는 지라 김영삼 정부 때부터 사법개혁 논의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법조인 충원시스템의 변화는 나름의 대안제시까지 해가며 개입했던 바가 있었고. 하지만 어느 정권에서든, 결국 논란의 핵심은 사시나 변시나 합격자수를 몇 명으로 맞추느냐에 맞춰졌고, 그냥 저냥 조금씩 늘려 나가는 정도에서 봉합되곤 했다. 아마 이번에도 큰 일 없으면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에 한 술자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과문한 처지이긴 하나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분이 있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씀드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딱 두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가 변호사들 후견인노릇 하는 걸 중단하는 것, 둘째는 링크 건 기사에서도 그런 논란이 있던데, 소위 '유사법조직역'에게 법정대리권을 부여하는 것. 딱 이 둘만 하게 되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왜 국가가 변호사 수까지 조절해가면서 자영업에 불과한 변호사들의 생계를 국가차원에서 뒷받침해줘야 하는가? 애초 로스쿨 만든다고 할 때, 이를 주장했던 사람들의 논리 중 그나마 가장 그럴싸했던 게 뭐냐 하면 바로 사법연수원 폐지였다. 자영업자들을 왜 국가가 세금으로 임금까지 제공하면서 교육까지 시켜주나?
그런데 사법연수원이 없어졌지만 국가차원의 지원에 더하여 로스쿨생들에 대한 지원은 도를 넘는 수준인데, 그 많은 장학금은 누가 쥐어주고 있나? 설마 재단 이사장이나 총장이? 아니다. 결국 로스쿨생에게 돌아가는 그 큰 혜택이라는 건 같은 이름 건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거다. 또는 그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이 돌아가지 못하고 로스쿨로 전용되는 것 뿐이다. 이게 지금 제정신인가?
기실 로스쿨 학비가 기존 4년제 법과대학 학비보다 이리도 높을 이유도 없다. 괜히 쓰잘데기 없이 고비용의 학력양산구조를 하나 더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기존 사법시험을 존치하고 그냥 법대 출신들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충분한 내용으로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수준 유지하고, 숫자관리고 나발이고 그따위 거 국가가 하지 않으면 된다. 아닌 말로 중장비 운전자격 따놓고 장롱에 묵히는 사람들이 천진데 그 사람들 국가가 숫자관리하면서 생계유지까지 알뜰하게 챙겨준 적 있나?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회계사 등 소위 '유사직역'이 많은데, 변호사들은 이들 유사직역의 시장을 다 먹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정작 변호사들은 법정대리권을 독점하면서 유사직역들에게는 법정의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법이 그렇다고 하거나 법정대리에 대한 지식이 유사직역에겐 없다거나 하는 이유를 댄다. 웃기고 자빠졌다. 법이야 바꾸면 되고 법정대리는 그냥 해보면 된다. 니들은 뭐 처음부터 법정대리를 마빡에 새기고 태어났냐...
아무튼, 내가 볼 때는 이 두 가지가 핵심인데, 지금까지 어떤 정권에서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아마 국가가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세상이 바뀐 다음에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우선 법무부가 사시출신 내지 로스쿨 출신으로 덮혀 있는 이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법무부에서 나올 대안이라는 건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았다가 다시 꺼내든 옛날 안에 불과할 것이다. 어차피 법무부 관료들 역시 밥줄 끊기면 변호사할 자들이니 그렇다. 변협을 위시한 변호사들 역시 마찬가지. 민변도 가만 보면 뭐 그리 다를 바가 없는데, 자기 밥그릇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치더라도 너무 심하잖은가?
이러니 세상 뒤집어지기 전에 변시제도가 바뀌고 법조인 양성체계가 바뀌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닌 말로 졸라게 싸워봐야 합격생 찔끔 늘려주고 끝난다는 거다. 대안이고 나발이고.
이 대목에서 곁가지 치는 생각은, 오늘날 이 사태를 만드는데 일조한 집단 중 하나가 참여연대인데 이들은 어째 서비스도 없고, 뭐 암것도 하는 것도 없어뵌다. 말만 많지. 정치관계법 관련해서 오세훈 법 나올 때도 그랬지만, 참여연대는 참 좋을 것 같다. 온갖 정치적 발언은 다 하고 그걸 관철시키는 권리는 과잉행사하면서도, 정작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때는 자유롭다. 이런 건 참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어떤 건지.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