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 정치 시즌 X?
난 이전에 한국정치의 특징 중 하나를 '상조회 정치'로 정의한 적이 있었다. 물론 다분히 조롱과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긴 했는데, 2012년 대선을 경유하면서 이제는 이 상조회 정치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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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됨으로써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는 전직 거물 정치인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선을 치르게 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특히 박정희를 신으로 모시는 '박통상조회'는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정립되지 못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전에 보면, 뭔가 틈만 나면 지가 박정희의 신을 접한 것처럼 뛰고 설치는 넘들이 나타났었다. 대표적으로 '피닉제'라고 불리는 이인제가 있는데, 언젠가 이 이인제가 2:8 가르마를 하고 게다가 새가 앉았다 미그끄러질 정도로 포마드를 떡칠한 채 나타나 안면구조의 구획이 박정희와 닮았다고 내밀면서 키까지 박정희와 똑같다고 주장할 때는 그저 포복절도를 할 수밖에 없었더랬다.(지금까지 이런 정치인은 없었다, 이것은 박정희인가 피닉제인가?)
겉모습 코스프레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박정희의 적통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러니 날 밀어달라고 난장을 부린 정치인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내 기억에 87년 대선때도 그랬고, 그땐 김종필이었는데, 이후 크고 작은 선거철마다 이런 꼬라지 안 본 일이 없었던듯.
하지만 2012년엔 뭐 내가 박 머시기 통이랑 닮았네, 빼다 박았네, 뒤를 잇겠네 등등 이따위 소리를 할 게재가 없었으니 그땐 진짜 박통의 적통이 대통으로 나섰기 때문. 현재는 본명보다 503으로 더 많이 불리우고 있는 이 인물은 박정희의 아우라를 그대로 선거판에서 뿜어대더니 결국 대권을 장악했더랬다. 그리고 그 이후는 뭐 세간이 다 알듯이 503이 되었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간에 503의 당선과 동시에 난 박통상조회든, 가장 최근에 등장했던 노통상조회든, 그 역사와 연륜을 자랑하던 본사상조회든 간에 어떤 상조회가 등장해도 이젠 뭐 상조회 스타일로는 정치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데, 그러다보니 다시금 상조회 시즌 X를 열어젖히고자 애를 쓰고 있는 황교안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지는 거다. 자유한국당 대표선거를 앞두고 황교안이 벌이고 있는 여러 액션 중에서, 사람들은 그가 503과 맺었던 경력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즉 503의 표현을 빌리면 '배신의 정치'의 아이콘인지 아닌지가 대표선거의 관건이 될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충분히 가능한 예측이고 상황판단이다.
다만, 나는 황교안이라는 자의 정치인으로서 성장가능성을 보자면, 그가 이번에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든 안 되든 간에 그는 향후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다는 확신이 든다는 거. 왜냐하면, 이미 약발 떨어진 박통상조회를 다시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려는 그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황교안이 박정희 생가를 다녀와설랑은 지 페북에다가 이렇게 글을 올렸더랬다.
"박정희 대통령 ... 지금가지도 모두에게 존경 받으며 국민통합의 지도자로 살아계신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우리나라의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읽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독자생존력을 지니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지를 통찰했다."
"박정희 정신을 공유하며 공동체를 키우고 나라를 발전시켜 왔다"
용비어천가를 써라... 박비어천가라고 하던가...
아무튼 이 황교안이 한 말들을 가만 보면 이 자는 정치를 계속 하고 싶은 자인지 뭔지 잘 분간이 안 가고, 왜 자유한국당 대표로 나올라고 하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박정희 정신" 운운하는 것까지 보면 이자가 제정신이 아닌 것도 같고. 제정신을 차려야지 왜 박정희 정신을 대가리에 집어넣고 다니는 건지...
아무리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남한사회 30%라는 철벽의 지지율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더 이상 박정희 팔아가지고서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 뭐 그런 의미에서, 황교안이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대중들이 상조회정치가 진짜 끝났다는 물증을 볼 수 있을테니.